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흥구 농서동에 삼성전자 전량 공급 목적…도시계획 심의 내용과 현장 달라

“삼성전자가 있으면 뭐합니까? 여기서 살 수 있는지, 없는지 봐요. 폭탄을 안고 살라는 겁니까.” “공장을 퍼가든지, 동네를 옮겨주는지. 여기 한 번 살아 보세요.”
삼성전자 기흥공장이 위치한 농서동 주민들의 원성이 터져 나왔다.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가스제조 공장 건립이 본격화되면서 인근 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기 때문이다.
조상대대로 살아왔다는 김원동(71) 어르신은 “농사짓고 사는 노인들이 무슨 공고를 보냐”며 “여기 사는 주민들한테는 말 한마디 없이 집 바로 옆에 가스공장을 짓는 것이 말이나 되느냐”고 분통을 떠뜨렸다.
세계 최대 가스제조 업체 프락스코리아(주)는 삼성전자에 공급할 목적으로 초고순도 질소가스 제조 공장을 기흥구 농서동 120-1번지 일대에 짓고 있다. 이 지역은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연평균 447억 원에 달하는 가스를 생산해 판매할 계획이다. 이 공장의 대지면적은 2만4029㎡로 이 가운데 제조시설은 1344㎡이며 그에 따른 설비 시설이 2408㎡규모다.
프락스코리아(주)는 지난해 1월19일 용인시도시계획심의를 거쳐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실제 공장이 건립되면서 이 일대 주민들의 불안감은 커졌다.
주민 박정호씨는 “정작 여기 사는 주민들은 무슨 공장이 들어서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며 “며칠 전 30여m나 되는 굴뚝처럼 생긴 구조물이 올라가서야 알았다”면서 공장설립 추진 과정에 의혹을 제기했다.특히 공사가 진행되면서 이 일대 20여 가구의 피해는 커졌다. 공장 주변에 세운 방음벽과 주택 사이로 빗물이 흐르도록 배수로를 설치했지만 고지대에서 쓸려 내려오는 흙더미로 저지대 주민들은 밤잠을 설칠 정도였다.
공장 옆에 사는 한 주민은 공사현장을 보여주며 “바람만 불어도 불안하다”면서 “어떻게 나무 조각을 이어서 안전장치를 해 놓을 수 있냐”고 혀를 찼다.이미 지난 여름 저지대 주민들이 생활하는 주차장 부지와 콘테이너가 물에 잠겨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 또 다른 주민은 “공사 소음 때문에 집에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집이 울린다”면서 “위험한 시설이 집 바로 앞에 있는데 무서워 살 수가 없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공포감에 휩싸인 주민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지난 15일 용인시의회 이윤규·고찬석 의원을 비롯한 이재문 경제환경국장과 관계 공무원들이 주민들을 찾아갔다. 심미정(74)씨는 “경기도나 용인시는 가스공장을 허가해주면서 현장 실사도 안해보냐”며 “주민수 적다고 여기 사는 사람들 무시하고 대기업만 보고 움직인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당시 도시계획심의위원회 위원이었던 고찬석 의원은 현장 확인 후, 행정 기관에 심의내용과 차이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고 의원은 “분명히 심의위원회에서 가스공장과 주택이 접한 주민 의견을 수렴하라고 권고했는데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심의 당시 제출한 제조설비시설과 현장이 현저히 다르고 공작물의 높이 등 규격도 누락돼 있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그는 “이 시설로 주민들이 고통을 당해서는 안된다”며 “공장가동 후에 주민들의 공포감은 더 커질 것”이라며 시에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공장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공장이전을 요구하며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민들은 “경제를 위해 공장을 짓는 것도 좋지만 폭발 위험이 높은 가스공장을 집 옆에 짓는 것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며 “공사장 주변이 위험덩어리”라고 입을 모았다.
<용인시민신문> 전자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