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어 동생들에게 부끄럽지않기 위해 국정화 반대 나서

“역사 속 정의실현·민주화 과정 반드시 지켜져야 해”

정부와 여당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움직임에 민주주의를 역행하고 있다는 국민들의 여론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이 문제를 방관하지 않고 나서서 막아내겠다는 청소년들도 점차 늘어가고 있다. 우리 지역에서도 수시 면접 등 대학 입시 준비로 바쁜 시간을 쪼개어 직접 쓴 대자보를 거리에 부착하고 웹툰을 인터넷에 올리는 등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막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김미라(18, 가명) 양을 만나 얘기를 들어보았다.

“입시를 준비하다 보니 뉴스를 읽고 요점을 파악하는 게 습관화 되었는데, 어느 날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접하게 되었다. 국정화를 추진하는 정부와 여당의 의견과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니 문제점이 보였어요.”
정부와 여당이 만들고자 하는 역사교과서를 동생과 후배들이 배우게 될 텐데 지금 자신이 배우고 있는 교과서와 동생들이 배울 교과서가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되어 집필되기 때문에 세대를 거듭하면서 심각한 역사적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김 양의 생각이다.
“정부나 여당이 올바르게 집필되었다고 주장하는 ○○사의 교과서 내용을 살펴보니 이들의 진짜 속내가 무엇인지 더욱 궁금해졌어요.”

김 양은 일제 식민지하에서 이루어진 ‘식량 수탈’을 수탈이 아닌 ‘수출’로 봐야한다는 이들의 황당한 주장을 당시 피땀 흘려 농사를 짓고도 제대로 된 보상도 받지 못한 채 빼앗겨 자식들이 굶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우리 선조들이 들었다면 어떠했을까 생각하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고 한다. 이러한 시도는 자신들의 부정한 과거사를 역사 속에서 감추기 위해 지금의 권력층들이 원하는 내용을 교과서에 담겠다는 속셈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한다.

동생에게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아무 관심 없는데, 뭐가 문제가 있어?”라고 반문했다는 김 양은 정부가 획일화된 교육시스템에 내몰려 있는 중고생들에게 국정화 교과서를 가르치려한다는 것은 일찍부터 왜곡된 역사를 주입시켜 자신들의 잘못을 정당화시키려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고 지적했다. 청소년들에게 지금 정권이 만들고자 하는 교과서를 배우게 한다면 “아무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것이고 학교에서 나눠주는 교과서에 담긴 내용이니까 당연히 맞겠지” 하며 외우고 이해하게 될 것이란다. 김 양은 “솔직히 입시를 준비하고 있어 나서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먼 훗날 부끄러운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 나서게 되었다”며 대학에 진학하고 사회인이 되어 후배들과 만났을 때 떳떳할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대부분의 어른들은 나서봐야 달라질 것이 없으니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해요.” 김 양은 학생은 그런 문제에 신경 쓰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는 말들을 하는데 그런 사회적인 분위기조차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단다. 국가와 시민을 위한 건전하고 성숙한 통치 리더십을 갖춘 리더는 위민을 위한 정책을 펴지만 그렇지 못한 권력자들은 통치를 쉽게하기 위한 정책을 편다며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21세기 우민화정책이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일본이 백제로부터 비롯된 문명화 과정과 식민지배 하의 수탈과정, 2차 세계대전 중 벌인 만행 등의 과거사를 조직적으로 왜곡하고 이를 교과서를 통해 일본의 학생들에게 배우게 하는 등 과거사를 철저히 조작 날조하고 있다고 문제시해왔는데 이제는 그런 말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며 “우리 스스로 역사와 진실을 왜곡하려고 하는데 누구를 나무랄 수 있겠냐?”고 한탄했다.

김 양은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면 감정에 호소하지 말고 논리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며 “지금의 교과서로 과거 역사를 배우면서 정의실현을 하는 과정과 민주화의 과정을 배웠는데 이걸 지키고 싶고 후배들도 계속 배우게 하고 싶어 앞으로도 국정화 반대 집회에 참가하고 대자보나 웹툰을 올리는 등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은 다 할 것”이라는 의지를 표명했다.
“앞으로 저와 동생들이 살아갈 나라는 인권을 탄압하거나 진실을 왜곡하는 나라가 아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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