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글 사랑방

강 상 헌 논설주간. 우리글진흥원 원장

최근 회자라는 말이 부쩍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된다. 신문과 방송 뿐 아니라 네티즌 글쓰기에도 유행이다. 맹자로 인해 생명을 얻은 구식(舊式) 케케묵은 이 말이 어쩌다 우리 디지털리스트 신세대들의 글쓰기에서 인기를 끄는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단지 다양한 어휘가 말과 글에서 제 역할을 하는 것이 세상에 바람직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생각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본다. 그러나 그 사용의 실제 모양새를 보면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 같다.

결론적으로 얘기해서 ‘회자하다’는 ‘말하다’ ‘얘기하다’와 꽤 차이가 있다. (어떤 주제에 관해) ‘언급하다’는 말과도 같지 않다. 필자의 관찰로는 요즘 ‘신세대 필자’들이 이런 뜻으로 쓰는 경우가 너끈히 절반 정도다. 
교과서적으로 설명해보자면, 수학의 집합(集合) 개념이 필요하다. ‘말하다’ ‘얘기하다’ 그리고 ‘언급하다’는 ‘회자하다’가 가진 뜻과 어떤 부분 겹치기는 하지만, 겹치지 않는 부분이 크다. 그래서 요즘 ‘회자’되는 회자라는 말이 들어간 문장을 보면 핀트가 안 맞는 사진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잦다.

이런 용례를 두고 꼭 틀렸다고 말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그대로 두기도 좀 어정쩡하다. 이 단어가 멋지게 느껴져서 꼭 써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라면, ‘회자’의 해상도를 높일 수 있는 다음 ‘공부’를 미리 해둘 필요가 있겠다. 물론 ‘회자’가 뭔지 안다고 생각하는 분이 살펴도 도움 될 수 있을 것이다. 

회자(膾炙)는 생선회 같은 날고기(膾)와 불고기 같은 구운 고기(炙)를 이르는 말의 합체다. 많은 사람들[人]의 입[口]에 회나 불고기처럼 달라붙는, 그런 얘깃거리를 이르는 동양의 고전적인 은유인 것이다. ‘인구(人口)에 회자한(된)다’와 같이 쓴다.

‘구설수(口舌數)에 오르다’ ‘입살에 오르다’와 같이 정직하지 못한, 착하지 못한 일로 남의 입에 오르내리는 일은 ‘회자하다’와 잘 맞지 않다. ‘회자하다’는 선행(善行)과 같은 좋은 일이나 해외토픽과 같은 재미있는 일에 맞다.

여러 사람들이 즐겨 얘기하는 화제, 가치 평가의 차원에서 ‘긍정적’이거나 최소한 ‘중립적’인 얘깃거리를 다룰 때 적당한 것이다.  

이런 뜻을 알고 ‘회자’라는 단어를 쓴다면 핀트 안 맞는 표현으로 지적을 받거나, ‘문자가 없는(유식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타인 또는 선배 세대의 평가는 최소한 피할 수 있다. 이런 지적이나 평가는 무섭고 오래 간다. ‘뒷담화’는 치명적인 독화살이다.

말과 글을 쓸 때 완전하게 아는 단어만을 골라야 하는 이유다. 아는 말이라고, 모두들 그렇게 쓰는 것 같아서 어떤 단어를 무심코 썼는데 그게 독화살이 될 줄이야. 아는 말도 사전에 물어보는 것이 현명한 이들의 ‘날마다 승리하는’ 말글 사용법이다. 또 자신의 어휘 창고를 가멸게 하는 비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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