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잇는 예술 꿈꾼다

드로잉과 번짐이 있는 유명인사 인물화
스토리가 있는 평택 예술에
쓰임있는 작가 되고 싶어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는 한국화를 전공한 이력을 갖고 있는 최금미술관 최금(54) 작가는 삶이 먼저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예술가다. 그림 좀 그린다 하면 서양화를 그려야 된다고 생각하는 미술계 풍토에서 최 작가가 전공을 바꾼 건 일종의 모험이었다. 우리나라 전통그림인 사군자나 시서화, 산수화를 전혀 못한다는 사실을 어느 날 문뜩 안 순간, 기본부터 배워야겠다고 작정한 최 작가는 ‘번짐’과 같은 매력은 서양화에서 찾기 어렵다며, 자신의 대한민국 미술대전(국전) 첫 입선작도 동양화 기법을 활용한 것이라고 했다.

동서양화를 모두 전공한 최 작가는 유명 인사들 인물화를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사마란치 전 IOC 회장, 자크로게 현 IOC회장, 코오롱 이동찬·LG 구본무 회장, 배용준, 미국 부시대통령 부자·오바마·푸틴·키르기즈스탄 대통령, 말레이시아·쿠웨이트 국왕, 마이크로소프트 부회장 등 누구나 알만한 인물들이 작품 속 주인공들이다.
인물화를 도자기나 동판에 선물용으로 그리기 시작한 건 15년 전 분당에서 갤러리를 운영할 때 삼성 이건희 회장 생일 선물로 그렸던 게 계기가 되었다. 서양화에서 볼 수 있는 드로잉과 동양화 기법으로 번짐이 있는 인물화는, 은근하면서 현대적인 느낌을 주어 작가 가치가 높고, 선물용으로 의미가 있어 재벌이나 국가정상들이 선호한다고 한다.

그렇다고 유명인사 그림만 그리는 건 아니다. 주요 특징만 잡아내는 한국화를 배운 덕택에 빨리 인물화를 그리는 최 작가는 인물화를 생활 속 선물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연필, 크레파스, 붓 등 10여 가지 도구를 갖고 빨리 그리면서 특징을 잘 잡아낸다는 소문 덕택에 지금까지 5만 명 이상의 초상화를 그렸다고 한다. 스스로 ‘쓰임 있는 작가’가 아니냐며 묻는 최 작가는 “그 정도면 기네스북에 오르지 않을까요?”라며 웃는다.

나름대로 명성도 얻고 생활 기반도 닦은 최 작가가 얼마 전 부락산 둘레길 아래 장안동에 미술관을 열었다. 주위에 논과 밭이 있어 개구리 울음소리가 한참인 미술관은 그가 그동안 그려왔던 유명인사들 인물화를 볼 수 있다. 최 작가는 인적도 드문 산자락에 왜 미술관을 지었을까?
“잔칫집에서 사람과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도록 연결시켜 주는 게 음식이잖아요? 예술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게 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어요. 평택에 조그만 미술관 20개만 있어도 ‘평택은 예술도시’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봐요. 서예, 도예, 서각, 서양화, 한국화 등 다양한 미술관들이 조그만 시골집을 빌려서라도 들어선다면 투어도 할 수 있지 않겠어요? 둘레길만 투어 하는 게 아니죠.”

최 작가는 아파트를 벗어난 공동체 예술 공간을 꿈꾸며 미술관을 여는 작가들이 평택에 더 많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작가들이 혼자 갖고 있지 말고 시민과 공유할 수 있도록 잘 기획해서 내놓으면 피카소 못지않은 작가가 평택에서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며, 장 미셀 바스키아(Jean Michel Basquiat, 1960~1988)를 예로 들었다. 뉴욕 길거리에서 낙서(Graffiti)나 하고 생을 마쳤을 바스키아가 ‘검은 피카소’로 불리며 신표현주의 대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건 뉴욕현대미술관이나 엔디워홀 같은 유명인사가 잘 포장해 주었기 때문이다.

즉, 어떤 스토리를 만들어내느냐가 위대한 작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사방 온통 포도밭이던 고덕 율포리에서 나고 자란 최 작가는 조그만 미술관이지만, 고향에 내놓을 수 있어 행복하다고 한다. 생활 속에 예술을 구현하는 최 작가가 갖고 있는 예술이란 무엇일까? “생전에 작품 활동하며 명화를 그리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러나 예술에 삶이 없다면 그게 무슨 의미예요. 배고파야 예술이라며 인물화, 초상화가를 상업작가라고 몰아세우는 건 편견이라고 봐요.” 그는 자신 있게 말한다. “삶이 우선이라고” 살아서 좋은 작품으로 이웃을 행복하게 하고, 생활 속에서 즐기는 예술을 보급하는 것이 자랑스럽다는 그는 누가 뭐래도 ‘내 길 가는’ 쓰임 있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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