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래부 : 세교중학교 2학년 학생 6명
기발한 상상력 심사위원 눈길 사로잡아
공중자전거 타는 E·T 출전한 외계올림픽
가상광고 번호 눌러보니 통화돼 깜짝놀라

예선심사가 있던 날의 이야기다. 모두 작품을 고르느라 숨죽인 가운데 50대 중반을 넘어선 한 심사위원이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그런데…, ‘엄훠’가 뭡니까?” 웃음소리가 삽시간에 퍼지고 미모의 심사위원이 그 뜻을 해석해주면서 상황은 마무리 됐다.(‘엄훠’는 ‘어머’라는 뜻으로 인터넷 용어다)
제목부터 강렬하게 다가왔던 세교중학교 2학년 구민선·김영진·김지화·소병희·신유진·임한비 학생들이 만든 <또래부>신문 ‘엄훠, 꽃이 피었네’. 본선에 제출한 신문 후기를 통해 말한 “솔직히 선생님이 하라고 해서 했다. 어떤 걸 쓸지 몰라서 낙서만 하고 낸 것 같은데 예선을 통과할 줄…, 알았다. 너무, 완전, 대박으로 잘했으니까”라는 당당함은 어디로 갔는지, 13일 <또래부> 대상이라는 공지가 뜨자마자 학교가 떠나가라 “꺄악!!!!”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단다.
대상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15일 오후. 6명의 여인을 만나는 첫 자리엔 꽤 어색한 공기가 감돌았다. 이렇게 조용한 아이들이 ‘외계인이 침공했다!’를 주제로 선택했다니…, 혼란스러운 몇 분이 지나자 아이들의 본 모습이 차츰 드러나기 시작했다.
“신문 뒤쪽에 보면 외계인 물품 한정판 ‘앗싸라쿰 따르릉’을 출시한다는 광고가 있어요. 하늘을 날수도 있고, 탔을 때 졸리면 쿠션과 자동조종장치가 있기 때문에 잠도 잘 수 있다는 자전거 광곤데요. 지금 당장 전화해보라고 ‘1544-6488’이라고 맘대로 적어놨어요. 혹시나 해서 전화 해봤는데 받더라고요.(웃음) 정말 깜짝 놀랐어요.”
엉뚱함은 신문기사에서도 드러난다. 2222년 지구로 외계인들이 올림픽을 개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는데, 대한민국이 미리 선수를 쳐 외계올림픽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였단다. 외계올림픽은 1년 동안 5개 종목을 실시하는데 외계음식 빨리먹기, 운석야구, 운석볼링, 공중자전거, 행성침략이다.
각 종목의 규칙은 더 기발하다. 외계동물은 무척이나 혐오스럽게 생겨 외계인들도 먹기를 꺼려 약 50일간 외계음식을 빨리 만들고, 먹어야 한다. 공중자전거는 E·T로 인해 유행된 종목인데(E·T는 사실 공중자전거의 금메달리스트다) 25일간 실시된다. 행성침략은 각자 한 행성을 골라 190일간 침략을 실시하는데 현재 ‘케로로’가 유력하다.(그래서 실격이다)
기사 사이사이의 그림은 현장에서 직접 그렸다. 원래 직접 그리지 않고 만들어 붙이려는 계획이었는데 깜빡 잊고 가져오지 않은 덕분에 상상력은 배가 됐다. “저희가 만든 걸 다시 보니까 꽤 잘 만든 것 같은데요? 오, 역시. 아! 상금이 들어오는 대로 선생님이랑 함께 영화 보고, 돼지고기 먹으러 가기로 했어요. 부럽죠?”
김혜경 기자
■ 학급부 : 평택초등학교 2학년2반 학생 28명
학급헌법1장 “아침공부 요일별 따로따로”
주말버스체험·협동화그리기·미꾸라지 잡기
한 학기 생활 정리해 연필로 꾹꾹 눌러써

아이들의 초롱초롱하고 맑은 눈동자가 맨 먼저 눈에 들어온다. 대상을 받게 됐다는 소식에 “우와 진짜 신기하다”하며 박수를 친다. 세상을 다 얻은 듯 기뻐 보인다. ‘제4회 가족·학교 신문만들기 대회’ 학급부 대상을 수상한 평택초등학교 2학년2반 학생들이다.
‘따로 또 같이’의 행복을 꿈꾼다는 2학년2반의 학급신문 첫 장엔 학급 헌법이 가장 눈에 띈다. 초등학교 2학년에게 학급 헌법이 있다니! 제1장 ‘우리 반은 요일별로 아침공부 주제를 달리하여 실시한다’를 비롯해 총 8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 옆에는 28명의 학생들이 해맑게 웃는 모습이 담겨 있다.
2주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동안 학생들은 그 작은 손으로 학기 초부터 있었던 일을 하나하나 연필로 꾹꾹 눌러 썼다. 글씨를 쓰느라 팔도 많이 아팠다고 한다. 허윤선 학생은 “기사를 쓸 때 글씨를 너무 많이 써서 힘들었다”고 한다.
2면부터 4면은 ‘주말버스학교체험’, ‘협동화 그리기’ 등 다양한 체험활동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먹음직스러운 과자를 집중해서 만드는 모습, 물가에서 미꾸라지를 잡는 모습. 기사 옆에는 생생한 사진들이 재미를 더했다.
5면은 ‘이런 일 저런 일’이라는 코너를 마련해 한 학생이 우유를 뿜은 사건을 재치 있게 그려냈다. 이 학생은 꽤나 부끄러웠을지도 모르겠다. ‘ooo의 우유사건’이라고 부른다나? 초등학생 기자들에게 익명보도란 없다. 이렇게 우스꽝스러운 기사 뒤엔 각종 대회 참여 실적으로 사뭇 진지해 보이는 글도 있다. 학생들이 달라 보이기 시작한다. 못하는 것이 없는 반이다.
학생들의 글솜씨, 그림실력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들의 솜씨’ 코너에는 학생들의 일기장, 각종 상을 받았던 그림들이 사진으로 장식돼 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곽승혜 학생은 광고까지 직접 그려 그림 솜씨를 뽐냈다. “이틀 만에 다 그렸어요”하고 자랑한다.
알찬 내용으로 꽉 찬 2학년2반의 학급신문.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단다. 한성원 학생은 “물총 싸움 한 것도 넣고 싶은데 못 실어서 아쉽다”고 했다. 알고 보니 신문 만들기 대회가 끝나고 한 활동이라고.
방학 때도 하고 싶은 것이 많다. 시골에 있는 할머니 댁을 방문하거나 대부분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갈 계획이 있었다. 이하늘 학생은 “엄마아빠랑 영덕에 계시는 할머니 댁에 가서 물고기도 잡고 대게도 볼 거에요”라며 연신 싱글벙글 이다.
2학년2반 친구들, 2학기에도 이렇게 즐겁고 신나는 추억을 많이 만들 거지?
이윤지 인턴기자
■ 가족부 : ‘토끼랑 거북이’ 황유진·유정·유빈
온 식구 외모 관심많아 주제로 골랐어요
상금으로 학용품도 사고 먹고 싶은 것 실컷
작년엔 은상 받아 “내년 또 나와도 되죠”

가족부 대상을 받은 ‘토끼랑 거북이’ 황유진 학생 가족을 만난 날은 장맛비로 우중충했지만, 신문만들기 대회 에피소드를 얘기하느라 유쾌하게 시간이 흘렀다. 엄마(김은희씨), 황유진(12) 학생, 황유정(11) 학생, 막내 황유빈(5)이 기자를 맞았다. 아버지는 직장 일로 참석하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텔레비전 소리가 들렸다. 유빈이네 집에선 평소에 텔레비전을 보면서 대화를 나누는 때가 많단다. 신문만들기 대회 주제를 ‘외모지상주의’로 결정한 것도 텔레비전을 보면서 이야기 하다가 우연찮게 생각난 것이란다. ‘외모지상주의’라는 주제가 세대를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들에 관심있는 주제일 것 같아 선택했다.
신문만들기 본선대회를 준비하면서 부모님과 이야기(토론)도 하고 인터넷, 책, 잡지, 신문, 텔레비전을 보고 뒤지며 자료를 모았다. 신문을 꾸밀 물품도 아이들끼리 준비했다. 이렇게 준비된 가족신문 ‘외모지상주의’ 특집엔 재미난 읽을거리가 풍성하다. 본선대회 심사를 맡았던 어른들이 보기에도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독특한 시각을 담았다.
황유정 학생은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 대한 찬성-반대 의견을 잘 정리했다. 성형수술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을 편견없이 썼다. 황유정 학생은 “개인적으로는 성형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기사를 쓸 때는 성형수술의 좋은 점을 이야기하는 찬성의견을 반영했지만 아직까지는 성형이 별로 좋지 않다고 자기 의견을 분명이 밝혔다.
가족신문 ‘토끼랑 거북이’엔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기사와 사진은 물론 그림, 사설, 광고 등 신문구성 요소들이 골고루 들어있어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
집안의 맏이 황유진 학생은 “외계인 침공에 대해서도 신문을 만들어 보소 싶었는데 못하게 돼서 아쉬웠다. 다음에는 외계인에 대해서도 꼭 만들어 보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신문만들기 총지휘를 맡았던 엄마 김은희씨는 “작년에 이어서 2번째 참여했다. 지난해는 은상을 받아서 이번에도 작은 상이라도 받았으면 했다. 대회를 마치고 생각해보니 작년에 비해 예쁘게 꾸미지도 못한 것 같아서 상 받기 힘들겠다고 아이들에게 말했었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대상을 받게 되어서 너무 기쁘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사실 준비한 내용이 더 있었다. 내용이 너무 많으면 복잡할 것 같아 넣지 않아 아쉬운 맘도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대상을 받게 되서 기쁘다”며 웃었다.
상금은 어떻게 쓸까?
김은희씨는 “이번엔 아이들이 잘 따라주고 재밌고 열심히 했다. 아이들이 원하는 데로 쓰기로 했다”고 말하자 아이들이 환하게 웃는다.
유진이는 예쁜 모양의 학용품을 사고 싶다. 유정이는 상금이 나오면 맛있는 것 실컷 사먹고 싶어한다. 유빈이는 웃기만 하고 의견을 내지 않는다.
내년 대회에도 꼭 다시 참가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더 재미있는 주제를 주었으면 좋겠다는 부탁과 함께.
김정수 인턴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