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평택주민, 다문화 이웃 혹은 이방인…?

본지는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행정투명성과 지자체 예산 감시를 실현하고, 지역사회에 정보공개 청구를 통한 활발한 시민운동을 기대하며 ‘정보공개 청구 왜 필요한가’라는 제목으로 행정정보 공개 관련 기획특집 기사를 싣고 있다. 지난 주 ‘행정의 적절성·형평성 판단하기-음악·미술 등 공연·전시에 치중된 사회단체 보조금 지원’은 적절한 지원여부와 후속 작업으로서의 투명한 성과 평가와 검증 필요성에 대한 지적은 많은 독자들로부터 갈채를 받았다. 이번 호에는 ‘외국인 주민을 어떻게 봐야 하고, 그에 따른 예산 편성과 정책’을 살펴보고자 ‘평택시 외국인 체류 현황과 관련 예산’ 공개 청구 결과를 보도한다.

외국인주민, 이주노동자·중국동포·결혼이민자 순

예산 편성에 형평성 없고, 다문화가족에 치우쳐

문화예술 분야 외국인은 0명

예전에 평택에서 외국인은 주한미군 기지를 중심으로 한 미군을 의미했으나 지금은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이미 우리 곁에 바짝 다가 와 있다. 본지가 평택시에 정보공개 청구하여 받은 ‘평택시 외국인 주민 현황과 예산’을 바탕으로 외국인 주민을 어떻게 봐야 할지와 그에 따른 정책을 살펴보고자 한다.

백명 중 다섯 외국인 주민, 앞으로 더 많아질 것

외국인주민 21,658명, 평택인구의 4.87%

평택시가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금년 1월 1일 기준으로 외국인주민(장기체류 외국인·귀화자·외국인주민 자녀 포함)은 21,658명이다. 이는 평택인구의 4.87%에 이르는 숫자다. 이 수치는 전국 대비 1.25%, 경기도 대비 4.47%를 차지하는 수준이지만, 앞으로 그 비중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백 명 중 다섯은 외국인인 평택에서 외국인을 보는 것은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닌 일상이 되었다.

등록 외국인(15,715명)을 체류자격(결혼이주민 포함), 즉 취득 비자에 따라 살펴보면, 금년 6월말 기준으로 ▶이주노동자 비전문취업(E-9) 5,357명(34%) ▶ 재외동포 방문취업(H-2) 4,641명(29.5%) ▶ 결혼이민자(F-6) 1,567명(9.9%) ▶ 영주권자(F-5) 1,201명(7.6%) ▶ 예술흥행(E-6) 372명(2.3%) 순으로 나타났다. 그 밖에 결혼이민자와 관련하여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들은 ▶ 방문동거(F-1) 810명 ▶ 거주(F-2) 479명 ▶ 동반(F-3) 201명이 체류하고 있어 이 또한 천 명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등록 외국인 현황을 통해 이주노동자와 재외동포가 9,998명으로 전체 등록 외국인의 63.6%로 가장 많은 분포를 보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등록 외국인에 한하는 것으로 미등록 외국인을 포함하면, 그 숫자는 훨씬 더 많을 것임을 알 수 있다.

한편 등록 외국인 현황에서 평택 지역이 특이한 점은 문화예술(D-1)비자와 취재(D-5) 비자 취득자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이는 평택이 외국인들에게 문화적인 매력이 없는 문화 불모지라는 인상을 줄 수 있고, 주한미군과 같은 전국·국제 이슈가 상존하는데도 불구하고 취재 비자 취득자가 없다는 것은 평택이 대외 언론 접촉과 홍보에 취약함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유학(D-2)비자 211명은 45만 도시 규모에 비해 상당히 적은 인원으로, 평택지역의 교육 여건이 취약하다는 반증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예술흥행(E-6) 373명, 회화(E-2) 136명은 주한미군 클럽 업소 등에서 일하는 종사자와 외국인 강사가 상당수 평택에 체류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성별로는 남성 9,736명(62%), 여성 5,979명(38%)이 체류 중인데, 전체 등록외국인 대비 9.9%를 차지하는 결혼이주민의 87%가 여성임에도 남성 비율이 높은 것은 남성 이주노동자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현황에 따르면, 금년 4월 기준으로 주한미군은 2만 9천명이다. 미군 가족과 군무원을 포함하면 더 많을 것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2016년 주한미군 90%가 평택으로 이전하는 상황에서 미군과 군무원, 관련업체 직원을 포함한 그 가족들까지 하면 8만 명이 이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는 현재 백 명 중 다섯이 외국인 주민인 평택시가 앞으로는 더 많은 외국인 주민을 맞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즉 평택에서 외국인 주민은 그 규모와 역할에 있어서 간과할 수 없는 존재가 되고 있다.

외국인주민 예산 편성, 형평성 잃어

결혼이민자는 등록 외국인의 9.9%,

예산은 일반 외국인주민 20 배

2014년도 평택지역 외국인주민지원 사업 예산은 3천 1백 1십만 원인데, 이는 외국인복지센터에 배정된 예산이다. 해당 예산은 운영비와 2명의 인건비 2천 280만 원을 시비로 책정한 한편, 830만 원을 한국어교육강사 인건비를 도비로 책정하고 있다.

한편 결혼이주민을 대상으로 특화된 사업을 하고 있는 2014년도 다문화가족지원사업 운영 예산은 6억 730만 원으로, 이주노동자를 주 대상으로 하고 있는 외국인복지센터 예산과 20 배 가까운 차이를 보이고 있다. 등록 외국인의 9.9%를 차지하는 결혼이주민에게 치중된 예산, 즉 일반 외국인주민의 20 배 가까운 예산 편성에 대한 형평성 논란은 당연한 일인 셈이다. 비록 다문화가족지원사업 예산은 전액 국비와 도비로 책정돼 있고, 외국인주민지원 예산은 도비와 시비로 구성돼 있긴 하지만, 등록외국인원의 63.6%를 차지하며 평택시 경제에 이바지하고 있는 이주노동자와 재외동포 관련 예산이 훨씬 적어 형식적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주한미군, 주민으로 볼 것인가

기지촌 지역이라는 부정적 인식 불식시켜야

임대사업 전망 밝지만, 입주민에 대한 논의 없어

주한미군 이전과 관련하여 평택은 그동안 많은 사회적 갈등을 겪어 왔다. 그러면서도 미군기지 이전에 따라 유입되는 주한미군을 주민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미군기지가 위치한 지역사회는 ‘기지촌’과 미군클럽, 미군을 대상으로 한 상권이라는 부정적 인식만이 있었지, 그들과 함께 지역문화를 공유하고, 주민으로서의 역할 등에 대해서는 시정 논의에서 배제돼 왔다는 것이다.

예술흥행 비자와 회화 비자 소지자가 이미 500명이 넘지만, 정작 이들이 왜 평택에 존재하는지 관심조차 없고, 그들과의 정서적 공감대를 찾을 수가 없다. 평택지역에서 주한미군과 그 가족, 군무원을 대상으로 한 주택 임대 사업이 유망하다는 전망은 많지만, 그들이 지역사회에 들어왔을 때 지역 내에서 어떻게 공간을 공유하며, 만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없다는 것이다.

좋든 싫든 주한미군이 지역주민으로 거주할 시기가 코앞인데도 그들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 정책에서 살펴볼 수가 없다. 과거 주한미군들이 미군기지와 그 주변을 치외 법권 지역인 것처럼 일탈 행위를 일삼았던 것을 기억하는 평택 시민은 기지 이전에 따른 불안감이 없지 않다. 그런 면에서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치안과 인권, 지역상인들의 생존권, 환경, 소음, 문화적 갈등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고 있는지, 새로운 지역사회 구성원과 어떤 관계를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이제는 외국인주민지원 예산과 정책에서 살필 수 있어야 한다.

체류외국인 150만 시대, 우리 사회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행운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책이나 텔레비전, 영화를 통한 간접적인 느낌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시대를 살면서도 우리 사회는 이게 참 불편하다고 느낀다. 아직까지 타문화권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 본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복잡한 문화적 정체성은 갈등을 야기한다는 견해 때문이기도 하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했다. 우리사회가 점점 더 많은 국적과 인종이 섞여 살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면, 그 복합성 때문에 더 흥미로울 수 있을 거라고 받아들이면 어떨까? 우리에게 닥친 현실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고 긍정적으로 보는 노력, 그 시작은 인식 전환이며, 그러한 실행의지는 예산과 정책에서 드러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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