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거나 창의적인 계층에게 매력 있는 도시.

전 인류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는 21세기에 어떤 도시가 경쟁력이 있는가 하는 문제는 어떤 도시가 시대를 이끌 것인가라고 하는 질문과 같다. 산업화에 따른 대도시의 발전은 과도한 인구집중과 환경, 치안, 교통 등의 문제를 낳았고, 그에 대한 작용으로 도심 공동화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적정 인구와 산업기반을 가져 성장 잠재력이 높고, 문화적으로도 장점이 많은 매력적인 도시는 어떤 도시인지 살피는 것은 미래 사회변화를 예견하는 지혜일 것이다.
평택시민신문은 창간 19주년을 맞아 평택이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적인 도시가 되기를 바라며 11월 17일부터 22일까지 구글닥스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을 통해 시민들은 어떤 도시를 원하는지 살펴보았다. 설문 결과는 놀랍게도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이자 경제칼럼리스트인 리처드 플로리다가 자신의 책 『창의적 계층의 부상(The Rise of the Creative Class)』에서 “오늘날 가장 영향력 있는 미국 도시들은 예술, 과학, 기술에서나 비즈니스 분야든 간에 가장 창의적인 사람들을 끌어당긴다.”고 밝힌 내용을 떠올리게 했다.
“Today’s most influential American cities are those that attract the most creative people, whether in the arts, science, technology or business.”-Richard Florida
이에 본지는 설문조사 결과와 평택시가 작년말 발표한 <2020년 평택 도시기본계획재수립보고서>를 토대로 평택이 어떻게 하면 시민들에게 다양한 삶의 기회를 제공하고, 창조적이며 혁신적인 분위기로 창의적 계층을 끌어당길 수 있을지를 살펴보았다.
헌법 제1조 ①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로 국민주권을 명시하고 있다. 열아홉은 그 권리를 행사하기 위한 선거권을 갖는 나이이다. 그런 뜻에서 19번째 생일 맞은 평택시민신문은 '지방자치와 함께 한 19년'이라는 주제 아래 '2020년 80만 평택시민' 염원을 4가지 항목으로 물었다.
1. 2020년 평택 인구 80만 가능할 것인가?

220명의 응답자 중 56%인 123명이 가능하다고 답한 반면, 42%인 92명이 아니라고 답했고 2%인 5명은 답하지 않아 평택시민들은 인구 성장 가능성에 더 많은 기대를 갖고 있음을 보였다.

평택 80만 인구 성장가능성 있다
평택시민은 문화가 있는 도시 꿈꾼다
인구 증가와 삶의 질은 다른 척도의 문제…지나친 개발 낙관은 경계해야
평택시는 <2020년 평택 도시기본계획재수립보고서>에서 인구 80만(86만220명) 도시를 목표로 설정했다. 이에 대해 세종특별시가 2030년 계획인구를 80만으로 설정한 것과 비교할 때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평택시는 삼성전자 등의 입주가 확정된 고덕국제신도시, 황해경제자유구역, LG타운, 브레인시티 산업단지 개발, 주한 미군기지 이전 효과 등을 통해 환황해권 국제화 중심도시로 성장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자신하고 있다. 비록 지난 10월 행정자치부가 브레인시티 조성사업 타당성 용역 연구 조사 결과 재검토 결정을 내렸지만, 재추진 입장을 밝히고 있는 평택시는 수도권 남부 거점도시 육성 및 국제수준의 환경과 교육 문화시설이 공유된 복합신문화 도시 창출로 인구 80만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평택시가 예측한 것처럼 80만 도시가 되려면 향후 5년간 40만에 가까운 인구 증가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한편 평택 인근 도시들의 지난 15년간 인구변화를 살펴보면, 가장 빠른 인구 증가를 보였던 용인시의 경우 2000년부터 현재까지 가장 빨리 40만 명이 증가한 기간은 2000년(39만2133명)부터 2007년(80만294명)으로 만 7년이 걸렸다. 평택과 수원은 지난 10년 동안 연 평균 4천5~6백명 성장한 반면, 용인과 화성은 연 평균 2만3000명 이상 성장해 왔다.
지난 10년간 완만한 성장세를 보였던 평택시에서 시민 절반 이상이 향후 5년간 40만 명의 인구 증가는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는 이유는 급속한 성장을 경험했던 용인시 선례와 함께 삼성전자 등의 대기업 산업단지 조성과 주한미군 이전 효과 등에 대한 기대로 볼 수 있다.
2. 평택인구가 80만이 된다면 삶의 질이 높아질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시민들은 평택인구가 80만이 되었을 때, 46%인 101명이 삶의 질이 높아질 거라고 답한 반면, 51%인 113명이 부정적일 거라고 전망했다. 3%인 6명은 답하지 않았다. 시민들은 인구 증가에 따른 긍정효과를 인지하면서도 인적 투자 없이 산업단지 등을 중심으로 한 콘크리트 성장은 주택, 교통, 환경 문제와 함께 범죄 증가, 도시 정체성 혼란 등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삶의 질 향상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비슷하게 표했다고 할 수 있다.
평택은 수도권 집중 억제 정책으로 인한 개발 잠재력 억압과 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군사도시 이미지 고착, 문화시설의 취약으로 인한 생활환경과의 이질화, 개발압력에 따른 지가상승과 난개발 등이 삶의 질을 악화시킬 여지가 있다. 또한, 화성, 천안 등 인근 도시들의 성장, 고령화 시대의 도래와 도시화율의 둔화는 삶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면, 주한미군 특별법에 따른 규제 완화와 지역발전 기회, 광역 기간 교통망 발달과 국책항만인 평택항, 다량의 산업용지 개발은 많은 인구 유입 효과를 가져와 상권과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되고, 이는 세수 확대와 사회간접자본 투자 증가로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가 늘게 된다.

다만 2008년도에 평택시 2013~14년 인구에 맞먹는 인구를 가졌던 화성시는 당시 세입결산이 10조2천억을 넘었으나, 2013년 평택은 9조886억원으로 세입결산액만 놓고 보면 재정규모가 인근 시도에 비해 비교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지방세 수입만 놓고 봐도 현저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과 연도별 아파트매매거래 현황을 살펴봐도 지나친 낙관을 경계하게 하고 있다. 아파트매매나 토지거래의 경우 사실상 인근 자치단체 등과 비교했을 때, 절대수는 물론이고 인구수 대비 실적을 계산해도 거래가 적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인구 규모가 2배 이상 큰 수원, 용인 등에 비해서뿐만 아니라, 평택시 인구의 절반도 안 되는 안성시에 비해서도 아파트 매매가 활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014년말 기준, 평택시 인구는 수원시 인구의 38%인 반면, 아파트 매매는 30%에 그쳤다. 용인시와 대비해서는 인구가 47%로 1/2수준이나, 매매는 한참 못 미치는 32%에 그쳤다. 화성시 대비 인구는 83%로 인구 차이가 많지 않았지만, 아파트 매매는 화성시의 55%에 그쳐 부동산 거래가 활발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대규모 산업단지 입주가 본격화되면 인구 증가 속도와 아파트 등의 부동산 매매 시장 역시 좀 더 활기를 띨 것이라는 전망이다.
3. 인구 80만 시대를 위해 평택이 준비해야 할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문화시설(55명), 문화 콘텐츠(38명), 총 93명이 문화를 언급하여 전체 42%가 넘는 시민이 평택의 성장과 함께 문화 발전을 기대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어 자족도시 기능 36명 16%, 교육시설 29명(13%), 공공보건의료 28명(13%), 교통인프라 25명(11%), 위락시설 3명(1%), 무응답6명(3%)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평택시민의 문화욕구 혹은 갈망을 충족시켜줄만한 문화시설이나 콘텐츠 개발이 미흡하다는 반증으로 지역문화발전을 위한 시민 공감대가 이미 형성돼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메르스 사태 진원지로 전국의 지탄을 받았던 평택에서 공공보건의료에 대한 요구가 13%에 그치고, 교통인프라 11%, 위락시설은 겨우 1%에 그친 것은 상당히 유의미하다. 이는 시민들의 요구는 일방통행식의 전시행정과 상당한 괴리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 향후 평택시가 도시계획을 세울 때 주의 깊게 살펴야 할 부분이다.
평택은 2014년 기준으로 세대별 평균 2.47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는 부부가 세대를 이뤘다고 가정했을 때, 한 자녀도 없는 가정이 절반 넘는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는 것이다. 또한, 2005년 이후 ‘총전입’과 ‘총전출’을 합한 ‘순이동’을 통한 유입 인구가 금년 9월말까지 연평균 4631명에 그쳐 2만3736명에 달하는 용인의 인구 증가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이러한 통계는 미군기지 이전 특별법과 그에 따른 대형투자 유치로 인한 인구증가를 당연하다고 보는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함을 보여준다. 왜냐하면 평택이 교육문화, 삶의 질에 있어서 타 도시에 비해 경쟁력을 갖지 않는 한, 실질적인 성장을 가져오기 힘들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제조업체 인구 유입으로 인한 일시적이고 점진적인 인구 증가가 있을 수 있으나, 그들과 그 자녀들이 평택을 문화와 교육,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터전으로 여기지 않고, 돈벌이를 위해 잠시 머무는 정거장 정도로 여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과감하고 전폭적인 출산·양육·교육 지원정책 통해 인구유입과 정착 유도하면서 평택을 문화교육도시이자 생활형 도시로 바꿔나가야 한다는 것을 설문결과와 통계가 보여주고 있다.
시민과 함께 80만 문화도시 미리 준비해야
확대된 지방자치권으로 삶의 질 높일 수 있어야

4. 80만 평택이 추구해야 할 도시 형태는?

평택시는 도시 미래상으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도농복합도시, 고속도로와 철도가 가로지르는 산업물류도시, 군사도시와 농촌 전원 환경 도시, 반도체와 LED 등 첨단산업기지 등으로 인구 100만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활력 있는 도시를 제시하고 있다. 도시 광역화로 주변도시와 연계한 발전방향을 모색하고, 공공 생활편익시설 확충과 쾌적한 정주공간 확보로 시민 복지 및 편익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시의 기본적인 도시 전략이다.
한편 시민들은 문화도시와 도농복합도시가 각각 42명(19%)와 40명(18%)로 가장 많은 응답률을 보였고, 수도권 위성도시 29명(13%), 항만해양도시 24명(11%). 생태환경도시 23명(10%), 산업도시 22명(10%)가 순차적으로 비슷한 분포를 보였다. 삼성과 LG 같은 대기업산업단지의 입주 등에도 불구하고 산업도시에 대한 요구가 10%에 그친 점과 문화적 욕구에 비해 교육도시에 대한 욕구가 상대적으로 낮은 10%에 그친 것은 의아한 부분이다. 이는 서울과 인접한 관계로 대학 등의 경쟁력에 있어서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고 판단한 탓으로 보인다.
그밖에 시민들은 자급도시 17명(8%), 교육도시 10%(5%), 관광도시 6명(3%), 군사안보도시 2명(1%)과 무응답 5명(2%) 순으로 도시 형태를 희망했다.
평택인구 80만이 갖는 의미
창조 도시로의 발전
지방자치법 제175조(대도시에 대한 특례인정)에 따르면, 서울특별시·광역시 및 특별자치시를 제외한 인구 50만 이상 도시를 대도시로 보고, 그에 대한 특례를 규정하고 있다.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약칭: 지방분권법) 역시 인구 50만이 넘는 도시에 대한 사무특례를 규정하고 있다. 지방분권법에 따라 지난해 말 확정된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에 따르면, 인구 50만 명 이상 도시를 특례시, 100만 이상은 특정시로 권한을 부여하여 사무특례의 경우 특례시는 210건, 특정시는 212건으로 확대 개편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인구 80만을 넘어 100만이 될 경우 지방공기업, 건축, 택지개발, 도시재정비, 박물관 및 미술관, 소방 관련, 개발제한구역 지정 및 해제 등에 있어서 지금보다 훨씬 많은 자치권을 확보한다는 의미이다. 그밖에 부시장이 2명으로 늘어나며, 국을 총괄하는 실을 설치하여 3급 공무원을 둘 수 있고, 시정연구원도 둘 수 있다. 또한, 지방특례로 재정보전금 외에 시에서 징수하는 도세 중 일부를 직접 교부받을 수 있는 등 지방자치단체의 위상과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
리처드 플로리다는 지식활용 능력을 기반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이들을 창조 계층으로 칭하고, 관리·경영·회계직, 법률직, 금융직, 전문의 및 보건의료직, 하이테크 업종 등 광범위한 지식집약형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을 창의적 ‘전문가’로 규정했다. 이와 달리 과학자와 엔지니어, 프로그래머, 교수, 시인, 소설가, 예술가, 연예인, 배우, 디자이너, 건축가, 작가(논픽션), 편집자, 문화계 종사자, 연구원, 분석가, 논평가 등을 ‘초(Super) 창의적 핵심’ 구성원으로 규정했다.
평택시민들이 설문 3번과 4번에서 우선순위로 ‘문화’를 언급한 것은 예술가, 엔터테이너, 문화관련 종사자, 초창의적 핵심 구성원들이 넘쳐나는 도시를 희망한다는 뜻이다. 이들은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기술과 창의적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한다. 도시에 새로운 소득과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적 통합, 문화적 다양성, 인간 개발을 이끌어 다양한 사람이 북적거리는 활기찬 도시를 만들어 간다.
평택시민이 원하는 미래 창조도시는 탄탄한 예술과 문화적 하부구조가 뒷받침되는 도시다. 인구 80만은 건축물이나 산업단지, 도로와 같은 하드웨어에 대한 수요를 가능케 할 것이다. 그러나 그에 더불어 문화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창의적인 사람들이 넘쳐날 때 인근 도시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고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시민들은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본 설문 조사에 앞서 본지 편집기획위원인 평택대학교 도시및부동산개발학과 이시화 교수는 시가 추정한 인구 80만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전제하면서 다음과 같이 주문했다. “생활비가 올라가고 구도심 공동화 등 문제가 생겨 현재 시민들의 삶의 질은 떨어지고, 외지인들만 배부를 수 있다. 시가 부작용 보완을 위한 나름의 시나리오를 갖고 있겠지만, 시민들과 머리를 맞대는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설문 조사 결과는 시가 평택시 발전을 시민들과 함께 도모하고자 할 때 참고할만한 의미있는 이정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인구대비 아파트 매매건수
| 2014년 기준 | 평택 | 수원 | 용인 | 화성 | 안성 |
| 인구(명) | 449,555 | 1,174,228 | 961,026 | 540,862 | 181,896 |
| 아파트매매건수 | 6,075 | 20,280 | 19,055 | 11,116 | 2,506 |
| 인근도시대비 평택시인구수:아파트 매매건수비율(%) | 38:30 | 47:32 | 83:55 | 247:242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