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화목과 사랑이 최고의 가정교육”

어른 생각과 달리 아이들은 본인 미래 걱정하고 고민한다

터를 잡는다는 것은 시간의 뿌리를 공간 위에 내리는 일이다. 그 뿌리는 한 사람의, 또 한 가정의, 크게는 한 지역의 무늬를 만들어낸다. 1991년, 평택에 터를 잡은 한광고등학교 조하식 선생은 평택이란 공간에 뿌리를 내린지 어느덧 24년이 되었다. 그 시간동안 선생은 열정적인 교사로, 사명감 있는 작가로, 다정한 남편으로, 또 따뜻한 아버지로 아주 다양하고 아름다운 생의 무늬를 만들어냈다. 아내의 건강을 위해 평택에 오게 되었다는 조 선생은 평택에 온지 한 달 만에 아내의 병환이 완쾌되었다고 한다. 부락산 자락의 깨끗한 공기 덕이라며, 조 선생은 평택과 평택의 자연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드러냈다. 지금도 부락산에서 덕암산까지 매주 주말 등산을 한다고 했다.

수필가이면서 고등학교에서 국어교과를 맡고 있는 조 선생은 평택시민신문에 매년 반 아이들의 이름을 운으로 삼아 지은 7언 3행시를 싣고 있다. 마흔 명 아이들의 각각의 특성을 파악해 시를 짓는다는 것은 학생에 대한 애정과 그를 바탕으로 한 면밀한 관찰, 유연한 필력이 없이는 불가한 일이다.

조 선생이 교사로서 특별히 하고 있는 일은 이뿐만이 아니다. 조 선생의 반에는 과목별 학습도우미가 있다고 한다. 아이들은 지정된 학습도우미에게 수시로 질문을 하고 학습도우미인 학생들은 중간·기말 시험 전 반 아이들에게 핵심내용을 요약해준다. 조 선생은 “언뜻 생각하면 도우미로 지정된 학생이 대답을 해주느라 시간을 뺏길 거 같지만 다른 학생에게 수업 내용을 가르쳐줌으로써 자신의 지식세계를 더 확고하게 만듭니다. 묘한 시너지가 있는 거죠.” 이는 학습 성과뿐만 아니라 경쟁 위주의 사회에서 학생들 스스로 나누고 공유하는 법을 체득하게 되는 효과를 내고 있었다.

조 선생은 평택의 교육 문화에 대해 “평택 지역도 상당부분 사교육에 의존하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고 말하며 학원에 가서 한 번 더 들으면 나을 것이란 막연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것은 일정 부분 정부와 교사에 책임이 있다고도 말했다. 조 선생은 ‘수업은 재밌어야 한다’는 모토를 가지고 있다. 교과서만을 가지고 풀이하는데 그치지 말고 생활적인 측면, 미래 가치, 활용도 등을 다각적으로 적극 적용해 ‘이런 상황에서 나의 행동은 어떻게 해야 가능성이 있는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움이 관념적인 선에서 머물지 않고 실천으로 향할 때 의미를 획득하는 거라면서 공교육 정상화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또 “대개의 어른들은 아이들이 철없을 거라고 얘기하지만 아이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자신의 상황에 대해 잘 이해한다.” 어른들이 보는 아이들은 스마트폰과 게임 중독 등으로 자기 세계가 전혀 구축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아이들은 본인의 미래에 대해 늘 걱정하고 고민한다며 신뢰하지 못하는 건 도리어 어른들이 솔선수범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 선생은 학부모 면담을 할 때 늘 부모의 화목과 사랑이 최고의 가정교육이라고 말한다며 정서적으로 안정될 때 학생들은 차분하게 공부할 수 있는 거라고 했다. 그러나 걱정되고 슬픈 건 매해 결손·결함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결핍을 가까이에서 느낄 때마다 조 선생은 매우 안타까운 듯 했다. 그런 이유로 선생은 학생들에게는 모든 교사가 상담교사여야 한다며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전문상담교사 과정도 이수했다고 했다.

조 선생의 열정은 그 뿐이 아니다. 90시간이 의무인 원격연수를 올해만 해도 1300시간을 듣고, 교사로 일하면서도 신학대학원을 다녔다. 또한, 지역신문에 기고도 꾸준히 하고 있다. 글 쓰는 사람의 역할은 여러 사람이 알아야 하는 일들을 글로서 정리하고 전달하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조 선생은 인터뷰 중 ‘최선을 다했다’는 말을 하려다가 잠시 머뭇거렸다. "조정래 작가가 최선이라는 말은 내 자신의 노력이 나를 감동시킬 수 있을 때 쓸 수 있는 말이라고 했는데..."라면서 말이다. 조 선생의 지나온 길을, 또 지금 걷고 있는 길을 한 번이라도 곁에서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가 최선을 다했다는 말에 크게 동의할 것이다.

스승이란 자리는 아이들의 미래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의 시선, 그의 말, 그의 교육관과 세계관에 아이들은 움직이고 변화한다. 공교육이 흔들리고 있다는 이 시대에 평택엔 이렇게 학생들을 위해 애쓰는 선생이 있다. 이것은 축복이며, 또 얼마나 다행인 일이 아닌가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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