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일 <평택농민회 부회장>

▲ 김덕일 <평택농민회 부회장>
조합장선거 과열, 직선제 선거 폐해의 하나

농민 스스로 개혁에 동참 ‘통치의 틀’ 부숴야

협동조합의 경영을 책임지고 7,000여 조합원의 권리와 이익을 대변할 안중농업협동조합의 조합장 선거가 이제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국회비준, DDA농업협상, WTO 쌀 재협상 등 날로 어려워져 가는 농업외적 환경과 고령화되어 가는 농촌 현실 등의 내적 어려움이 한데 맞물려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안중을 중심으로 한 현덕, 포승, 청북, 오성 등 5개 읍, 면 지역은 조합장 선거를 앞둔 지난 3개월 전부터 출마 예정 후보들의 과열된 사전 선거운동은 좀 더 다양한 경력의 새 일꾼들의 출현이라는 긍정적 의미보다는 직선제 선거가 갖는 폐해를 우려하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 참여정부”의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농협개혁의 문제를 도마에 올려 놓고 있다. 이제 우리는 협동조합 본연의 자기 역할과 그에 따른 원칙을 충실히 실천해 나아가 올바른 개혁을 이뤄 내야 한다.

지난 110년 전 서구 자본주의가 자기 이익의 실현을 목표로 팽창을 시작할 무렵 자본의 악영향을 견제하고자 창립된 협동조합은 1991년 9월 국제 협동조합연맹 창립 100주년 특별대회의에서 “ 협동조합이란 무엇인가?” 의 선언을 통해 7개의 원칙을 제출하였다.

제 1원칙은 자발적이며 개방적인 조합원 조직, 제 2원칙은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운영, 제 3원칙은 조합원 참가에 의한 경제 활동, 제 4원칙은 자치와 자립, 제 5원칙은 교육, 훈련 및 정보의 제공, 제 6원칙은 협동조합간의 협동, 마지막으로 제 7원칙은 지역 공동체의 참여 등으로 지난 100년의 평가와 더불어 향후 협동조합의 방향을 제시하였다.

물론 우리 나라는 우리대로의 조건과 상황에 따라 운영해야 하며 지역조합은 자기 나름의 운영이 되어야 함이 원칙이다.

지역 농업협동조합은 일제치하에서 농민 수탈기관의 성격으로 1907년(금융조합), 1926년(산업조합)으로 시작된 이래 이승만 정권시기 민간차원의 협동조합 운동을 분열시키고자 수구기득권 세력이 선호했던 관제농협 성격의 “ 쿠퍼안”을 선호하게 된다. 그후 1961년 8월 종합농협으로 금융조합 성격을 갖춘 이후 농민들의 민주농협을 쟁취하기 위한 끈질긴 싸움은 드디어 1988년 중앙회장의 직선제 쟁취와 1994년 조합장 직선제를 일구어 낸다.

그러나 100여년 가까운 우리의 협동조합의 역사는 농민들을 주인으로 섬기기보다 통치와 관리의 대상으로 봄으로 인하여 농민 조합원 스스로가 주인의식을 갖지 못하게 하였다.

이제 올바른 제도를 통한 개혁과 더불어 농민 조합원 또한 스스로 자기 역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해야 할 것이다. 스스로 참여하고 알려는 작은 노력 속에 농협개혁은 쟁취되고 농민의 정치, 경제, 사회적 권리가 획득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출사표를 던진 조합장 후보들은 이러한 뜻을 받들어 더욱 성숙된 자세와 노력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해 주길 기대한다.

<평택논단>
저작권자 © 평택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