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기 수<본지 편집국장>

올 한해는 말 그대로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한해였던 것 같다. 임오(壬午)년 새해가 밝아 오면서 올해가 너나 없이 국운 융성의 중요한 갈림길이 될 것이라는 전망들을 많이 했다. 세계 인류의 축제인 월드컵 행사와 부산 아시안 게임, 6·13 전국 동시 지방선거, 12월 대통령 선거 등 그야말로 국가 중대사들이 올 한해 집중적으로 치러졌다. 이 모든 국가 행사가 제대로 치러진다면 우리는 21세기 무한 국제 경쟁력 사회에서 살아 남겠지만, 잘 못 치른다면 혼돈과 경제불황 등 침체에 빠질 것이라면서 국민 모두가 합심 단결하자는 말도 많았다.

한 해를 뒤돌아본다면, 대체로 4대 국가 행사가 큰 무리 없이 순조롭게 잘 치러 진 느낌이다. 두 차례의 큰 선거에서 주요정당과 정치세력의 대립이 컸던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 국민들은 차분히 중심을 잃지 않으면서 소중한 국민주권을 행사했다. 정치 집단의 반목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안정을 잃지 않았고, 옳고 그름, 무엇이 이 사회와 우리 민족에게 중요한 것인가에 대해 놀라우리 만치 성숙한 판단력과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고도 볼 수 있다. 특히 연말에 실시된 16대 대통령 선거는 우리 국민이 변화와 개혁, 구태의연한 기존의 정치판의 변화를 갈망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더 이상 국민들의 '후진적 정치의식'같은 말은 통하지 않게 되었다.

또한 6월 월드컵 4강 신화를 만들면서 전 국민과 평택시민이 하나되었던 축제의 현장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거대한 함성으로, 힘으로 표출된 한 민족의 에너지는 세계를 놀라게 했고, 우리 스스로의 힘과 잠재력에 우리도 놀라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분출된 젊은이들의 놀랄만한 역동성과 에너지는 기존 문화 형태를 일거에 바꾸어 버렸고 젊은 세대가 우리 민족의 미래를 이끌어 나감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젊은층의 투표참여와 투표행태는 기존의 구태의연한 정치권과 정치문화가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으로 내 몰았고, 심하게 말한다면 이번 대선은 인터넷과 정보통신문화에 익숙한 이들 젊은 세대가 한국 정치의 전면에 등장한 상징적 선거라고도 볼 수 있다.

우리 평택지역도 올 한 해 역동적으로 움직였고, 길게 본다면 지방자치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여러 요소들이 많은 한해였다. 6·13 지방선거에서 소속 정당을 논외로 친다면 평택시의회도 대폭 물갈이되면서 진정한 주민자치 정착을 위한 방향으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게 되었고, 극심한 대립과 갈등 속에 치러진 시장 선거도 선거 당사자들과 시민들에게 우리가 앞으로 선거를 어떻게 치러야 하는가에 대한 소중한 교훈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민주노동당의 약진이나 주한미군공여지 추가 제공을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활동, 금호환경 인근 주민들의 끝없는 투쟁과 미군 궤도차량에 꽃다운 목숨을 잃은 고 신효순·심미선 여중생을 추모하며 불평등한 소파(SOFA·한미 주둔군지위협정)를 개정하라는 시위에 평택의 많은 중고생들과 시민들이 참석한 것도 상식과 정의, 원칙이 통하는 시민사회를 건설하고자 하는 긍정적 변화의 하나라고 본다.

특히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이 지역에서도 승리 한 것은 말없는 평택시민 대다수도 이러한 변화와 새로운 정치문화를 바라고 있다는 것을 압축적으로 드러내 주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선에서 패배한 한나라당으로서는 이런 평가에 반대할 지도 모르겠으나, 한나라당은 민심의 흐름을 정확히 읽지 못했다는 점에 패배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고,시대의 시대정신은 변화와 개혁이라는 것을 승리한 정치세력이나 패배한 세력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다사다난했던 임오년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다가오는 새해를 희망적으로 보고 싶은 것은 갈등과 혼란 속에서도 우리 민족의 저력과 성숙한 시민의식을 확인한 소중한 한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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