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하 식<한광고 교사, 수필가>

매년 치러지는 대입 수능시험에 대해 실로 말들이 많다. 난이도가 춤을 췄다느니 그 때마다 마구 널뛰기를 해댄다고 수군대더니만, 올해의 경우 유례 없이 어려웠던 작년에 비해 쉽게 출제한다던 철석같은 약속은 어디로 가고, 가채점 결과 거꾸로 점수가 상당히 내려갔다는 소식이고 보면, 해를 거듭할수록 진일보는커녕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얘기까지 공공연하게 나온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으로서는 도무지 할말이 없게 되었다.

물론 어렵든 쉽든 모든 수험생이 함께 겪는 공통의 처지이니 누가 유리하고 말고 할 사항은 아니라고 애써 강변할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도대체 어디에다 초점을 두고 공부해야 할지를 모르게 만드는 교육당국의 종잡을 수 없는 처사에 있다. 이를 어찌 대학별 반영영역이나 재학생의 자질과 결부시켜 이러쿵저러쿵 합리화할 수 있겠는가. 또 재수생의 점수가 상승했다는 사실을 빌미로 마치 재수를 부추기는 듯한 일부의 분위기는 과연 옳은 일인가? 사전에 그런 사항들마저 십분 고려하여 출제함이 타당한 일 아니겠는가.

생각해 보라, 사안이 그러하지를 않은가? 학과공부의 넓이와 깊이란 어느 정도의 가시적 잣대가 있어야하는 고도의 정신적 작업이다. 일정하게 유지되는 난이도의 일관성은 그런 면에서 중요한 학습기준이 된다. 가르치고 배움으로써 해답을 찾아야하는 처지에서 해마다 그 규준이 들쭉날쭉 한다면, 설사 그것의 심각성을 다소 과장한다한들 입시주무관청으로서는 딱히 변명할 말이 궁색해질 수밖에는 없는 노릇이다.

이에 다급하게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시험, 다같이 그 공정성에 흔쾌히 승복할 수 있는 시험출제의 철저한 관리를 요청하는 바이다. 아울러 평소 자못 궁금해하던 몇 가지 사항에 대해 아래와 같이 공개적으로 질문한다.

첫째, 왜 일선에서 아이들을 직접 지도하는 고등학교 교사들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가? 대학생을 상대하는 교수들이 전면에 나서서 출제하는 관행으로부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어찌 생각하는가? 어느 한 분야를 심층적으로 연구하여 받아낸 박사학위가 중등교육까지 통괄할 만큼 그토록 훌륭한 것인가? 박사는 결코 만능을 보장하는 자격증이 아니다. 혹여 그렇게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새삼 묻고 싶다.

둘째, 백 번을 양보하여 그렇다고 치자. 그렇다면 이미 박사가 된 교사들에게 출제를 맡기면 될 일이 아닌가? 전국에 박사학위를 소지한 고교교사의 숫자가 이미 백 여명을 넘게 헤아린다고 알고 있다. 현장에서 고교생들 한번을 제대로 가르쳐본 경험도 없이 탁상에서 시험문제 출제를 하니 이런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그래놓고도 전 수험생을 극심한 혼란에 빠뜨린 장본인은 고사하고, 그 결과에 대해 당당하게 책임지는 사람 하나가 없는 이 땅의 무책임한 현실이 못내 서글플 따름이다.

고로 필자는 이렇게 주문한다.
당장 내년부터 대입수능시험 검토위원 말고 출제에도 고등학교 교사를 대학교수와 최소한 동수(同數)로 제각각 참여시켜 합의제로 운영하라. 다만 첨예한 의견대립이 생길 경우를 대비하여 이를 조정할 실무간사를 두어라. 그런 다음 그 결과를 두고 다시금 냉철하게 논의하자. 이것만이 우왕좌왕하는 시험문제의 수준을 재빨리 안정시키는 지름길이라고 믿는다. 이는 표준 점수제를 도입하는 문제와는 별개로 취급되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문제는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필자가 정작 우려하는 사안은 교실 밖에도 있다.
불과 몇 년 사이 수능고사장에 정착한 이상한 교문풍속도가 그것이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으나 우리의 자녀들이 12년여의 교육성과를 걸고 들어가는 시험장 입구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시끄러운 시골 장날을 방불케 하는 희한한 풍경이란 짐짓 일삼아 들여다보지 않고는 일일이 대꾸하지를 말일이다. 그 내용인즉슨 이러하다.

후배들이 선배들을 위해 격려한답시고 벌이는 갖가지 해괴한 행태인 바, 밤을 꼬박 새워가며 목 좋은 데 자리를 잡고 꽹과리에 북과 장구를 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것까지는 그런 대로 봐준다 치자. 차분하게 시험에 임해야할 수험생에게 마구 밀가루를 뿌려대질 않나, 볼썽사납게 윗통을 벗어 젖히고 땅바닥에 엎드려 넙죽 큰절을 올리질 않나, 일부 몰지각한 학생의 경우 숫제 술에 취해 아무나 붙잡고 실랑이를 벌이는 작태마저 보이는가 하면, 이건 아예 다른 사람들의 자유로운 출입을 가로막는 일까지 아무런 통제 없이 벌어지는 판국이라면 심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선배에게 값비싼 선물을 해준다는 명목으로 재학생들에게 적지 않은 돈을 걷는 행위자체도 교육적으로 문제가 되려니와, 조용히 입장하여 정숙한 가운데 그간 공들여 쌓은 실력을 온전히 발휘하고 싶어하는 대다수의 학생들에게 도리어 방해가 된대서야 말이 되는가? 교육당국은 하루빨리 사태의 진상을 면밀히 파악하고, 해당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발벗고 나섬으로써 내년부터는 이와 같은 꼴불견이 재발하지 않도록 힘써야 마땅하다.

거기에 보태 학부모들이 앞다퉈 보이는 온갖 미신적 기복 행위도 꼭 한번은 짚고 넘어갈 후진적 풍속도가 아닐 수 없다. 자식을 수험생으로 둔 학부형 치고 어느 부모라서 그렇지 않겠는가마는, 가장 합리성을 추구해야할 학교현장에서 엿이며 부적 따위를 교문에 덕지덕지 붙이고는, 기둥을 향해 연신 고개 숙여 비는 우스꽝스런 행위를 바라보면서 우리 아들딸들이 과연 무얼 생각하겠는가? 그 뒤처리는 누가 할 것이며, 하루종일 한데서 발을 동동거리며 추위에 떠는 주름진 어머니 걱정에 기실 중차대한 시험인들 어디 맘 편히 제대로 봐지겠는지를 한번쯤은 깊이깊이 숙고해 볼일이다.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한 부분을 결정하는 대학입학을 위한 수학능력시험! 이 짧은 글월이 초미의 관심사인 큰 행사를 아무 탈 없이 치르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종요로운 제안으로 받아들여지고, 모쪼록 모두가 공감할 산뜻한 출제관리체제의 확립으로 나아가는 진일보의 계기가 되어진다면, 필자로서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아니 꼭 그렇게 수용되기를 내심 퍽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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