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염원 안고 석 달 열흘,  베를린에서 DMZ 까지
100일, 1만5000킬로미터 유라시아 자전거 종주

원코리아 뉴라시아 자전거 평화 원정대  One Korea New-eurasia

“하루 100~120킬로를 시속 20~25킬로로 달렸는데, 선수 생활할 때보다 단기간에 많이 탄 거 같아요”
작년 8월11일부터 11월20일까지 석 달 열흘, 100일 동안 독일 베를린을 출발해 폴란드, 발트3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몽골, 중국 등 9개국을 거쳐 1만5000여km를 달린 ‘원코리아 뉴라시아(One Korea New-eurasia) 자전거 평화 원정대’ 7명 중 한 명이었던 안영민(25) 씨의 말이다. 자전거 원정대원 7명, 동행 취재기자단과 운전기사, 팀 닥터, 현지 가이드 등 30여 명과 함께 했던 이야기를 전하는 안 씨는 종주를 마친 지 두 달이 지났는데도 당시 감동을 그대로 떠올렸다.

안 씨는 효명중을 거쳐 평택고등학교와 한국체육대학교에서 체육특기생으로 공부했던 MTB(산악자전거) 국가대표 선수출신이다. 평택 출신의 이환렬(33) MTB 국가대표 감독이나 유다정(23) 선수 등이 안 씨와 함께 운동했던 이들이다. 자전거 대륙종단 도전은 모 일간지 광고를 본 아버지의 권유가 계기가 됐다. 선발 과정은 MTB 국가대표 선수 출신인데다 자전거와 자동차 수리에 일가견을 갖고 있던 안 씨에게도 버거웠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고 한다. 6천 명이 넘는 지원자 가운데 20명이 우선 선발됐고, 그 중에 7명이 면접과 체력테스트를 거쳐 뽑혔다. 최종 선발된 이후 안 씨는 대학졸업을 앞두고 있었지만, 과감하게 100일 일정의 자전거 원정대에 함께 했다. 평화와 통일이라는 자전거 종주 취지가 맘에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같이 했던 대원들 면면을 보면, 히말라야 8000m​ 이상 14좌를 세계 최단기간 무산소 등정에 성공했던 산악인 김창호(45), 국내 산악인 중 최연소 7개 대륙 최고봉 등정에 성공한 김영미(34) 씨 등 자기 분야에서 최고 소리를 듣는 이들이었다. 거기에 한국 MTB 1세대로 불리는 가수 김세환(66), 연예계 소문난 자전거 마니아인 가수 김창완(60), 야구스타 출신의 양준혁(45) 야구해설위원 등 문화·스포츠 분야 명사들도 함께 했다.

그런 이들과 호흡을 함께 하며 100일을 보낸 안 씨에게 1만5000킬로 자전거 종주는 어떤 의미를 안겨주었을까? 어릴 적부터 자전거를 타왔던 안 씨 입장에서는 날씨 변화가 심해서 몸이 힘들 때도 있고, 카자흐스탄을 지날 때는 추위 때문에 무릎 통증을 느낀 때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코스나 거리 자체는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천천히 가는 게 힘들었다고 하는 게 맞는 말이었다. 안 씨는 다른 대원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인생에서 가장 값진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레이스에 익숙한 선수 입장에서 보면, 하루 100킬로는 한 시간도 안 되는 거리거든요. 그런데 이번 종주가 통일 염원을 담았잖아요. 마을을 지날 때마다 태극기를 나눠주고, 문화행사도 하면서 다른 이들과 함께 가기 위해 배려와 희생, 인내와 협동심을 많이 길렀다고 봐요”

100일간 찜통더위와 혹한, 모래바람 속에서 평화와 통일을 염원했던 안 씨는 근육이 다 빠졌다는 지금도 허벅지가 여느 여성 허리보다 굵다. 대학 2학년 때 전문 운동선수의 길을 접었다는 그는 이제 또 다른 꿈을 꾼다. 같이 했던 이들이 다들 저명 인사였는데, 그들에게서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진리를 배웠다고 한다. 그래서 안 씨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비전을 두기로 했단다. “평택에 신도시가 건설되면, 그곳에서 자전거 관련 사업을 펼치고 싶어요” 유라시아 자전거 종주 경험은 안 씨에게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겸손을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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