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대에 아날로그 교육 권하는 이유

“자녀 달란트 개발하려면 스마트폰 끄게 하라”

동삭동 평택법원 앞 법률회관 4층엔 딱딱한 법조계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평택평안심리상담센터가 있다. 그곳 이정주 센터장은 ‘스마트폰 중독 이기는 아날로그 교육’의 저자로 전국에서도 흔치 않은 디지털중독 관련 전문 상담가다. 디지털 세상에 태어난 아이들이라도 아날로그적 삶을 알게 해 줘야 한다고 항상 강조하는 이 센터장은 두 아이의 엄마로, 일선 현장 경험을 통해 디지털에 매몰된 아이들의 상처와 부모들의 고민을 치유해 왔다.

그녀는 “우리 아이들은 ‘너 스마트폰 중독이다’, 하지 말라” 하면 반발한다. 인터넷 중독 대응센터 등에서 자가 진단 등을 통해 객관적 지표를 보게 하면, 자기 자신을 알 수 있다”며 무조건 금하기보다, 대화와 설득을 통해 아이 스스로 선택하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스마트폰이 일상이 되면서 디지털 세대와 아날로그적 감성을 지닌 부모 세대와의 갈등 또한 일상이 되고 있다. 그런 갈등은 결국 부모 세대가 자기 역할을 제대로 못해서 생긴 문제이기도 하다. 최근 젊은 엄마들 가운데 식당이나 카페에서 보채는 네다섯 살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쥐어주고 ‘뽀로로’와 같은 만화를 보게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렇게 조용해진 아이들을 보며 엄마들은 “애는 이거만 보면 집중해”라며 디지털 기기가 건강한 뇌 발달을 저해한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것이 좋은 예다. 이 센터장은 부모들은 아이들이 디지털 기기로 이득을 볼 것이라고 착각한다며 디지털 기기의 폐해를 조목조목 짚는다.

“우리 생활에 깊숙이 침투한 디지털 기기는 뇌 발달 저해, 정서 불안, 집중력 감퇴, 자아통제력 약화, 정체성 혼란, 사회성 발달 부족 등의 결과를 가져오며 우리 자녀들을 병들게 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주요 선진국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기기에 노출된 대한민국을 보면서 디지털 기기와 그 폐해와의 상관성을 주의 깊게 연구하고 있다며 부모들이 아이들의 발달 단계, 특히 정서적 발달 단계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어 실리콘 밸리와 교육선진국에선 어린 학생들에겐 디지털 기기 사용을 제한하는 움직임이 있는데, 다중지능이론을 제기한 교육학자 하워드 가드너는 “자아가 형성되지 않은 14~15세 미만 아이는 부모가 디지털 기기 사용을 제한하는 것이 현명하다”며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다중지능이론에 따르면 아이들은 다양한 달란트 코드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가 스마트폰을 끄고 여행, 놀이, 공동생활도 하며, 사색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 놓는 아날로그적 교육이 중요하다. 결국, 부모의 사랑과 관심이 디지털 기기로부터 아이를 지킨다는 것이다.

‘청소년 게임중독 이해와 해결방안’이라는 주제로 4일(목) 오후 7시부터 평택시청소년문화센터에서 열리는 평택성시화운동 새생명포럼에서 발표를 맡은 이 센터장은 자신이 맡은 역할은 청소년 게임중독 실태 고발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 센터장은 “평택은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조사를 교육청에서도 한 적이 없다”며 평택은 도농복합지역이라, 생업에 열중하는 부모들이 자녀와 소통하기보다 교육기관에 맡기려는 경향이 강해 안타깝다고 한다. 그래서 부모들이 스마트폰·인터넷 중독의 심각성에 대해 듣고 있지만 구체적인 것을 모른다고 지적한다. 디지털 중독은 예방이 필요한데, 중독이 심각한 경우에 한해 선별적으로 이뤄지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한다. 각 학교에서 학교폭력과 성폭력에 대해서는 의무적으로 교육하고 있지만, 디지털 중독은 선택적으로 진행하는 것도 교육 필요성에 대한 전체적인 공감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교육을 강조하는 이유는 “온 마을이 아이들 교육을 책임지던 대상관계의 회복만이 아이들 달란트를 개발해 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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