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출신 박후기 시인의 장편소설 <토끼가 죽던 날>

나는 토굴 속 아버지와 토끼굴 속의 토끼, 구멍 속의 게들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약한 것들은 왜 모두 구멍 속으로 도망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 본문 중에서

박후기 시인

평택시 팽성읍 도두리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기지촌에서 보낸 박후기 시인이 본인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기지촌 이야기를 담은 장편소설 <토끼가 죽던 날>이 지난 15일 세상에 문을 두드렸다.
박 시인은 이번 소설에서 본인이 청소년기 겪었던 경험과 함께 기지촌 정서와 가난이 만들어 놓은 궁핍한 삶 속에서도 토끼로 상징되는 나약한 희망을 이어가고자 애쓰는 일곱 살 소년의 애뜻한 이야기를 써냈다. 그는 “캠프 험프리즈의 겨울밤은 깊어가고/맥심클럽 뒷골목/툭, 툭, 툭, 언 땅 걷어차는/클럽북소리 들린다./아라사 양복점 슬래브 지붕 밑/씨방 속 같은 어두운 빈방/하얀 발목을 묻고 밤새 너를 기다린다. 앨리스(목필연가 중에서)” 목필연가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성장기에 스며든 기지촌 정서를 작품 곳곳에 드러내왔다.

박 시인은 이번 소설을 통해 “여백을 갖고 싶었다. 빡빡한 글과 팍팍한 생의 틈바구니에서 단지 분량과 물량을 채우는 일에 생을 소비하고 싶지 않았다. 유년기의 엄마, 아버지는 언제나 내게 여백으로 남아 있다.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여백이 있다면, 그것은 엄마와 아버지가 만들어준 여백일 것이다. 유년기의 토끼와 아버지가 현실에서 지워진 이후, 나는 여백 없는 삶을 살았다. 되돌아가고 싶었지만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언제나 너무 멀리 떠나왔다는 사실만 깨달을 뿐이었다”며 여백의 중요성을 전했다.

또한, “<토끼가 죽던 날>은 빈손으로 돌아갈 것을 작정하고 건져 올린, 성긴 그물에 묻은 물고기 비늘 같은 소설이다. 커다란 물고기처럼 요란하게 퍼덕이진 않지만 어느 한순간 비늘처럼 반짝이며 눈과 가슴에 울림을 주는, 그런 소설이었으면 좋겠다”며 마음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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