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솟아라…가족이 꿈꾸는 희망 솟대

비전동 931번지 비전경남아너스빌 아파트단지는 19개동에 총 903세대가 입주해 있다. 2009년 11월에 완공된 아파트 단지에는 『아침을 여는 소리』라는 제목의 작품이 있다.

『아침을 여는 소리』는 작가 이름을 밝혀놓지 않았다. 작품은 모두 화강암 재질로 왼쪽에 ‘솟대’, 오른쪽에 집을 단순화시킨 것으로 보이는 삼각형 안에 부부가 나란히 앉아있는 조각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품의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솟대’는 본래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수호신으로 마을 어귀나 길가에 세운 상징물이다.

솟대는 나무나 돌로 만든 새를 장대나 돌기둥 위에 앉힌 것이 보통이다. 이것은 우주의 중심으로 해석되는 장대-세계나무(World Tree), 하늘과 지상의 인간을 연결해 주는 새(오리, 기러기)가 결합된 신성한 존재로 받아들인다.

『아침을 여는 소리』는 아파트 숲에 갇혀 우리가 잊고 지내는 삶의 거룩함을 깨우고 있다는 점에서 ‘솟대’ 하나만으로도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솟대의 높이는 주위를 감싼 고층의 아파트에 견줄 때 너무나 왜소하게 보인다. 특히, 솟대보다 몇 갑절 높은 아파트에 살면서 필연적으로 이것을 올려다보는 것이 아니라 내려다볼 수밖에 없는 구조는 삶에서 신성함과 거룩함이 퇴색되어가는 우리의 현실과 닮아 보인다.

솟대와 함께 아침을 맞이하는 사람의 삶의 결은 어떨까.

『아침을 여는 소리』에 새겨진 솟대 옆에는 한 부부가 앉아있다. 이들의 집 위에는 크고 작은 일곱 개의 구슬이 박혀있다.

스테인레스 스틸로 만들어진 구슬은 은빛으로 반짝이는 것으로 보아 지붕으로 내려온 하늘의 별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부부가 나란히 앉아 새벽을 맞이하는 것. 단순한 일처럼 보이지만 밤늦게까지 먹고 마시며 흥청망청 떠들어댄 사람은 할 수 없는 일이다.

‘사람의 정신이 밝아지는 때’, 혹은 ‘깨닫는 때’가 새벽이라는 것과 솟대로 상징되는 거룩한 종교적 삶을 떠올려 보면 이들 부부의 삶의 결이 어떨지는 미루어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22일은 일 년 가운데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짓날’이었다. 어둠은 줄곧 비유적으로 고난과 역경, 죽음을 나타낸다. 사람들 저마다 오늘의 현실이 동짓날처럼 가장 긴 밤처럼 여기며 절망에 빠져있을지도 모른다.

『아침을 여는 소리』는 동짓날 같은 우리의 삶에 아침의, 새벽의 희망을 던지는 것은 아닐까.

2013년도 며칠 남지 않았다. 2014년 새해 아침에는 1980년 마그마라는 대학 그룹사운드가 박두진의 시 ‘해’를 노래로 만든 곡 ‘해야’를 목청껏 불러보는 것은 어떨까.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앳된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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