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부터 사회적 약자까지
어루만져주는 따뜻한 시선

중년을 훌쩍 넘기고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던 황순옥(65) 시인이 첫 시집 ‘오래된 체온’을 출간했다. 제목이 암시하듯 시 한 편 한 편 사람을 보듬을 줄 아는 따뜻한 시선이 온돌처럼 깔려있다. 부모와 가족에 대한 헌사의 마음이 깊고 담담한 어조로 그려져 있다. 이는 황 시인이 여자로 아내로 어머니로 며느리로서의 인생항로를 잘 살아냈다는 것을 대변한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사회적 약자까지 살펴보는 폭넓은 시선이 따뜻하다.

황 시인은 시를 쓰면서 가장 행복했을 때를 회고하며 이렇게 말한다. “가족이나 다른 사람들이 내 시를 읽고 조금이라도 가슴이 따뜻해지면 좋겠습니다. 가정이 순탄해야 문학도 순탄할 수 있어요. 사소한 것들의 소중함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작은 일들이 주는 감동에 가슴이 저립니다. 그런 감정조차 사랑합니다. 그런 것들을 글로 쓰면서 행복했습니다.”

거실 한 쪽/언제 벗어놓았는지/흩어져있는 옷들을 주섬주섬 챙기다가/문득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발견 한다/시어머니, 늘 한 뼘 더 삶의 안쪽에서 서성이던 그림자/그럴 때면 장롱 구석에서 자고 있던 꽃버선이 걸어 나오고/잊고 있던 체온이 가슴 속으로 스며드는 걸/오래도록 나는 어쩔 수 없이 받아내곤 한다<중략> 곡선까지 누렇게 바랜 꽃버선 한 켤레/어쩌면 꽃버선이란 이승을 건너가는/신발이 아닐지도 모른다//가끔 기억 속, 주름을 펼치면서/오늘도 꽃버선은 장롱 안쪽에서 또 다른 강을 건너는 중이다  <오래된 체온 부분>

여자와 여자와의 관계 중에서도 고부관계는 어쩐지 멀게 느껴지는데, 황순옥 시인은 시어머니가 아껴 입던 고쟁이에서 꽃버선에서 오래된 체온을 느끼며 지난 시절을 돌아보고 있다. 이 또한 지금은 세상에 없는 시어머니에게로 따뜻한 연민의 정을 보내는 것이다.

친정어머니를 향한 기억들을 들추며 “추운 겨울 밖에서 일하는 내 손가락보다/어머니의 가슴은 늘 시리고 아팠”음을 감지하고 “거친 피부만큼이나 까칠한 낡은 장롱” “한 때는 푸른 숲이 가득했던 안방과/ 봄 햇살이 흥건히 고여 있던 거실을/짓무른 눈빛으로 바라보며/헐벗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우물거리던” 어머니를 회상하고 이렇게 성찰한다. “궁색한 변명들이 다 무언가/울컥 목젓 을 찌르며 피 한 방울 삼키”고 어머니가 돌아서던 골목길조차 시리는 것을 가슴으로 절절히 느끼며 아버지를 반추하고 있다.

아버지의 얼굴에서 바다가 보였다/늘 파도가 치고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중략>집안의 봄은 한순간 들판으로 옮겨졌고/아버지의 바다는 가을까지 들판에서 출렁이곤 했다/날마다 새벽이면 무릎 꿇고 기도하시던 아버지/무릎을 꿇고 있어도 천박해지지 않는 아버지의 의지 <아버지의 바다 부분>

황순옥 시인은 현재 한국문인협회 회원, 평택문인협회 회원 시원문학동인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배두순 시민기자dsoonbae@daum.net

키워드

#N
저작권자 © 평택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