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리며 즐거운 문화공동체 만들기 ⑨

자연과 공존하는 행복 마을 꿈꾼다

▲ 우리 아파트는 내가 지킨다! 노인정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쓰레기를 줍고, 나무와 꽃도 가꾼다.

노년을 아름답게
행복을 한 아름 안고 살아요

경제협력개발기구인 OECD에 따르면 한국의 노령화 속도는 매우 빠르다. 하지만 노년층이 설 수 있는 자리는 점차 좁아지고 있고, OECD 국가들 중 노인자살률 1위라는 사실이 우리를 충격에 빠뜨린다.
예전에는 마을 단위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 내 집, 남의 집 할 것 없이 서로 모여 밥도 해먹고, 힘든 일은 서로 발 벗고 나서며 함께하는 삶을 살았다. 그래서인지 나이가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께서는 도시를 벗어나 시골 마을에 사는 게 가장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아파트에서 산다고 다 삭막할까? 단단한 벽으로 나눠져 있어 문을 열지 않는다면 소통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아파트에서도 충분히 어울리며 즐거운 문화공동체 삶을 살 수 있다, 비전2동에 위치한 동성한아름 아파트는 실제로 그런 삶을 살고 있었다. 지나가는 할아버지, 할머니 얼굴에는 환한 웃음꽃이 피어있었다. 어떤 삶을 살면 저렇게 웃을 수 있을까? 잠시 그 안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나는 아직도 청춘이다
어른들이 솔선수범하면 아이들도 따라오는 법

▲ 일년에 한 번씩 여행을 다니며 삶을 즐긴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 신나게 댄스파티!

따사로운 봄날 하하 호호 웃음소리가 크게 들려온다. 어디서 들리는 웃음소리일까 주위를 두리번 거려보니 아파트를 따라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쓰레기를 주우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계셨다. 할머니 뭐하세요? 기자의 질문에 할머니는 웃는다. “쓰레기를 줍지요~ 내가 여든 살이 넘었어. 근데 딱 봐도 정정하지 않아? 집에서 나와 이렇게 쓰레기도 줍고, 수다도 떨고, 배가 찢어지게 웃다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가지!” 그때 나무를 매만지던 할아버지께서 한 마디 하신다. “나는 아직도 청춘이야! 내가 이래 뵈도 한 번도 아파트 쓰레기 줍기 봉사에 빠진 날이 없어. 이렇게 어른들이 솔선수범하면 지나가는 아이들이나 젊은이들이 돕기도 해. 그 모습이 얼마나 좋은지. 나는 하나도 안 힘들어. 그냥 행복해!”

동성한아름 아파트 주민들은 젊은 층도 여러 있지만 대부분이 60대가 넘는다. 처음 입주를 시작한 건 1994년으로 20년이 훌쩍 지나면서 주민들도 함께 나이를 먹어갔다. 어느 누구나 꽃다운 시절이 있고, 세월이 지나면 그 모습대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이곳 주민들도 그랬다. 홀로 사는 할머니들이 많이 계셨지만 같이 밥도 해먹고, 여행도 다니면서 외로움을 달랠 수 있었다고 한다. 아픈 사람이 있으면 죽을 끓여 위로하고, 생일에는 미역국을 함께 먹으며 축하한다. 젊은 사람들은 어른들과 함께하며 지혜를 배운다. 이런 모습들이 봄 햇살만큼이나 따사롭게 느껴진다.

높다란 빌딩 속 작은 숲
눈을 감고 자연을 느껴보자

▲ 잣나무가 작은 숲을 이루고 있어 냄새와 풍경이 독특하다.

하루 종일 높다란 빌딩 속에서 바쁜 하루를 보내느라 몸과 마음이 지친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당연한 듯 살아간다. 내가 살고 있는 곳만이라도 조용히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234세대로 다른 아파트들에 비해 세대수는 작지만 동성한아름 아파트는 그만큼 아기자기한 모습과 함께 작은 숲을 이루고 있었다. 푸른 잎으로 잣나무가 줄지어 있고, 봄이면 분홍 빛깔로 물드는 화사한 벚꽃나무, 노오란 산수유나무가 오순도순 작은 숲을 만들어 마음을 내려놓고 쉴 수 있었다. 솔솔 부는 바람이 좋아 잠시 눈을 감고 가만히 서 있었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나도 모르게 팔을 벌리고 바람을 느꼈다. 따스한 봄 햇살과 바람도 좋았지만 주변의 꽃향기와 나무냄새, 흙냄새가 포근하게 감싸주는 느낌이 무척 좋았다. “아가씨 4월에는 꽃이 많이 펴서 더 예뻐. 그때 또 놀러와. 내가 맛있는 떡도 쪄주고, 시원한 미숫가루도 타 줄게~” 거칠어진 손이지만 본지 기자의 손을 꼭 잡아주는 할머니 덕분에 힘이 난다.

▲ 창고를 개조해 만든 미니 탁구장. 작지만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상구 관리소장

“탁구 한 판 어때요?”

우리아파트는 다른 아파트에 비해 작죠? 그래서 더 가족같이 지내는 편이죠. 자랑하고 싶은 게 있다면 우리 이웃들이에요. 서로 배려하려고 하고, 약속을 참 잘 지켜요.
‘전면주차와 내 집처럼 쓰레기 버리지 않기’를 약속했는데 거의 모든 주민들이 잘 지키고 있어요. 그래서 가끔씩 노인정에서 쓰레기 줍기 활동을 하시는데 별로 주울 게 없어요. 봉사 하시면서 나무와 꽃을 가꾸고, 이야기도 나누며 함께하는데 의미를 두죠. 혹시 탁구 좋아해요?
예전에 창고로 쓰던 곳에 탁구대를 하나 설치했어요. 장소는 협소해도 많은 주민들이 좋아하죠. 날씨도 좋은데 탁구 한 판 어때요?
 

박병순 노인회장

“빵모자 눌러쓰고 마실가자”

기자 아가씨 내 빵모자 어때? 멋지지 않아요? 이렇게 빵모자 딱 눌러쓰고 마실 다니면 얼마나 좋은데! 특히 다함께 모여서 윳놀이라던가, 10원짜리 화투치면 그렇게 재미있어.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마냥 좋고, 행복한거지. 요즘 사람들 보면 함께 한다는 의미를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세상 살기가 고달파서 그런가? 어쩔 때는 너무 안쓰러워서 눈물이 날 것 같기도 해요.

힘든 거 혼자 안고 있으면 너무 무거워요. 힘든 것도 조금씩 나누면 훨씬 빨리 지나갈 텐데. 대신 행복하고 즐거운 것도 함께 나누면 되잖아? 사람 사는 게 다 그런 거야. 어떻게 매일 즐겁겠어? 아프고, 힘든 일 있는 게 자연스러운 거죠. 그러니까 다들 집에만 웅크려 있지 말고 나와서 같이 마실가자고~
 

유강석 노인회 총무

“노인정에선 내가 최고 요리사”

요즘 살면서 언제 기분이 제일 좋은 줄 아세요? 내가 만든 음식을 여기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맛있게 먹어줄 때, 저는 그때가 제일 좋아요. 내 나이 76인데 내가 여기서 막내라우. 그래서 내가 애교도 부리고, 간식도 만들고, 식사도 챙겨드리지요. 가장 자신 있는 음식은 부침개! 노릇노릇 맛나게 구워드리면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다들 좋아하니까 내가 더 기분이 좋아요. 양보가 많이 힘든가요? 욕심을 살짝 내려놓고, 아주 조금씩만 나누면 되는 건데. 이렇게 살면 웃을 일도 더 많아지고,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어요. 처음이 어렵지, 다들 시작해보세요. 조금씩 내려놓는 삶. 나이 먹은 어른이 해줄 수 있는 거라곤 지혜와 덕담뿐이죠. 이걸 귀담아 듣고 실천하는 젊은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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