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장과 굴밥의 만남 ‘환상적’

정감 넘치는 시골집 밥상 홀딱 반해

개나리, 진달래가 살랑살랑 거리는 봄이다. 나른하고 유난히 입맛 없는 봄에, 입맛에도 봄바람을 실어줘야 하는 건 아닌지.

한국전력공사 사거리에서 평택여중(시내방향)쪽으로 다섯 발자국만 걸어보자. 공중전화박스를 거쳐 대동철물점 2층 창에 ‘게장전문 매운탕 집’이라는 글씨가 써있는 게장전문식당(대표 석순자)이 있다.

성세병원입구와 같은 위치쯤에 있는 이 식당은, 햄프로 헬스프라자라는 옆 건물과 대동철물점 사이에 ‘석일식당’이라는 작은 간판과 허름한 계단이 있다. 이 작고 허름한 계단을 오르는 순간 입안에 부는 봄바람을 느낄 수 있다.

식당 안은 허름하다. 처음 찾은 손님들은 허름하고, 정리되어 있지 않은 식당에 불쾌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게장한입에 모든 것이 용서된다.

게장을 밥도둑이라고 했던가. 보기에도 뽀얀 게 껍데기와 속이 꽉 찬 게살, 그리고 노~란 알이 가득한 게장에 금방 지은 하얀 쌀밥, 저절로 침이 꿀꺽 삼켜진다. 짠 맛 보다는 달고 비릿하면서도 단백한 맛이, 게 특유의 감칠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짜고 비릿한 맛이 싫다면 게장과 함께 나오는 열무물김치를 한 숟가락 떠먹으면 된다. 시원하고 칼칼한 김치 국물에 아삭아삭 거리는 싱싱한 열무, 속까지도 시원해진다.

여기다 운이 좋으면, 주인아주머니가 손수 갓 만들어낸 따끈따끈하고 말랑말랑한 두부 한 접시도 얻어먹을 수 있다.

게장과 열무물김치, 그리고 간장에 찍어먹는 날 김, 어느 것이 주메뉴인지 모를 만큼 모든 음식이 맛있다. 비록 밑반찬은 적지만, 게 등껍데기에 꼭꼭 하얀 쌀밥을 눌러 비벼먹는 맛이 다른 반찬의 필요성을 잊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게장과 함께 인기 있는 메뉴는 굴밥이다. 대표 석씨는“김이 모락모락 나는 바로 지은 밥에 양념 간장과 통통한 생굴을 비벼먹는 굴밥의 맛이 일품이다”라고 맛자랑이 대단하다.

게장과 굴밥 그리고 손두부와 생태찌게의 맛도 일품이지만, 이 집의 가장 좋은 점은 편안함이다.

도시생활에 지친 사람들에게 주인아주머니의 시골 할머니와 같은 넉넉한 마음과 정감이 시골집의 밥상을 연상하게 한다.

또한 이 곳에서는 주인과 손님 그리고 정형화된 메뉴가 따로 없다. 손님이 콩밥을 원하면 콩밥을 지어주고, 청국장이 먹고 싶다고 하면 청국장을 먹을 수 있는 여유를 즐길 수 있다. 맛을 얻는 것은 천하를 얻는 것과 같다고 했다.

봄바람이 살랑되는 따뜻한 주말에 가족과 함께 옛 시골밥상을 떠올리며 석일식당을 찾아보자. (문의:031-652-9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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