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40년간 한 자리를 지켜온 정감있는 안정리 ‘길미용실’
동네 어르신 모두를 부모님처럼 생각하는 푸근한 인정

유쾌한 미소로 어르신을 예쁘게 단장시켜주고 있는
김춘재 원장(사진 뒷쪽)
"어차피 사람이 죽으면 다 흙 될 것을…왜들 다투고 헐뜯고 미워하는지
아침에 활기차게 눈뜨고 저녁에 편안히 눈감으면 그걸로 감사한 인생이거늘
대자연의 섭리 속에서 서로를 사랑하며 살았으면…"
한국의 GDP(Gross Domestic Product, 국내총생산)는 1조4351억 달러로 세계 11위권을 달리고 있는 한편, 유엔의 세계행복지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꼴찌를 차지하고 있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선진국 대열 입성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사람들의 얼굴에는 점차 웃음이 사라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치열한 세상살이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한 곳에서 꿋꿋이 자리를 지키며 40년간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꽃다운 22살, 평택으로 시집 온 김춘재(62) 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안정리 길마재에 위치한 길미용실은 4~5평 남짓의 조그마한 동네 미용실이지만 이 마을 어르신들의 최고의 사랑방이다.
유쾌한 기운이 넘치는 김 원장은 이 마을에서 소문난 효부다. 12번의 수술을 거쳐 몸을 잘 가누지 못하는 시어머니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밤낮 대소변을 받아내고, 고된 일에 몸이 지쳐 힘들 때도 “남 욕 한 번 안 하시고, 변덕 없으신 시어머니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스럽다”는 그녀다. 김 원장의 남편 또한 장애로 인해 활동에 큰 불편이 있어 미용실 운영에 농사일까지 모두 김 원장의 몫이지만 얼굴을 구기는 일이 거의 없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이른 아침을 맞이하고 오후 5시까지 미용실을 운영하는 김 원장은 미용실을 닫은 후에도 서른한 마지기 농사를 짓기 위해 다시 논밭으로 나선다. “하루에 4시간 정도 잠을 자요. 그래도 아침에 활기차게 눈뜰 수 있고, 저녁에 편안히 눈감을 수 있어 감사한 인생입니다.”
동네 어르신 한 분 한 분이 모두 부모님처럼 느껴진다는 김 원장은 푸근한 인정으로 마음을 전하고 있다. 커트 5000원, 파마 1만5000원 정도의 저렴한 비용으로 어르신들을 아름답게 변신시켜주는 김 원장 덕에 ‘하하 호호’ 웃음소리와 달달한 믹스커피 향으로 미용실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이뿐만 아니라 에바다장애인종합복지관을 비롯해 도움이 필요한 곳곳에도 미용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내가 가진 소소한 이 재주로 누군가를 예쁘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잖아요. 나는 비록 못났어도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다들 예뻤으면 좋겠어요.”
가진 것이 많아서가 아니라 나누는 게 행복해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고 있다는 김 원장의 꿈은 이웃들이 모두 웃으면서 사는 것이다. “어차피 사람이 죽으면 다 흙 될 것을…왜들 다투고 헐뜯고 미워하는지 모르겠어요. 대자연의 섭리 속에서 서로를 사랑하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