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시민단체들 활동 목표 환경 지역경제 부흥에 중점

2.독일의 지방자치
3.독일의 시민운동
독일 시민운동과 관련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우리 연수단을 안내하고 있는 크뢰거 민원과장이 해주었다. 어느날부터 에에크라트시의 어느 마을 앞에 며칠 밤을 세워가며 닭이 울고 있었다고 한다. 시끄러운 닭 울음소리에 화가 난 시민들이 '닭 반대 위원회'를 만들어 반대운동을 벌이기 시작해 시청 내무과의 관련 직원을 좌천시키고 닭을 치웠다고 한다. 그런데, 닭이 사라지자 다른 마을 사람들이 닭을 살리기 위한 시민운동단체를 만들어 닭을 원위치 시켜달라는 운동을 벌였다고 한다.
현재 독일에서 진행되고 있는 시민운동은 급격한 개발과 도시화에 따른 환경민원, 행정기관의 독주를 견제하려는 시민운동 등 거대한 담론(談論)에 의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많이 다르다. 행정정보 공개나 큰 차원의 시민운동적 과제들은 70, 80년대를 통해 이미 대부분은 해결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전쟁반대, 환경정책 등과 관련해 국제적 연대를 통해 활동하는 시민운동도 있지만, 대부분은 해당 지역의 환경문제나 녹지확보, 지역경제 활성화 문제 등과 관련된 운동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운동도 특정 목적을 위해 조직되었다가 목적이 달성되면 사라지는 것이 대부분이고 장기적이고 자기 목적을 갖는 운동단체는 매우 적다고 한다.
우리 일행은 에어크라트시의 주선으로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는 기회가 있었다. '에어크라트 녹지조성시민연합'의 베르켄부쉬(Berkenbusch)회장과 혹달지역의 가장 오랜 시민단체인 '혹달시민협회' 캄프슐테(Kampsculte) 회장, 지역 경제인 중심으로 최근 결성됐다는 '지역경제부흥회' 하이넨(Heinen)회장 등과의 토론이었다.
독일의 지역 시민운동 단체가 고민하는 것은 크게 환경 및 녹지확보,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 문화 보존·발전 등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실제 이 지역에서도 15년전 시가 세수확보를 목적으로 산업단지를 조성하려던 계획이 시민 환경 단체의 반발로 무산되고, 도시 부심(副心)권 연결을 위한 외곽순환도로 건설을 추진했으나 역시 반대에 밀려 무산되기도 했다.
자민당 원내총무이기도 한 '에어크라트 녹지조성시민연합'의 베르켄부쉬 회장은 더 많은 녹지를 확보하면서 지역 경제를 부흥시키는 것이 자신들의 주요 고민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공장이 문닫으면 공장시설 활용방안을 연구하고 빈 건물 재입주를 위한 주변환경 정화, 시민 주도의 꽃 공원 조성, 이 지역 3개 도심권의 균형발전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부쉬 회장은 토지주 이익과 공익이 상충될 수도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도시계획이 필요하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문제가 발생하면 행정기관과 시민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조정해 나가는 것이 자신들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보완적 관계이며, 시민단체가 행정기관과 시민사이의 좋은 중재자라는 것이다.
또한 '에어크라트 지역경제부흥회'의 하이넨 회장은 지역 경제부흥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시민단체의 큰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주로 경제인들이 중심이 된 이 단체는 이 지역을 새로운 경제 중심지, 경쟁력있는 산업 중심지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이 지역에 있는 생명공학 관련 기업등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인력 양성에도 노력한다. 또한 새로운 기업의 입주에도 자문해 주고, 정보도 제공해 주며 팜프렛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프로젝트도 추진한다고 한다.
하이넨 회장의 입장은 명확했는데, 1970년대 이전에는 시민단체들이 원자력발전소반대 등 급진적 역할을 많이 했으나 지금은 그 단계를 지나 자기 도시와 다른 도시를 비교하고 도시의 경쟁력 있는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은 한국과 달리 어느 정도 안정된 사회이기 때문에 급진적 정책보다는 서로 합의해서 시민이해를 대변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다.
혹달시민협회는 1877년 구성돼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었는데, '혹달마을을 자치적 마을로 만들자'는 취지로 자발적으로 구성된 단체다. 1975년 혹달지역이 에어크라트로 편입된 이후에는 혹달지역의 주민이해을 대변하거나 혹달지역의 정체성확보, 문화와 문화재 보호 노력, 시행정 참여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간담회가 있었던 장소는 혹달 지역 박물관 중의 하나인 철도박물관 옆의 한 레스토랑이었는데, 이 박물관도 이 단체가 민간차원에서 만들고 운영하고 있었다. 박물관 관장을 겸하고 있는 캄프슐테회장은 간담회 이후 우리 일행을 안내해 주며, 상당한 자부심을 표하기도 했다.
필자는 3개 시·군 통합 갈등이 아직 완전히 치유되지 않은 평택시와 이 도시가 유사한 측면도 많아 관심 있게 캄퓨슐테 회장에게 지역 간의 갈등이 있는지, 있다면 어떻게 해결하는 지 질문해 보았다. 캄프슐테 회장은 에어크라트 구시가와 혹달지역은 아우토호반을 통해 나뉘어져 있고, 문화적 요인등 여러 요인으로 하나로 되기 어려운 여건이며 아직도 경쟁관계라고 말했다. 그에 의하면, 수영장도 2개이고, 도서관도 2개, 민원실도 2개 등 평택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그는 시청을 혹달지역으로 옮겼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말하면서 두 지역이 경쟁관계인 것은 분명하다면서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토론에 참석한 시장은 웃으며 에어크라트 사람들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면서, 갈등요인은 있으나 경쟁관계는 아니라는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들이 문제를 풀어 가는 방식은 매우 합리적이었다. 무엇보다 지역 간의 감정, 특히 소지역 감정은 그리 많지 않았다. 정당정치가 정착되어 있기 때문에 특정 지역 출신이라고 해서 그 후보를 뽑아주는 경우는 없다고 한다. 권력이 분산되어 있고, 당이 있기 때문에 특정지역 이해만을 대변하는 경우는 있을 수 없어 지역간의 소모적 분쟁 같은 것은 없다고 한다.
독일의 시민단체가 이처럼 지역 중심의 경제, 문화, 환경 등을 중심으로 한 활동에 중점을 두는 것은 정당정치가 발전한 나라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현안들이 정당을 통해 논의되고 해결되며, 특히 진보적인 환경·시민단체들이 녹색당같은 정당을 결성해 정치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는 요인도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에어크라트시의 베르너 회장은 "우리는 대도시의 피를 빨아먹는 거머리다"라는 다소 과격한 말을 했다. 인구 5만의 작은 소도시이지만, 대도시인 뒤셀도르프의 단순한 위성도시, 베드타운이 되지 않기 위한 자신들의 노력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독일은 1960년대 70년대, 80년대를 거치며 인구의 '탈 도시화'는 거의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제는 기업들이 복잡한 도시를 떠나 본사를 지역으로 옮기는 추세라고 한다.
지역 산업을 부흥시키면서도 시민의 쾌적한 주거환경을 지키기 위한 녹지공간 확보 노력, 인근 도시와 통합하면서 발행한 여러 현안을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해나가면서 시행정부, 시의회, 지역언론, 시민단체가 함께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에이크라트시.
3박 4일의 짧은 독일지역 연수였지만, 우리나라와 독일의 차이점과 공통점은 무엇인가, 무엇을 배우고 느낄 것인가 집중적으로 고민했던 기간이기도 했다.
길지 않은 지방자치 역사 속에서 행정·환경·문화 등 각 영역에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한국. 현재의 세계적 추세를 정보화·지방화·세계화라고 말할 수도 있다. 지금은 자치단체간의 국제적 교류도 활발하다. 평택 역시 일본, 중국 등과 활발한 교류를 시작했다. 유럽지역까지 교류의 폭을 넓히며 각국의 지방자치를 비교 연구하며 우리 실정에 맞는 지방자치를 찾아가는 것도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그러나 현 단계 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성숙한 시민의식과 행정부, 의회, 언론, 시민단체 간의 협조와 공동노력이 아닌가 한다. 각종 현안과 문제를 상호 신뢰 속에 풀어나가는 협력적 파트너쉽, 특히 시행정부와 의회의 적극적 태도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 시간이었다.<끝 designtimesp=17871>
<독일연수기 designtimesp=1787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