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세월호 없는 사회를 위해 (4)

오사카시 사회복지협의회

오사카시는 오사카시사회복지협의회가 중심이 돼 지방정부와 체계적인 민관협력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해가 발생하면 오사카시사회복지협의회는 시의 지시를 받고 재해자원봉사센터를 개설해 자원봉사자들을 발 빠르게 움직인다.

“오사카시 24개구마다 구사회복지협의회가 조직돼 있고 자원봉사자들에 관한 정보가 데이터 베이스화 돼 있기 때문에 시·구 차원에서 체계적인 자원봉사활동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오사카시사회복지협의회 와기사카 히로부미 부소장의 말이다.

‘오사카시볼란티어시민활동센터’라고도 불리는 오사카시사회복지협의회는 1987년 창립됐으며, 1998년부터 종합적인 정보 제공의 장으로서 사업을 확충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사회복지법인으로서 복지분야를 중심으로 △교육·문화 △환경보전 △재해지원 △지역안전 △마을 만들기 △인권옹호 △국제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로서 필요한 자질을 계발하는 활동도 하는데 2010년부터 ‘오사카활동’이라는 시민포럼을 조직해 대피소 1박체험, 방재카드게임 등의 방재·예방 프로그램을 실시해 인기다. 1박체험은 이재민들이 피난소에 집결하면 서로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종이박스로 제작된 칸막이를 펼쳐서 세우고 그 안에서 개인, 혹은 가족끼리 잠을 자거나 쉴 수 있도록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오사카시볼런티어시민활동센터에서 이 같이 평소 체험활동을 통해 훈련된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이 제대로 빛을 발할 수 있었다. 재난현장인 미야기현으로 달려간 자원봉사자들은 지진과 쓰나미로 흔적도 없이 사라진 마을 입구에 ‘힘내라 우리 동네’라고 새긴 비석과 추모비, 위령탑을 세웠다. 2011년 5월부터 이재민을 위해 정부가 마련한 가설주택과 대피소를 방문, 필요한 생필품을 나눠주고 위로하고 있다.

“피난소에서 장애인들을 케어하고 전기가 차단돼 뜨거운 물로 밥을 불려서 급식을 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도 오사카시의 자원봉사자 38명이 미야기현을 다녀왔죠. 8월 8일부터 12일까지 4박5일간 타꼬야끼를 만들거나 국수를 삶아 급식하고 아로마 테라피, 마사지 봉사도 하며, 어린이들에게 장난감을 주고 놀아주기도 했습니다.”

벌써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악몽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피해지역 주민들에게 봉사를 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도 큰 위로가 된다고 와기사카 부소장은 말했다.

동일본 대지진 피해지역 주민들 중 상당수는 정든 고향을 뒤로 하고 일본 전국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오사카부에만 1400명이 이주해 와서 지금 살고 있다고 한다. 거의 대부분 고향을 떠날 수 없는 일부 가족을 남겨두고 왔기 때문에 1년에 한두 차례 귀향버스를 지원해 2박3일간 방문하고 돌아올 수 있도록 돕는다. 오사카시 볼란티어시민활동센터에서는 이들의 생계를 돕기 위해 바자회를 열기도 하는데, 지역의 기업에서 후원하기도 하고, 생존자들도 스스로 제작한 수공예품을 판매도 한다.

▲ 이재민 사생활 보호를 위한 종이 칸막이를 설치모습(오사카시사회복지협의회 사진제공)

 

▲ 자원봉사자들이 이재민들에게 간식(타코야끼)을 제공하는 모습(오사카시사회복지협의회 사진제공).

 

▲ 자원봉사자들이 동일본 대지진 현장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오사카시사회복지협의회 사진제공)

교토 기독교청년회(YMCA)

교토YMCA는 1889년 창립된 단체로 교토시 도심 주택가에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자체적으로 건립한 4층 빌딩에는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주민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활기를 띤 모습이었다. 올해 설립 125주년으로서 오랜 전통에 걸맞게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었는데, 기독교 신자들뿐만 아니라 모든 주민들에게 개방돼 어린이부터 남녀노소를 위해 수영 등의 스포츠 교실과 각종 취미교실과 교양강좌, 자원봉사 교육을 하고 있었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학교법인도 만들어 한 건물에 교토YMCA국제복지전문학교도 운영한다. 2년제 전문대학 과정으로 복지관련 학과와 외국인을 위한 일본어 과정이 개설돼 있으며, 전체 학생은 200명 정도 된다고 했다.

우리는 3층 학습실로 올라가 YMCA 관계자로부터 재해·재난 현장과 관련한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세이치 카니자키 총주사의 말이다.

“YMCA는 어린이로부터 장년에 이르기까지 전문지식을 가진 분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봉사활동을 전개합니다. 전문가로서 현장에 일할 수 있는 사람과 일반인들과의 연대가 활발한 편입니다. 한신·아와지 대지진 때는 고베YMCA에서 요청을 받고 주변의 여러 지역 YMCA와 연계해 현장에 달려갔습니다. 당시 우리는 3주간 동안 현장에 가서 구호품을 파악해 이재민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배분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도 교토YMCA 자원봉사자들은 현장에 달려갔다.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 때보다는 그 사이 급속한 정보통신의 발달로 핸드폰과 노트북을 활용해 생존자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파악해서 적절한 양을 보내줄 수 있었다고 한다. 필요한 물품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서로 공유하는 것이 가능해 어떤 물품이 너무 많아 처리가 곤란할 정도가 되거나 어떤 물품은 모자라 문제가 생기는 일이 없도록 해결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교토YMCA는 부청이나 시청 등의 지방정부에서 전혀 지원을 받지 않으며, 오로지 회원들의 회비와 모금으로 운영하고 자원봉사활동을 한다. 또한 시민들로부터 기증받은 물품으로 재해·재난 현장에 구호품을 보낸다. 시에서는 구호품을 보낼 차량과 자원봉사자들이 탑승할 버스 정도는 지원해 준다고 했다.

▲ 교토YMCA에서 세이치 카니자키 총주사가 게시판에 붙은 포스터를 설명하고 있다.

평택시의 재난안전대책

평택은 재해·재난이 발생하면 평택시장이 지역재난대책본부장이 되어 경기도지역재난대책본부장인 도지사의 지휘를 받게 된다. 평택시 부시장은 지역재난대책본부차장이 되며, 실무를 맡은 공무원으로서 안전건설사업소장이 통제관을, 안전총괄과장이 재난안전상황실장을 맡는다. 지역 유관기관으로서 경찰서, 해양경찰서, 교육지원청, 2개의 소방서(평택·송탄), 그 밖에 주요 군부대와 한전,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산업단지관리공단, 삼천리도시가스, 한국전기안전공사, KT, 중대형 병원 등의 기관장 및 대표들이 협력해 효과적인 사고대응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한다.

평택은 산업화되면서 대규모 LNG기지와 화력발전소, 지역 곳곳마다 분포된 공업단지에서 인재로 인한 대형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잠재돼 있는 현실이다. 이들 국가 기간시설은 소방방재청에서 연계가 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한다. 평택시에서는 재난안전상황실을 24시간 운영하고 있으며, 시청 옥상에 지진계를 설치해 항상 기록을 체크한다고 했다.

“세월호 사고 후 시민들의 안전의식도 크게 높아졌습니다.”

평택시 안전총괄과 양원석 팀장은 공무원들이 요즘 안전점검을 나가면 시민들이 적극 따라주는 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연말에는 ‘평택시안전문화운동추진협의회’가 발족됐다. 안전문화운동추진협의회는 시장과 민간단체 대표가 공동위원장을 맡고 경찰서장, 교육지원청 교육장, 해경서장, 소방서장 등 유관기관 기관장과 각 직능단체 대표 및 언론계 인사 등 35명으로 발족했으며, 계절마다 발생빈도가 높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 캠페인을 펼치는 등 안전문화 정착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공재광 시장과 함께 민간인 공동위원장으로는 김경현 평택시새마을회 회장이 위촉을 받았다.

재해·재난을 대비해 주민 스스로 나서서 대응할 수 있는 조직으로는 평택시자율방재단이 있다. 자율방재단은 평택시 22개 읍·면·동별로 조직돼 있고, 각 마을별로도 한 사람씩 단원을 배치해 긴급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게 한다. 남상현 안전총괄팀장의 말이다.

“평택시자율방재단은 겨울 철 폭설 때 농촌지역 마을 안길 제설작업을 하는 것이 가장 큰 일이라고 할 수 있죠.”

전 세계 10여 개 가운데 지진 플레이트가 4개나 집중돼 있고, 걸핏하면 살아서 폭발하는 활화산이 많은 일본 열도의 방재 시스템을 우리가 그대로 다 따라할 수는 없겠지만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에 대비해 평택도 피난소를 미리 지정하고, 사생활 보호를 위한 종이칸막이, 구호식품과 물자 등을 비축하는 정도의 대비는 필요하다. 또한 평택시사회복지협의회는 물론이고 지역의 YMCA, YWCA, 흥사단 등의 민간단체들도 재해·재난에 대비해 자원봉사자들을 교육하고 훈련시키는 프로그램을 개설할 필요가 있다. 평택지역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재난현장에 파견해 생존자들을 헌신적으로 돕는 일본의 민간단체는 훌륭한 롤 모델이 아닐 수 없다.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평택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