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내려놓고 져주는 걸 배우는 시간
“실기에 충실한 미술 수업, 예술 감각 키웁니다”

진위고등학교 이태용 미술 선생님은 유화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고 전위적인 조각 작품도 제작하고 발표한다.
“학교에 제가 조각한 작품이 몇 개 있어요. 학생들에게 ‘이거 내가 만든 거야’ 하면 아이들이 ‘정말이요?’하면서 자세히 보고 만져보고 관심을 가집니다.”
이태용 선생님은 갈수록 예체능 교육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특히 미술은 이론과 함께 실기를 할 시간이 보장되어야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미술 실기는 눈에 보이는 걸 그려낼 수 있도록 하는 시간입니다. 비례를 재고 형태를 잡고, 선을 그리는 것을 배우기 위해 석고 데생을 하고 수채화를 하면서 명도 채도를 익힙니다. 수업 시간이 부족하니 이 과정을 다 따라갈 수 없어서 정말 안타깝습니다.”
이 선생님은 부족한 시간이지만 실기에 충실한 수업을 하려고 애쓴다. 학생들에게는 이렇게 익힌 예술적 감각으로 옷도 잘 입고 화장도 잘 할 수 있는 거라고 농담하면서 수채화도 그리고 데생도 한다. 봉고차를 빌려 학교에서 가까운 도예 공방으로 직접 학생들을 데리고 가서 도자기를 빚고, 한국화가인 부인 김은숙 씨를 외부 강사로 초청해 사군자 수업도 진행한다.
더 좋은 미술 수업을 위해 2000년에는 동료 교사들과 함께 평택교원미술연구회를 창립했다. 좋은 미술 수업을 서로 공유하고 미술교사들의 전시도 하자고 뜻을 모은 초 중 고 교사 30여 명이 모여 시작한 연구회는 지금도 활동하고 있다.
이태용 선생님은 송탄에서만 9대째 거주하는 송탄토박이다. 1993년부터 진위고에서 일하면서 인간과 자연에 대한 탐구를 주제로 한 작품들을 제작해 왔다. 교직에 있으면서 작품 활동을 하기가 쉽지만은 않아 주로 깊은 밤과 새벽시간에 작품 활동을 하게 된다고 한다. 동료교사에게 용접 기술을 배운 후부터는 스테인레스를 자연 그대로의 돌과 매치해 새로운 이미지를 탐구하는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이태용 선생님은 요즘 ‘져주는 기술’이라는 말에 관심이 있다고 한다.“아직도 학생들과 싸우는 아저씨입니다.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 욕심이 있으니 제가 사나워지는 거겠지요. 나이 들어가면서 나만의 고집을 피우지 말자고 다짐합니다. 이제 욕심을 내려놓고 져주는 걸 배우는 시간이죠.”
이태용 선생님이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져주는 기술’이란 결국 선생님이 그림과 조각으로 표현하고 싶다고 말한 인간과 자연의 평화에 닿아있다는 느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