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수 연<전평택예총 회장>

최근 건강 증진이라는 아주 개인적인 이유로 불악산에 오른 이후 그 매력에 푹 빠졌다.

해발 150미터밖에 되지 않아 그다지 높지 않은 데다가 그나마 구릉지대인 송탄이고 보니 실제 높이는 훨씬 낮을 수밖에 없다. 자연히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이다.

불악산의 매력은 또 있다. 정상까지 오르는 입구가 약간 가파르지만 세 단계로 나뉘어 오를 수 있기에 적당한 운동감을 맛볼 수 있고 입구에서부터 다양한 수종(樹種)으로 구성된 숲은 국립 광릉수목원의 삼림욕장 부럽지 않다.

도로에서 등산로 입구로 접어들면 확연하게 다른 공기가 또 다른 즐거움이고 나무사이로 간간히 스며드는 햇살은 감미롭기까지 하다. 또한 능선을 따라 난 산책로와 8부 능선쯤으로 난 숲길 등 다양한 오솔길은 아침 운동을 지루하지 않게 한다. 거기에 현대인의 부쩍 늘어난 조바심을 반영한 전동(電動)설비는 아니지만 이용하기에 따라 제법 유용한 운동기구들을 갖추고 있어서 더욱 올라볼 만하다.

여유가 있다면 송탄 전경(全景)이, 산세를 따라 띠처럼 늘어선 모습은 물론 멀리 서해 대교가 달팽이 더듬이처럼 보이기도 하는 육각정에 올라 눈을 쉬어봄직하다. 그 아름다운 전경으로 인해,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것이 별로 없다고 섣부르게 생각하기 쉬운 평택에서 '평택 8경(景)만들기'를 구상하는 것도 다 그런 연유(緣由)에서이다.

그 불악산에 커다란 변화가 올 것 같다. 금년부터 비행장 주변의 고도제한을 대폭 완화한 이후 높이 150미터이내에서는 건축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고 하여 그 규정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도에서 불악산 전망대 건립을 계획 중이고 송탄 출장소 뒤로 예정된 조각 공원이 내년도에 마지막 부지 매입을 끝내면 본격적인 건축에 들어갈 예정이다. 어디 그뿐이랴. 불악산을 기준으로 남쪽에 위치할 조각공원에서 산으로 오르는 등산로를, 새롭게 만들거나 기존의 소로(小路)를 다듬어서 시민들이 접근하기 쉽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그 공원에는 음악분수를 세울 예정이라고 지난 11월, 송탄관광특구 중앙회 발족식에서 우리 시장이 밝힌 바 있다. 빈말이 아니라 우리 시장(市長)의, 구석구석 살피고 챙기는 배려와 심사는 대단하다. 때로는 전문가를 능가하는 전문성을 보이기도 한다. 도내 31개 시, 군 어느 곳의 단체장에 비해 월등 앞선다고 말하고 싶다. 그렇기에 일련의 구상이 가능한 것일 게다.

하지만 우리는 불악산에 잇대어 산책로를 만들고 전망대를 세우고자 하는 계획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혹시 간과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다시 한 번 살펴보아야 한다. 이 생각은 그동안 우리 시의 계획에 적극 찬성해왔지만 지난 11월 27일 '서울에는 북한산이 있다'라는 한 텔레비전의 환경리포트 프로그램에서 등산로 때문에 훼손된 북한산의 실상을 보고난 후 보다 주도면밀한 계획의 필요성을 느꼈기에 하는 것이다.

북한산 훼손의 제일 주범이 등산로이고 훼손된 자연을 복원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한다. 물론 불악산에 등산로를 내고 전망대를 만들면서 산을 깎고 나무를 베어내는 것이 아니라 목조로 산책로를 만들고 최대한 자연친화적인 전망대를 만들 것이라고 하지만 스스로 세운 계획에, 쫓기듯 서둘러서는 안 될 것이다.

불악산은 남쪽과 북쪽 모두 급한 경사로 이루어져 있다. 그 뿐 아니라 많은 골과 골로 이루어져, 능선의 완만함과는 달리 옆면은 가팔라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차라리 전망대로 오르내리는 길 대신에 광릉수목원처럼 바닥에서 일정 높이 띄운 목조 산책로로 골과 골 사이를 이어 다시 조각공원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여 숲을 즐기되 자연을 보호하는 방법과 기존의 육각정을 전망대로 활용하는 방안은 어떨지 모르겠다.

더 이상의 생각은 문외한 주제에 제시할 수 없다. 하지만 길 하나 내고 전망대 하나 세우는 작업에도 환경 전문가, 조경 전문가, 생태 전문가 그리고 예술적 감각을 도입할 그 분야의 예술가들로부터 많은 의견을 듣고 많은 곳의 유사한 경험을 구한 뒤에 일을 진행한다면 시민들로부터 더욱 사랑 받는 불악산이 될 것이다.


<평택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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