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붕 세가족의 정서적 화합

이충레포츠공원 끝자락은 부락산에 오르는 길과 맞닿아 있다. 최근에 조성된 ‘부락산 즐거움의 문’을 지나서 오른쪽을 보면 김광태 작가의 ‘의지의 표상’(The symbol of the will) 작품이 보인다.
작품의 겉모습은 단순하다. 하나의 둥근 모양에 하나의 기둥을 이어붙인 형태의 조형물 3개가 모여 있다. 재질은 모두 쇠다. 야외에 설치되어 있는 만큼 붉은 녹이 슬어있다.
공처럼 생긴 모양은 세로로 자른 쇳조각을 용접작업으로 붙였다. 여기에 코처럼 긴 기둥을 다시 용접으로 붙였다.
작가는 작품 설명을 이렇게 하고 있다.
“세 개의 크고 작은 구형(求刑)의 지주(支柱)는 조형성(造形性)의 요소인 균형성(均衡性)을 바탕으로 평택군, 송탄시, 평택시의 통합(統合)을 상징화(象徵化) 하였으며 하늘을 향해 솟은 세 개의 길고 짧은 기둥은 통합(統合)을 향한 화합(和合)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희망(希望)을 상징화(象徵化) 하였다. 세 개의 구조물(構造物)이 갖는 구조적(構造的)-조형미(造型美)를 통해 평택시의 더 나은 발전(發展)의 ‘의지’를 염원(念願)하였다.”
내년(2014년)이면 근대 평택이 출범한지 100년이 된다. 일제강점기인 1914년에 실시된 행정구역 개편으로 ‘진위군’ 이라는 하나의 지역으로 통합되어 오늘 같은 행정구역 모습을 처음으로 갖게 된 것이다.
직접적으로 1995년 5월 1일에는 법률 제4948호(경기도 평택시 등 5개 도농복합형태의 시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평택군·송탄시·평택시 3개 시·군이 하나의 ‘평택시’로 통합되었다.
작품 ‘의지의 표상’에서 작은 쇳조각을 다닥다닥 이어붙인, 아래의 견고한 둥근 조형물은 통합이전, 평택군·송탄시·평택시 각각이 가지고 있는 지역의 단단한 응집력처럼 보여진다. 이 같이 3개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각각의 응집력은 통합 ‘평택시’ 이후에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각각의 응집력은 어느 한 편으로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는 지역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따로따로 3개 지역에 한정되는 응집력은 자칫 3개 시·군을 하나로 묶어내는 ‘정서적’ 화합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서적 화합이 이뤄진 뒤에 행정적 통합이 이루어졌으면 얼마나 시원했을까.
섬처럼 고립된 3개 조형물 사이의 거리, 혹은 빈 공간은 ‘정서’로 채워야 한다는 것이 작가의 의도일까, 그 화합의 의지를 하늘로 향한 기둥으로 표현한 것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