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활한 교섭 돕기 위해 결심”

이창근 씨, 101일 만에 쌍용차 굴뚝농성 풀어
쌍용차지부, “이제는 회사측에서 화답해야”

▲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70m 높이 굴뚝에서 농성을 이어온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책기획실장이 농성 101일째인 23일 낮 농성을 풀고 굴뚝을 내려오며 그동안 응원했던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이 실장은 “노·노·사(쌍용차기업노조·금속노조 쌍용차지부·회사) 교섭이 잘 진행 중인데, 굴뚝 농성이 자칫 원활한 교섭 진행에 걸림돌이 되지 않나 싶어 내려간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내려오기 직전 쌍용자동차 굴뚝에 ‘나도 사랑해’라고 썼다. (사진=문영일 기자)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서 굴뚝 농성하던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책기획실장이 23일 오후 굴뚝을 내려왔다. 희생자 명예 회복과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굴뚝에 오른 지 101일만이다. 이 실장은 23일 낮 땅으로 내려오기에 앞서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굴뚝에 올랐던 마음처럼 최종식사장과 중역 그리고 사무관리직, 현장직 옛 동료만 믿고 내려간다”고 밝혔었다.

이 실장은 “26명의 숨진 해고노동자들과 복직 노력과 투쟁을 차마 놓을 수 없는 쌍용차 해고자들이 있다. 그들이 복직되고, 공장 안팎에서 자신의 꿈과 내일을 펼칠 수 있길 진심으로 기원한다”며 자신이 굴뚝에 오른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 날 약속한 10시 반이 조금 넘으면서 경찰은 두 대의 사다리차를 대기시켰고, 이 실장은 옷과 담요, 쓰레기 등을 아이스박스에 담아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짐을 다 내리고도 한 시간 넘게 굴뚝을 내려오지 않아 한 동안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었다.

12시 40분경 영상으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이 실장은 “노·노·사(쌍용차기업노조·금속노조 쌍용차지부·회사) 교섭이 잘 진행 중인데, 굴뚝 농성이 자칫 원활한 교섭 진행에 걸림돌이 되지 않나 싶어 내려간다”고 밝히고, 이유일 전 사장에 대한 미움도, 최종식 신임 사장에 대한 야속함도 없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처음 굴뚝에 올랐을 때 회사와 사내 동료들을 믿지 못했다는 사과와 함께 “최종식 사장과 중역, 생산직 동료들을 의심 없이 믿고 나니 땅 밟을 용기가 생겼다”면서 고마움을 전달했다. 또한, 쌍용차지부 동료들에게도 자신의 “생애 가장 치열했던 시간에 여러분이 없었다면 벌써 도망쳤거나 집안에 틀어박혀 한탄의 세월 보냈을 것이다”라며 그 점 깊이 감사하고 새기겠다고 밝혔다.

▲ 굴뚝에서 내려온 직후 이창근 정책실장(맨 왼쪽)

영상통화에서 이 실장은 쌍용차지부 해고노동자와 가족들과 함께 공장 정문에서 남은 이야기를 하겠다고 밝힌 후 굴뚝을 내려왔다. 그러나 체포영장을 발부한 경찰은 업무방해 및 주거침입 혐의로 이 실장을 체포하고, 조사에 앞서 건강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119구급차로 굿모닝 병원으로 후송했다.
굴뚝 아래에서 이 실장을 기다리며 기자회견에 함께 했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권영국 변호사는 “도주와 증거인멸의 위험이 없고, 사측에서 손해배상 소송취하를 낸 마당에 체포영장 발부는 강행하지 말아야 한다”며 경찰 대응이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이 실장과 함께 굴뚝농성을 하다 89일째인 지난 11일 내려 온 김정욱 쌍용차지부 사무국장을 업무 방해 및 주거침입협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굴뚝농성 해제를 기해 공장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준비했던 쌍용차지부(지부장 김득중)는 “이창근 실장이 소통의 가치를 믿는다며 내려왔는데, 이제는 회사가 화답할 차례다”며 26일 7차 교섭에서 노사 대립과 갈등 해소를 위한 결단을 촉구했다. 경찰의 체포영장 발부로 기자회견이 무산되었지만, 이 실장은 상황을 예견한 듯 SNS에서 가족과 그동안 연대했던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땅 밟는 즉시 체크아웃하고 죄 있다면 받겠습니다”고 밝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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