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의 정치참여와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진상 알리려는 선거투쟁

7.30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가 끝난지 보름 조금 더 지났다. 거대 여당과 야당 양강 구도 속에서 5.6%라는 의미 있는 득표를 한 김득중 전 진보단일노동자 후보, 현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장에게 선거 이후 일상과 선거기간 동안 이야기를 들었다.

선거가 끝난 후의 일상은.

▲ 김득중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장

선거가 끝난 시점이 휴가철이라 이틀 정도 휴식을 취하고, 바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농성단이 있는) 광화문으로 향했다. 광화문에서 농성단에 합류하여 이틀간 단식을 했다. 이어 해단식도 하고, 선거 사무실도 정리했다. 지금 지부 일상 활동으로 돌아왔지만,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 시급하지 않나? 농성단 지원을 위해 쌍용차지부에서는 하루에 다섯 명이 농성단에 결합하고 있다. 짬짬이 선거를 도왔던 분들에게 인사를 다니고 있다.

선거 기간 동안 6kg나 빠졌다는데, 선거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지역에서 쌍용차 문제를 모르는 분들도 많았다. 지난 2월에 서울고등법원이 “2009년 쌍용자동차 대량해고는 근로기준법상 부당 해고이며 따라서 ‘무효’”라고 판결했던 것을 아시는 분들조차 정리해고 문제가 끝난 줄 알 정도로 진상을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선거를 통해 쌍용차 정리해고 문제를 시민들과 공유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었다.

또한 쌍용차 기업노조와의 관계개선이 이뤄진 점, 만 5년 만에 공장을 방문하고, 공장 안 확대간부 이상 대의원을 비롯한 노동자들이 공동목표를 갖고 활동해 준 점 등은 감사한 일이다.

지역에서 진보정치운동이 최대한 힘 모은다는 방침이 있었는데, 잘 드러나지 않아서 의견이 분분하기도 하다. 하지만 민주노동당 분당 이후 진보단일 공동 선대본을 구성하고, 마무리한 것은 분명 의미가 깊다고 본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민주노총과 조합원들이 힘을 모아 주고, 자원봉사도 해 줬다. 그들을 통해 많은 힘이 모아지고 노동현실을 알렸다. 선거 기간이 짧아 놓친 부분도 있어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없지 않다. 선거 결과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다. 이 결과를 갖고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이 있어야 할 것이다. 8월 27일에 지역에서 함께 한 이들과 평가토론회를 할 계획이다.

후보 입장에서는 중압감도 컸지만 많은 이들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힘을 줬다. 고맙게 생각한다. 지역에서 주어진 과제를 어떻게 할지 고민할 기제로 삼겠다.

지역 선거라는 관점에서 보면, 전국적으로 진보 의제에 관심을 갖는 이들에게는 공감과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겠지만, 지역과의 밀착 즉, 지역에서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데는 오히려 걸림돌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선거 프레임을 어떻게 짰나?

지역에서의 공감대 부족 지적에 동의한다. 반면 노동자답게, 노동현실을 알리자는 운동적 관점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선거를 진행하면서 기존 정치 방식으로 간 것 아니냐는 의견이 없지 않다. 쌍용차지부에서 선거 참여를 결정하고 지역으로 나서는 순간, 시민단체와 진보정당들이 합류하면서 우리가 갖고 있는 것만 이야기할 수 없었다.

그동안 쌍용차 문제로 대국민 선전이나 정부와 사측을 대상으로 해 왔던 방식과 선거를 치르는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대국민 선전활동을 해 왔던 관성을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 많은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절박함 때문에 그랬다. 그런 면이 평택시민들에게 일방적으로 보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나와 생각이 다르구나 하는 분들도 있었을 것이다.

선거 기간인 7월 18일에 노동부장관이 직접 나서서 쌀 관세화 유예를 철회한다고 했다. 김 지부장 진영은 공약에 쌀 관세화 철회를 내걸었으면서도 이 이슈를 확대시키지 못했다. 이 점에 있어서 김 지부장 진영이 선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선전선동’, ‘운동’을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는 처음부터 쌀 관세화 반대라는 분명한 입장을 표했고, 평택농민회가 지지선언을 해줬다. 정부의 쌀 관세화 유예 철회 발표 이후 명함을 별도로 제작하여 대응했는데, 농촌 현실이 조직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선대본 역시 그 문제에 집중할 여력이 없었다.

선거운동을 하며 김득중 후보가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인식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면서 쌍용차 의제는 줄이고, 정리해고, 비정규직 문제, 학교교육 등의 공약을 알리는데 노력했다. 골목상권 살리기와 인구 대비 대형마트 입점 규제 등의 공약집을 본 젊은 층에서 많은 지지 의사를 밝혀주었다.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노동자들의 정치 참여를 최대한 끌어내자는 목표가 있었다. 그러나 노동자 정치 참여는 여전히 미흡했다는 의견이 있다. 노동자들을 만나며 정치 불신과 외면을 느낄 수 있었다. 짧은 시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다. 그들의 정치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분석이 있다.

소선거구제 하에서 고착된 거대 여당과 야당, 양강 구도 속에서 승산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완주한 이유는?

처음부터 완주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재정과 조직을 갖춘 거대여당과 야당이라는 양강 구도에서 완주를 전제로 출마를 신중하게 접근했다. 우리 문제를 스스로 풀자는 선거 투쟁을 하자는 것이었기 때문에 중도포기는 고려대상이 전혀 아니었다.

선거를 치르며 많은 지지 세력을 얻었을 텐데, 앞으로 계획은?

7.30, 의미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고민 중이다. 지부장이라는 위치 때문에 내부 논의를 받아서 출마했고, 지지 세력이 있어서 완주가 가능했다. 내가 뭘 돼야 한다는 생각 없다. 8.27 평가토론회에서 지역 진보운동이 어떻게 생활 속에서 선전 활동을 할 것인지 향후 과제가 주어질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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