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은 ‘나눔’입니다”
14년 한결같은 ‘이웃사랑’ 마음
4천명 배고픔을 한 번에 채워주는 밥차로 전국 누벼

“벌써 한 해가 다 갔네요. 올 해는 다른 어느 때 보다도 많이 힘들고 또 많이 울고 웃었던 것 같아요.” 봉사단체 SM(스페셜 멤버스)클럽 이영근 회장이다. 2000년에 창단된 이후 지금까지 SM과 함께하고 있다는 이 회장에게 올 해는 특별하다.
“아주 오래 전에는 운수업을 운영했었지요. 꽤 규모가 컸었는데, 2004년도 부도를 맞고 상당기간 힘들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SM클럽과의 인연을 끊을 수 없었습니다. 당장 힘들어졌다고 그만 둔다면 그 동안 우리 가족이 함께 해 왔던 봉사가 아무런 의미가 없어져버리는 것이니까요. 나 보다 훨씬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하면서 새 힘을 얻고 다시 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근 10여년을 이 클럽과 함께 해 오면서 올해는 회장직을 맡게 되었는데, 꽃피는 4월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지요. 당장 밥차를 끌고 진도로 내려갔습니다.”
눈으로 보면서도 그 비참한 현실을 믿을 수 없었다는 이 회장은 함께 동행한 SM클럽 회원들과 함께 3000여명의 유가족들에게 아침과 점심, 저녁 식사를 제공하며 뼈 아픈 슬픔과 아픔을 함께 했다며 지난 기억을 더듬는다.
“사고가 난지 얼마 안 된 터라 현장에는 그야말로 아무 것도 준비되지 않았었지요. 첫 끼니는 진도 현지에서 재료를 마련할 수 있었지만, 다음부터는 3000명이 넘는 인원을 충분히 먹이기에는 너무도 부족했지요. 이리저리 발을 동동구르다가 결국 근처 목포에서 음식 재료들을 공수하게 되었지요.”
대한민국 전체를 슬픔의 도가니로 빠뜨린 ‘세월호 사건’에 밥 한끼로라도 함께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는 이 회장은 당시를 생각하며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SM클럽은 80여명의 회원들로 구성된 순수 봉사단체이다. 2대의 밥차를 보유, 짜장면, 떡볶이 등 분식은 물론 한 끼의 따뜻한 밥을 지어 지역 내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하는 ‘식사 봉사대’라 할 수 있다.
“처음에는 300인분도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엄청난 양의 면이 제대로 잘 익었는지 조금만 망설여도 전체가 금방 불어 버린답니다.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난 지금은 1000인분이요? 4000인분도 이제는 금방입니다, 하하~”
시 또는 정부의 어떤 지원금도 받지 않고 오직 매달 걷히는 회비와 후원금 및 기부금으로 운영된다는 SM클럽은 지나 온 14년 동안 한결같이 ‘어려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섬긴다’는 마음으로 봉사해 오고 있다.
“사람이란 참 그렇더군요. 없을 때 하지 못하면 있어서는 더욱 못하게, 아니 안하게 되더라고요. 어려워도, 부족해도 나 보다 더 힘든 이웃들에게 내가 가진 조금을 나눈다면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커지게 된다는 것을 10여년 이 일을 해 오면서 깨닫게 된 진리입니다.”
가장 큰 힘이 되어 준 아내가 제일 고마워
나 아닌 다른 사람,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의 어려움을 내 것처럼 느끼고 힘을 보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가정을 이끄는 가장이라면 더욱 어려울 텐데.
“팔불출이라 해도 어쩔 수 없네요. 이 세상에 태어나 제가 가장 잘 한 일은 옆에 있는 우리 아내와 결혼한 것입니다. 봉사는 혼자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아내의 절대적인 응원과 도움이 없었다면 결코 지금까지 이 일을 해 올 수 없었을 것입니다. 집안 사정이 어려울 때조차도 밥차를 끌고 국내 전역을 돌아다니는 제게 단 한 번 아쉬운 소리 한 적 없지요. 오히려 특유의 웃음으로 한없이 미안한 제 마음을 위로해 주었지요.”
이영근 회장의 아내 김정아 씨는 서정동 복창초등학교 앞에서 ‘토담 갤러리’라는 도자기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평택 농악 전수자이기도 한 그녀는 향기 그윽한 난(蘭) 차를 내밀며 수줍은 듯 바알간 미소를 머금는다.
“봉사는 이제 우리 가족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우리 세 아이들도 어렸을 때부터 아빠, 엄마와 함께 다니며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손잡고 밥도 같이 먹고 하며 자랐지요. 그래서인지 늘 바쁜 우리 둘을 가장 잘 이해해주는 든든한 보물이지요.”
국내외 공연으로 바쁜 나날 속에서도 도예를 배워 얼마 전 갤러리를 열게 된 김정아 대표, 자기만족을 넘어 노후까지도 미리 챙기는 야무진 지혜로움을 엿볼 수 있다.
“고개를 들어 보니 2014년 끝자락에 와있네요. 슬프고 아팠던 올해지만 그래도 지나가는군요. 함께 견디면 어떤 어려움도 지날 수 있다는 것을 절실히 배울 수 있었던 올해 였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가족은 SM클럽과 함께 이웃과 나누는 삶을 계속 할 것입니다.”
이영근 회장은 이제 회장직을 내려놓고 평 회원으로 돌아간다. 평범함이 가장 어렵다고 했던가? 평범한 가정의 가장으로, 한 아내의 남편으로, 세 아이들의 아빠로서, 그리고 SM클럽의 회원으로서 더욱 멋진 삶을 살아가게 될 이영근 회장의 2015년을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