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보다 정당, 정강정책 살핀후 투표

2.독일의 지방자치-2
3.독일의 시민운동
독일은 정당이 지역정치를 이끄는 문화다. 지역정당이 지역 정치를 주도한다. 정당 정치가 지역의 마을 구석구석까지 미치고 있다. 정당의 지역당 밑에 마을별 당조직이 있다. 시장이나 시의회 의원 후보도 마을별 정당 조직의 투표를 통해 선출된다. 중앙당에서 후보를 공천하거나 지역 정당의 결정을 뒤엎는 행위는 상상할 수 없다.
지구당과 마을별 정당 당원들은 모두 당비를 낸다. 당비를 내지 않는 당원이란 없다. 모든 정당이나 단체에서 후보를 낼 수 있고, 종종 시민연합 후보나 무소속 후보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정당 정치의 뿌리가 깊은 독일에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는 확률은 희박하다. 설사 지역구에서 당선되더라도 비례대표 의원을 배출할 수 없고, 시의회나 시정도 정당정치 중심으로 움직임으로 무소속 출마 자체가 비현실적이기도 하다. 유권자들의 투표 성향도 인물보다는 정당과 그 정당의 정강 정책을 중시한다.
에어크라트시의 베르너 시장도 1998년 기민당 후보를 출마해 당선됐다. 에어크라트시에는 3개의 큰 지역이 있는데, 혹달 지역 사람은 에어크라트 지역으로 출마하지 않는다. 해당 지역 당원이 후보를 선출하기 때문에 혹달지역 대표는 그 지역에서만 나와야 한다. 대표가 의회에 진출하면 그 대표를 통해 주민들은 이익을 대변한다.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는 의원은 다음에 당원들이 후보로 선출해 주지 않기 때문에 탈락하게 된다. 평범한 당원이라도 자기 주장을 확실하게 한다. 한마디로 정당정치와 의회 정치의 기본 요소들이 확실히 정착되어 있는 것이다.
독일 지방의회 의원들은 무보수 명예직이고, 시장이 시의회 의장을 겸한다. 에어크라트 시의원은 약 40명이다. 대부분 자기 직업을 갖고 있다. 의회도 밤에 열린다. 예산안은 의회에 상정되기 4주전에 주민들과 언론에 공개된다. 주민들이 예산안에 대해 검토하며 자신들의 의견을 제출하면 의회가 다시 이를 수렴해 논의한다.
시 행정과 관련해서 특이한 것은 한국처럼 순환보직제를 실시하지 않는다. 지방 공무원의 경우 정원 내에서 전문적 자리를 맡을 사람이 적기 때문에 전문성을 중시한 인사를 한다. 한 자리에 오래 있음으로 해서 혹 발생할 수 있는 부정부패에 대한 노파심 때문에 변화를 주지는 않는다. 언론이나 의회 등의 사회적 감시기능이 그만큼 살아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승진이나 급여는 철저히 능력과 업적에 따라 평가된다. 승진=급여 상승이라는 자본주의적 동기부여 시스템이 정착되어 있다. 에어크라트시 건축과에 3명의 전문 기사가 있었는데, 최근 일하기 싫어하는 직원 하나가 다른 도시로 옮겨갔다고 한다.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은 승진할 수 없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승진을 통해 보상받는다. 승진에 대한 최종 결정은 시장이 하지만, 고용법에 의해 인사평의회를 열어 합리적인 평가를 한다. 제도로서의 인사 평가 시스템이 구성원들의 신뢰 속에 정착되어 있다. 각종 위원회나 기구들이 있지만, 단체장의 모양 만들기 역할에 그치거나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 개선의 목소리가 많은 우리와는 대조를 이룬다.
시장과의 토론 중 갑자기 시장이 자리를 떠야 한다고 한다. 이유인 즉 매주 한 차례 한시간 씩 시장실에서 '시민과의 대화'시간을 갖는데 지금이 그 시간이라는 것이었다. 사전 예약된 손님이 아니라 시장이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찾아오는 민원인을 아무나 만난다는 것이다. 대규모 집단 민원이 아닌 일반 개인이 어떤 민원과 관련해 시장을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 처럼 힘든 현실에 익숙한 우리에게 이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한마디로 권위적이지 않은 시장과 자기 직업을 가지면서 야간에 회의를 하는 시의원들, 일반 평당원이 시정과 의정 활동의 실질적 주체가 되어 돌아가는 독일의 지방자치제도는 이제 10년을 넘기며 걸음마를 시작한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었다.
<본지 발행인 겸 편집국장 designtimesp=18134>
<독일연수기 designtimesp=181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