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리며 즐거운 문화공동체 만들기 ⑥
공기좋고 인심좋고... 전원생활이 따로 없어요!
주민자치센터 통한 ‘우리동네문화’ 만들어
주민 생활 밀착형 관리, 신뢰 바탕한 아파트 살림
단지 문턱 넘어 함께하는 칠원동으로

인구밀도는 높고 국토 면적이 작은 우리나라는 자연스럽게 공동주택문화가 발달 할 수 밖에 없다.
옆으로가 아닌 위로 높아지는 주거형태를 띠는 공동주택은 세월따라 다양한 형태와 개성으로 무늬를 달리해 오며 발달해왔는데, 현재에 이르러서는 주상복합형태의 고층아파트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무늬는 달라도 공동주택이 갖는 특징은 어느 공동주택 유형이든 지니게 마련, 생활의 편리함이라는 기능적인 장점을 갖는 동시에, 개인주의와 소통의 부재, 이에 따른 인간관계 속 갈등이라는 사회적 측면의 고질병을 야기시키고 있다.
대한민국 인구의 반 이상이 공동주택에 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진대, 위와 같은 고질병을 그대로 안은 채 국가사회와 문화의 발달과 성숙을 논할 수도 없을 뿐더러, 세계가 한 지붕이 된 현대를 어깨동무하며 진일보하기는 더더욱 쉽지 않을 것이다.
공동주택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건강한 공동체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어떻게 하면 콘크리트의 차가운 벽을 넘어 서로 어울리며 즐거운 아파트생활을 할 수 있을까?
여기는 우리동네 놀이터,
배움과 소통으로 즐거워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가 들려온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사각형으로 시원하게 넓은 방, 잔잔한 조명 아래, 15명 남짓 여성들이 느긋하게 몸의 근육들을 풀며 요가매트 위에서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 한 낮이라 밖은 화창하고 시간이 흐르는 소리가 생생한데, 이 곳은 잠시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한 고래 뱃 속 같다.
“차분한 분위기가 꽤 괜찮죠? 이 시간이면 한바탕 아침전쟁 치르고 집안 정리 좀 되고 난 다음이죠. 요가를 통해 긴장된 근육과 신경을 풀어주면서 심신을 안정시키면 이후 시간이 정말 행복하답니다.” 손나경 요가반 총무의 말이다.
이 곳은 칠원동 동광아파트 옆 송탄주민자치센터, 주민센터 프로그램 중 요가반 강의가 한 창 진행 중이다.
“여기처럼 주민센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곳도 아마 없을 거예요. 저처럼 동광아파트 주민 뿐만 아니라 이 지역 주민들이 참 많이 애용하지요. 우리 요가반은 2010년 3월부터 시작됐는데요, 40대에서 최고령 70대까지 어머님들이 주로 오십니다.”
요가반과 더불어 에어로빅, 다이어트댄스, 스포츠댄스, 풍물, 퀼트, 퓨전난타, 아코디언 등 주민들의 개성과 취미에 맞는 다양한 수업이 일주일을 쭉 둘러 알찬 프로그램으로 마련되어 있다.
“주민센터 이용이 활발하다보니 굳이 아파트주민이니, 단독주택에 사니 등등의 문제는 우리와 거리가 먼 것 같아요. 그래서인가? 오히려 지역 주민들과 허물없이 지내게 되는 가 봐요.”
조용한 가운데 간혹 안부를 묻는 속닥거림 속에서 두루미자세도 만들어 지고, 박쥐자세로 호흡을 고르며 집안일로 뭉쳐진 근육들의 피로를 훌훌 날려버리는 요가반을 뒤로 하고 동광아파트로 들어선다.
산으로 병풍 두른 동광마을
입주민 한 사람까지 챙기는
‘직접가는 생활서비스’
평택시 칠원동에 위치한 동광아파트는 2003년 11월 임대아파트로 입주가 시작되었고, 5년 이후 분양이 이루어진 아파트이다. 가장 특이한 점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3면이 산으로 둘러싸였다는 것이다.
“공기가 참 좋아요. 아파트 환경치고 이렇게 공기 좋은 곳은 드물 것 입니다. 아파트 주변을 그냥 걷기만 해도 산책이 되는데, 그냥 산책이 아니라 등산로를 따라 걷는 느낌? 전원생활이 따로 없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동광아파트 유진만 입주자대표회장이 말하는 사이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소리가 어디선가 들리는 듯하다. 10년째 동광아파트와 동거동락했다는 유 회장, 세상이 급변하다보니 부모모시는 세대에서 분리되어 세대별로 따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아짐에 따른 문제들이 생겨난다는데,
“공기 좋은 우리 아파트의 또 다른 특징은 독거 어르신들이 다른 곳에 비해 많이 사신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노인회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고요, 생활 부분에 있어서도 특별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 그거였구나~ 동광아파트 관리사무소 한 쪽 벽에는 전구, 싱크대 각종 부품들이 진열되어 있는데, 혼자 생활하시는 어르신들의 편의를 위해 아파트 직원들이 전구도 갈아드리고 싱크대 및 화장실 설비도 점검해 준단다.
“관리실에 미리 연락만 하시면 즉시 출동하지요. 어르신들이 정말 좋아하십니다.”
문턱없는 아파트

작년에는 ‘10주년 입주기념 한마음잔치’도 열렸다. 낮에는 알뜰 바자회로 먹거리와 살거리, 볼거리를 통한 즐거운 주민잔치가 되었고, 저녁에는 심장병 및 소아암 어린이 돕기 자선 모금행사를 가졌다.
“아파트주민 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에 사시는 많은 분들이 정말 대단한 호응을 보내주셨습니다. 행사를 준비하면서 지난 10년 세월이 고스란히 드러나더라고요. 그동안 발로 뛰며 보낸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구나 느껴지니 저 또한 보람되고 감사했지요.”
아파트기금으로 준비할 수도 있는 행사를 오직 후원금으로 진행하였다는 유진만 회장은 아파트 위탁업체의 후원 및 상가를 일일이 찾아가 행사지원을 부탁하는 동안 크든 작든 도움의 손길을 보태는 분들이 모두 동광식구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10년 동안 입주자대표로 있었다니 독재아니야? 생각하실 겁니다. 하하... 당시에는 주택법에 입주자대표회의 등의 규정이 없었던 때라 가능했지요. 오는 4월 회장 임기가 끝납니다. 지난 해 행사를 준비하면서도 느낀 거지만, 우리 아파트는 아파트라는 주거형태를 모든 활동의 근거로 삼지 않습니다. 칠원동에 함께 사는 우리는 모두가 한 동네 사람들이지요. 지난 10년을 그렇게 보냈고요.”
문턱없는 아파트, 지역 주민들이 함께 어우러지며 즐기고 나누는 모습이 마을공동체의 모범답안이 아닐까.
가까운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실무 운영, 세대의 특성에 맞는 적절한 방법을 모색하고 추진하는 아파트, 동광. 아파트 단지를 넘어 마을 주민들이 모두 하나되는, 아름다운 지역문화를 만들어 가는 ‘동광만의 방식’을 찾은 것이다.
유진만 동광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발로 뛰어다닌 10년, 주민들에 더 감사해

10년이 금방 지나갔네요. 칠원동 모든 주민들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일해 왔습니다.
무엇보다 관계가 중요하기에 주민들의 신뢰를 쌓아가는 것에 중점을 두었는데요, 그래서 우리 아파트에는 관리사무소와 입주자대표회의실 모두에 아파트관련 모든 재무서류들이 비치되어 있습니다.
주민들이 생활하시다가 궁금한 사항이 생기면 언제든 열어 볼 수 있지요. 전구 하나, 수도꼭지 하나까지 내 집이라는 마음으로 살림하는 동광입니다. 얼마 전 부당이익금 약 14억에 대한 승소판결을 받았습니다. 대략 3년을 싸워 온 결과 얻어 낸 값진 열매지요. 630여명의 재산을 지킬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앞으로도 우리 동광은 주민들이 즐거운 아파트, 한 번 들어오면 절대 나가고 싶지 않은 따뜻한 아파트, 살기좋은 칠원동을 만들어가는 참여하는 아파트가 될 것입니다.
손나경 요가반 총무
우아~한 요가로 나마스테(안녕)... 수다꽃도 피워요

일주일에 두 번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빠르게 흐르는 시간이 잠시 정지합니다. 15여명의 주부들이 잠시 일상을 내려놓고 주민센터 요가반으로 모이지요. 편안하면서도 깊은 호흡 속에서 심신을 가라앉힙니다. 밀린 빨래도, 아이들이 맡겨놓은 숙제들도, 정리되지 못 한 가계부도 이 시간을 넘보지 못하지요. 우리 동네처럼 주민자치센터 문턱이 닳아있는 곳도 없을 겁니다. 정말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었고요, 모든 반들이 활발히 움직입니다. 공동주택문화라고요? ‘우리동네문화’ 라고 하고 싶습니다. 아파트다, 단독주택이다 하는 주거유형에 따라 구분지어 말하기 보다는 한 동네에서 함께 살아가는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분위기라고 할까요? 그래서인지 주민센터 프로그램도 주민들이 자발적인 건의에 의해 만들어지고요. 만나서 취미를 공유하고 생활에 관한 다양한 정보도 나누고...우리는 한 동네사람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