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미(癸未)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양띠' 해 라고 해서 올 한해는 양처럼 조용하고 평안한 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는 '말띠' 해였는데, 말처럼 씩씩하게 힘차게 뻣어 나가는 국운융성의 한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연초에 많았습니다.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 월드컵 등 굵직한 국가행사들이 많은 한해였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면, 선조들의 지혜에 새삼 탄복하게 됩니다. 말처럼 역동적으로 움직였던 지난해의 성과를 잘 마무리하며 올 한해는 양처럼 차분히 정리하고 평화롭게 새로 시작하라는 의미라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북한 핵문제로 북·미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이라 새해 첫출발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지만, 작년 연말 노무현 후보의 당선에 이르는 극적인 대통령 선거 드라마를 겪은 우리 국민은 평화에 대한 기대와 '개혁'과 '변화'에 대한 희망을 갖고 새해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올 한해 우리나라의 최대 화두(話頭)는 뭐니뭐니 해도 '변화'와 '개혁'입니다. 최근 20-30년 동안, 특히 새로운 천년을 맞아 급속히 변화하는 경제·사회·문화적 의식과 시스템 등 사회 기본 골격의 엄청난 변화를 정치권은 앞장서 이끌기는커녕 오히려 이러한 변화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었습니다. 이번 대선 결과는 구태의연하고 당파적 이해에 이합집산(離合集散)하는 정치권,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정치권 전체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부패정치 청산·김대중 정권 심판'이라는 구호보다는 낡은 정치 시스템을 확 바꾸고 새로운 정치를 시작하자는 주장에 국민들은 더 많은 지지를 보내주었습니다. 그만큼 정치권 변화와 개혁, 이 사회의 낡은 관행과 시스템의 변화를 국민들은 갈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평택시민신문은 올 한해 내내 변화와 개혁이라는 시대 정신을 가슴에 떠 안기 위해 노력해 나가고자 합니다. 지역에서 제기되고 요구되는 과제들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시민과 함께 풀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특히 평택지역의 시민참여 활성화나 행정정보 공개, 지역 정치권의 세대교체나 새로운 정치문화 형성 등 지역사회에서 요구되는 과제를 지역적 이슈나 의제(議題)로 제시하고, 이러한 과제들이 시민단체나 시의회, 지역 정치권, 시 공무원, 각계 전문가 집단 등의 활발한 토론과 의견개진을 통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해결될 수 있는 공론(公論)의 장(場)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러나 개혁이 시대의 흐름이라고 해서 인기주의나 시류(時流)에 영합하지는 않을 것이며, 지역 사회의 균형추(均衡錐) 역할을 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대화와 타협, 설득과 동의라는 과정을 통해 지역 현안들이 해결되는 합리적 토론문화를 만드는데 작으나마 기여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끝으로 올해는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를 향한 중요한 첫발을 내딛는 의미 있는 한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상식과 원칙이 통해야 합니다. '변화'와 '개혁'도 바로 이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봅니다.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를 향한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이 변화는 대한민국 국민이 선택한 것입니다. 올 한해 지역 정치권, 언론, 시 행정부, 시의회, 시민단체 등 지역 여론 주도층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대립과 반목이 아닌, 상호 존중과 공정한 경쟁을 통해 지역사회를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로 변화시키는데 다같이 힘을 합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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