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젊은 의사상자가 보내온 글
11월25일 수원에서 신검을 받고 친구와 만나 식사 후 헤어져 밤 10시 넘어 수원역 맞은편에서 집에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어떤 여자와 남자가 고성으로 싸우는 소리가 들렸고 무슨 일인지 도우러 갔습니다.
싸우는 이유를 들어보니 한 남자가 지나가는 여자에게 입에 담기 어려운 상스러운 심한 욕을 했고 그래서 여자가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여자는 남자친구와 동행하고 있었습니다. 별것도 아닌 이유로 말싸움이 시작했지만 몸싸움으로 커져가고 있었습니다. 주위에는 여러 사람이 있었지만 아무도 싸움을 말리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이러다간 다치겠다고 생각한 저는 두 사람을 말리고 여자와 그 남자친구를 잘 달랬습니다. 싸움이 진정되는가 싶었는데 돌아가는 여자에게 남자는 또 다시 입에 담기 어려운 상스런 욕을 했습니다. 지켜만 보던 여자의 남자친구가 더는 못 참겠는지 다가가 강하게 항의했고 저는 여자 친구를 계속 달래며 돌려보내려 했습니다. 두 남자의 언쟁이 몸싸움으로 커지더니 욕을 하던 남자가 품에서 칼을 꺼내들고 남자친구에게 달려들었습니다. 그 와중에 여자는 “칼이야" 라며 소리쳤고 뒤를 돌아보자 남자가 칼을 휘둘렀고 너무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정말 위급해 보이는 아찔한 순간이었고 이러다 사람이 죽겠다 싶어 칼을 저지하기 위해 저는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뛰어들어 남자에게서 칼을 빼앗으려고 하였습니다. 저는 남자의 손을 잡고 손목을 쳐 칼을 떨어뜨리고 칼은 잃은 남자는 남자친구에게 붙잡혔습니다. 안도의 숨을 쉬고 주위를 둘러보니 주위의 구경꾼이 제가 피를 흘리고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고통이 없어 몰랐는데 오른손이 크게 찢겨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습니다. 여자는 손을 살짝 베인 상처 외에는 다행히 무사했습니다.
여자의 남자친구를 확인해보니 머리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고 분노에 차 쓰러진 남자를 폭행하려 했습니다. 저는 남자친구를 달래어 택시를 태워 함께 빈센트 병원으로 갔습니다. 남자친구는 칼에 머리와 목을 찔려 빈센트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하였으나 병원에서는 내 손을 보고 여기서 치료하기 어려우니 빨리 손의 힘줄과 신경을 봉합할 수 있는 전문으로 하는 정형외과를 소개하여 주었습니다. 저는 칼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손등이 가로로 크게 찢어져 오른손 2,3,4번 힘줄이 끊어졌고 신경이 파열되었습니다. 길게 찢어져 깊이 파이고 손등이 길게 벌어져 손 내부가 다 보이는 상황으로 심한 상처를 입었고 일반 정형외과의사로는 수술이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전문의 수술이 필요한 상태여서 영통 수정형외과 (수부외과)로 이동해 바로 봉합수술을 받았고 전치6주 진단을 받았습니다. 힘줄을 잇는 수술은 다행히 잘 되었지만 신경은 잇지를 못했다며 완치되어도 손등에 감각이 없다고 하시며 치료경과에 따라 힘줄 이은 것도 어떻게 될지 모르니 조심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손을 찔려 다행이지 그때 상황을 생각해보면 정말 아찔합니다. 평상시에 위험에 처한 사람을 보고 그냥 지나치면 안 된다는 정신으로 또 너무 위험해 남자가 죽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손등에 신경이 죽어 감각이 없고 손가락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 질까봐 걱정스럽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을 돕는 과정에서 생긴 흉터가 영광스럽고 정말 뿌듯합니다.
* 평택출신 부모를 둔 한 젊은이가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돕다가 부상을 입은 정황을 기록한 글과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글을 조금 고쳐 게재합니다. 다친 손 사진은 싣지 않습니다. <편집자>
평택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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