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준화로 인한 학교 서열화의 폐해 심각해
평준화 이후 학교 격차 해소방안 검토 필요

평택과 가까운 용인시는 2015학년도부터 고교평준화가 시행되었다. 용인시 고교평준화에는 정당 관계자도 시민단체도 아닌 순수 학부모들의 힘만으로 평준화를 일궈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어떤 교복을 입었느냐에 따라 아이들을 평가하고 저울질 하는 사회적 편견을 없애고자 고교평준화에 뛰어들었다는 신동희 전 용인시 고교평준화추진 학부모대표를 만나 그간의 추진 경과에 대해 들어보았다.
“물이 넘칠 때 먼저 수도꼭지를 잠그고 주변을 닦아야한다.”
신동희 전 대표는 고교평준화를 먼저 시행하는 것보다 평준화의 조건을 성숙시키고 그 이후에 평준화를 시행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하는 학부모들도 있었지만 다수의 학부모들이 물이 넘치는 원인인 수도꼭지부터 잠가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평준화를 추진하게 되었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아침 통학 길에 나선 아이들의 교복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공부 잘하는 애와 못하는 애’를 구분하는 사회적 편견이 아이들을 얼마나 힘들게 했을까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한다. 비평준화 지역에서는 서열화의 폐해가 아이들에게 큰 상처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신 전 대표는 중학교 생활을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하고 다양한 활동들을 하면서 보람 있게 보냈던 아이가 원하는 학교나 서열화로 줄 세워진 ‘좋은 학교’에 가지 못했을 때 3년 내내 열등감과 패배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준화지역 학교에서 충분히 상위권에 오를 수 있는 아이들도 비평준화지역에서는 원하는 학교에 진학을 못하거나 원하는 학교에 진학하더라도 우수한 아이들이 모이다 보니 그 안에서 열등감을 느껴야 하니 얼마나 비효율적인가요?”
비평준화지역에서 소위 ‘잘 나가는 학교’에 손꼽이는 학교에서는 내신성적 상위권에 드는 소수의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내신 비중이 높은 수시는 꿈도 꾸지 못하고 정시를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문제점과 더불어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사교육비 증가 문제도 평준화 추진의 필요성에 뜻을 함께한 학부모들이 꼽은 중요한 요인 중 하나였다.
용인시에서는 지난 2008년 고교평준화를 요구하는 시민운동이 본격화되기 시작해 2만5천여명의 서명을 받아 경기도 교육청에 전달해 시민들의 뜻을 분명히 하고 세 번에 걸친 타당성 조사와 고교평준화 도입 최종 여론조사를 거쳤다. 2013년에 실시한 최종 여론조사에서는 당시 중학교 1․2학년 학생과 학부모 3199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71%의 찬성을 이끌어내 같은 해 10월 경기도의회가 평준화 조례를 입법 예고하고 심의․의결해 11월 13일 조례를 공포했다. 이어 2014년에 평준화 지역에 용인 학군을 포함하는 입학전형 기본계획을 공고하고 67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학교 간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교육시설 및 여건 개선사업을 했다.
신 전 대표는 평준화의 정착을 위해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며 “평준화 이후에도 학교 간 편차가 여전히 남아있고 지역별 차도 발생하고 있다”며 “평준화를 시행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것으로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평준화 이후 학교 간 격차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과 이를 개선시킬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신 전 대표는 “이제 용인에서 아이들의 교복을 보고 성적을 판단하는 일은 없지만 평준화가 안정적으로 정착해 입시전쟁에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우리 아이들 어깨의 무거운 짐을 조금이라도 줄여줄 수 있도록 어른들이 더 노력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