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미룬 결혼식보다 건강 회복이 우선

메르스 완치 퇴원자, 26번 환자 우종하 씨

지난 18일 메르스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한 우종하(43) 씨는 메르스때문에 가족애가 더해졌다고 한다. 우 씨가 언론의 관심을 끈 이유는 메르스 완치자이기도 했지만, 18년 동안 결혼식을 못 올리고 살다가 오는 7월 5일에 결혼식을 올리려 했던 사연 때문이다.

우 씨는 지난 5월 21일부터 오한과 식은땀이 나자 단순 감기로 알고 인근 개인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증상이 점점 심해지자 5월 28일에 굿모닝병원을 찾았다. 그곳에서 처음에는 폐렴 진단을 받았다가, 고2 아들이 평택성모병원 1번 확진 환자와 같은 병동에 입원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메르스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양성 확진(26번 환자)이었다.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는 우 씨는 “고열과 추위가 반복되었다. 열이 심할 때는 두통까지 심해서 상당히 힘들었다”고 한다.

우 씨의 아들은 평소 갑상선 기능저하증으로 면역력이 약하다. 그런 아들이 폐렴에 걸렸다고 했을 때 걱정이 클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아들은 8일 만에 회복되어 퇴원했다. 그런데 아이가 퇴원한 다음날부터 몸이 으슬으슬 아프기 시작했다. 굿모닝병원에 입원할 때만 해도 2~3일 입원할 줄 알았는데 양성 반응이 나왔다. 면역이 약한 아들과 부인, 딸아이까지 감염됐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과 함께 겁이 덜컥 났다. 아니나 다를까 우 씨에 이어 부인(39)도 메르스 양성 진단을 받아 국립의료원에 격리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런 그를 위로하며 심리 치료까지 해 준 건 굿모닝병원 간호사들이었다. 격리 치료라는 특성상 답답하고 불안한데다, 아이들과 부인에 대한 걱정까지 하는 우 씨에게 응급실 수간호사를 비롯한 간호사들은 자주 말을 걸어주고, 부인과 아이들 소식을 수시로 확인시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우 씨가 퇴원하고 이틀 뒤인 20일 부인도 퇴원했다. 부인은 입원 기간 동안 오한이나, 기침, 근육통과 같은 자각 증상이 없었지만 객담 검사에서 계속 양성 반응이 나와 입원해 있었다. 우 씨는 “집사람이 그 동안 스트레스 때문인지 머리도 많이 빠지고, 체중도 줄었다”며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다고 전했다. 지난 토요일(20일) 20여일 만에 온 가족이 함께 한 우 씨는 “97년에 집사람을 만나 같이 살았지만 결혼식을 올리지 못해 늘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더 크기 전에 식을 올리려고 했는데, 이런 난리를 겪었다”며 담담하게 속내를 털어놨다.

우 씨는 “언론에 결혼식 사연이 알려지면서 진행 여부를 묻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평택시장님도 오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18년 미룬 결혼식보다 아내의 건강 회복이 우선이다”라며 “가족들이 제발 아프지 말고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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