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글 사랑방
많이 볼 수 있는 외국 상표다. 유명 자동차회사 이름인데 딱정벌레 즉 ‘비틀(beetle)’이라는 별명으로 오래 인기를 끌었던 자동차 이름이기도 하다. 히틀러의 지시에 따라 포르쉐가 만들었다. 포르쉐는 이 차로 ‘자동차 디자이너의 전설’이 됐다.
독일 회사이니 독일어로 이 회사 이름을 읽으면 ‘폴크스봐겐’이다. 이 회사가 홈페이지에서 직접 자신의 이름을 적고 소리 낸 것을 적어보면 ‘Volkswagen, Das Auto(폴크스봐겐, 다스 아우토)’다. 대충 ‘차(車)는 폴크스봐겐’ 정도의 마케팅 구호라 보면 되겠다. 폴크스봐겐은 ‘국민차’라는 뜻.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이 이름을 부를 때는 대부분 ‘폭스바겐’이라 부른다. 심지어 이 회사의 차를 파는 한국의 회사(Volkswagen Korea)도 홈페이지에 자신의 이름를 ‘폭스바겐’이라 적었다. 독일 사람들도 영어권 사람들이 이 이름을 ‘폭스바겐’이라 부른다는 것을 안다.
상표 또는 회사 이름이고, 두 가지 발음이 비슷해 오인이나 혼동에 의한 피해가 생길 우려는 없다. 만나는 이들 대부분 ‘폭스바겐’이라 하고 신문에도 그렇게 쓰인다. 오히려 독일어를 ‘본토 발음’으로 충실하게 읽는 것을 어떤 이들은 더 어색하게 여길 수도 있다.
그런데 같은 이름이 이렇게 두 갈래로 발음되는 까닭을 아는 것은 재미도 있을 뿐 아니라, 언어의 교류 또는 교차에서 생기는 현상을 이해하는 빌미가 될 수도 있다. 생활 속에서 볼 수 있는 비교언어학의 사례라고나 할까?
영어 folk(포크) 또는 folks(포크스)는 ‘사람들’의 뜻이다. 따져보면 독일어 volks(폴크스)와 가까운 친척 간이겠다. 그러나 영어 folks는 약간 비공식적인 뜻 즉 “이 사람들아!”하고 친근하게 부르는 뉘앙스를 품는다. 포크댄스(folkdance)는 무대 예술이 아닌, 동네 사람들이 마을 앞마당에 모여 추는 소박한 춤이다.
폴크스봐겐이 폭스바겐으로 뿌리를 내린 것은 독일어 volks를 영어 folks로 읽어낸 까닭으로 풀이된다. 우리 사회가 독일어보다는 영어와 더 가깝기 때문에 생긴 일이겠다. 소리가 더 간단하기도 하거니와 읽기에 편한 점도 한 몫 했겠다. 이중모음 들어간 ‘봐겐’이 ‘바겐’이 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우리 영어 사전도 헷갈리기는 평범한 언중(言衆)인 우리와 마찬가지인가? 발음기호는 [복스왜건]이라 적고는 ‘폴크스바겐’이라고 설명했다.
결론, 편한대로 ‘폭스바겐’도 좋고, ‘폴크스봐겐’도 좋겠다. 그러나 영어 독어 불어 등 알파벳으로 이뤄진 언어의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을 생각하는 힌트로, 또는 계기로 삼으면 글로벌 세상을 사는 우리의 언어생활에 도움이 되겠다.
사족(蛇足). 1938년 생산된 자동차 비틀(Beetle)은 요즘 모두가 ‘한 말씀’씩 하는 생태디자인(eco-design)의 원조 쯤 되겠다. 지금 봐도 아름답고 과학적이다. 또 그 비틀은 영국의 4인조 록음악 그룹 비틀즈(Beatles)와 다르다. 비틀즈는 ‘두드리다’는 뜻의 동사 비트(beat)를 활용한 이름이다.
평택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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