‘마을조사 보고서’는 지역사 정리·연구하는 기본

도시의 발전에는 동전의 양면과 같이 앞면과 뒷면이 존재한다. 화려한 개발의 앞면이 있는가하면 누군가의 소중한 추억들과 함께 기억 속으로 사려져 가는 마을과 같은 뒷면도 있다. 이렇게 개발의 산물로 사라져 가는 마을의 유․무형의 추억들을 오롯이 담아내 많은 이들에게 소중한 정주공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삼복더위와 엄동설한의 칼바람도 마다하지 않고 평택의 이곳저곳을 누비며 마을사를 기록한 ‘2015 평택의 사라져 가는 마을조사 보고서’가 발간되었다.
지난해 도시개발과 산업단지 조성을 이유로 사라져가고 있는 소사동, 합정동, 용이동, 동삭동, 칠원동, 현덕면 운정리․화양리 등지를 돌아보고 마을입구의 버스 정류장부터 굽이진 동네길, 틈새가 벌어진 담벼락의 모습, 눈송이가 내려앉은 듯 하얗게 변해버린 마을 어르신들의 소중한 기억까지 어느 것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발품을 팔아 온 최치선 평택문화원 향토사연구소 상임위원을 만나 마을조사 보고서 발간 소회를 들어보았다.
기지촌이라는 오해와 편견 속에서 유년기와 청년기를 보내며 키워온 문화예술적인 감성을 지역에 전하고 싶어 문화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최 상임위원은 1951년 6.25 전란을 피해 이북에서 피난을 나온 부모님이 평택에 정착하여 초중고를 마치고 학업과 직장생활로 잠시 떠났던 것을 제외하고는 줄 곳 평택과 함께해왔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책 읽고 글쓰기를 좋아했고 자라면서 문화예술에 대한 갈급함을 느껴 시와 수필로 등단을 하는 등 자연스럽게 문화원의 가치와 해야 할 일에 대한 소명이 커졌던 것 같아요.” 이러한 관심은 1994년의 송탄 시사와 2014년 평택 시사 발안작업과도 이어져 평택의 지역사 정립 작업에 열정을 갖고 직접 참여했다고 한다.
“전문 연구학자들이 마음껏 연구할 수 있도록 좋은 자료를 구축해준다는 생각으로 일해 왔어요. 연구자들과 마을 사람들의 만남을 주선하고 마을 구석구석에 숨겨진 자료들을 찾아내 지역사가 정립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사라져 가는 마을조사 사업은 살아있는 박물관이자 곧 사라지게 될 박물관인 마을이 개발로 인해 공동체가 훼손되거나 유실되지 않도록 인문지리와 구술조사, 사진자료 등으로 아카이브를 구축해 평택문화원 홈페이지에 되살리고자 하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홈페이지를 통해 자료 구축이 완료되면 전문연구가들 만의 자료가 아닌 마을 주민들이 개발 이후 사라진 마을의 추억들을 언제든지 들여다 볼 수 있는 가상의 마을 공간을 만들 예정입니다.”
최 상임위원은 마을의 역사가 곧 지역의 역사이며 마을사가 결국 인물사나 정치사를 정립하고 이를 통해 근현대의 평택을 조명할 수 있는 자료로 남겨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역사를 거시적으로 접근했지만 지금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미시적인 관점에서 정립하고 있죠.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의 소소한 모습과 기록들을 소중하게 담아내고 시민들과 공유하려고 해요.”
내가 살던 마을이 사라지더라도 이런 자료들을 정리해 놓으면 자신은 물론이고 자녀들까지 정주의식을 갖게 할 것이라는 최 상임위원은 ‘마을조사 보고서’가 평택의 근현대사 정리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마을조사를 통한 지역사 정립은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졌고 사라져 가는 마을 조사도 사람의 일생을 담아내는 특기를 가진 전문 학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어요. 올해도 그들이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든든한 받침목이 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