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사진으로 아이들과 함께 전시회 열고 싶어"
“일년에 만 장 정도 아이들 사진을 찍어요”


활짝 웃는 아이들 사진이 교실 앞 한쪽 벽면에 나란히 달려있다. 지장초등학교 1학년 1반 노정권 선생님과 아이들이 공부하는 교실이다. 사진 찍는 이를 향해 동그란 눈을 뜨고 ‘자, 찍으세요’ 하며 바라보았을 아이들의 마음이 사진 한 장 한 장에서 고스란히 느껴진다.
노정권 선생님은 일주일에 서너 번은 아이들 사진을 찍는다. 일 년 동안 꾸준히 찍은 사진은 학년 말이면 성장 앨범이 되어 아이들에게 돌아간다. 2003년부터 매년 전자 앨범을 만들었으니 이미 십년 넘게 하고 있는 일이다.
“처음 디지털 카메라를 장만하면서 내가 만나는 아이들을 찍어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사진을 더 공부하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교육적 활동으로 풀어내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노 선생님은 2008년부터 중앙대 평생교육원에서 3년 과정으로 사진을 공부했다. 지금은 강사 선생님을 모시고 스터디 그룹에서 사진을 계속 공부하고 있다. 교실에서는 아이들 사진을 활용한 수업을 하고 있다. 절반만 인화된 아이들 자신의 인물 사진을 주고 나머지 빈 공간에 자기 얼굴을 그려보는 수업도 하고, 예술 사진을 감상한 후 이야기를 만들어보는 수업도 하고 있다. 요즘에는 아이들에게 카메라를 빌려주고 사진을 찍게 하고, 아이들이 찍은 사진을 함께 보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사진의 가치가 기록을 남기고 추억을 떠올리는 것만이 다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진을 통해 생활을 발견하고 이야기를 만들어내면서 아이들이 사진을 예술로 느끼기를 기대합니다”
노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다양한 예술 사진을 보여주고 감상하는 시간을 갖게 한다. 각자의 눈으로 사진을 보고 스토리를 만들면서 상상력을 키우는 시간들을 통해 처음에는 낯설어하던 아이들도 서서히 생각을 확장해가는 걸 확인하게 된다. 아이들이 감상하는 사진 한 장이 후에 사진가가 될 아이의 감성을 깨울 수도 있고 어른이 된 후에도 사진 감상능력은 충분히 길러질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한다.
“사진을 활용한 수업이 특히 인성교육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찍어 오는 사진은 대개 가족과 친구를 찍은 인물 사진입니다.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자세히 들여다 보는 것, 사진 찍기는 결국 피사체에 대한 애정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사진보고 이야기 쓰기, 나머지 얼굴 그리기, 천사 만들기, 장래 희망 만들기 등 사진을 활용하는 학급 운영에 대한 컨설팅을 하고 외부 강의를 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노 선생님은 사진으로 공부하는 커리큐럼을 만들어 여러 선생님들과 나누는 것을 계획하고 현재 진행중이다.
노 선생님이 일년에 찍는 아이들 사진이 만 장 정도라고 한다. 컴퓨터 파일을 열어 보여주는 아이들 사진은 끝도 없다. 사진 찍는 것이 익숙한 아이들이 보여주는 표정, 누구에게나 쉽게 보여주지 않는 표정을 잡아내는 것이 노 선생님이 찍는 아이들 사진의 특징이라고 한다. 언젠가 아이들 사진으로 아이들과 함께하는 전시회를 해보고 싶다는 노정권 선생님의 꿈을 응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