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 효명고등학교 교장

진리가 넘친다. 너도 나도 “내가 하는 말이 진리!”라고 말한다. 종교인이라고 다르지 않다. 내가 믿는 종교만이 진리이고, 다른 종교를 드러내 놓고 폄하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희미하게 진리를 알고 있을 뿐이다.
근본적 진리를 알아야 한다. 근본적 진리는 말 그대로 토대이자 뿌리다. 이 근본을 바로 잡아야 10층 건물도 짓고, 20층 건물도 짓는다. 토대를 깨닫지 못하면 5층까지는 지을 수 있을지 몰라도, 6층 올리기는 어렵고, 7층 지으면 무너진다.

명문대를 나오고 외국 유학까지 다녀온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 진정한 진리를 알고 있을까.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대한 배려, 아픔에 대한 동참, 약한 이들에게 대한 우선적 선택이 없다면 그는 근본적 진리에서 거리가 먼 사람이다.

장관이 9급 공무원을 귀하게 여길 줄 알고, 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할머니의 손길에서 인간미를 느낄 수 있을 때 근본적 진리에 가까운 목민관이라 부를 수 있다.

근본적 진리를 깨달은 사람은 무엇이든 받아들인다. 모든 사람과 대화가 가능하다. 상처받은 사람에게는 치유를 준다. 어진 자세로 돌봄을 나눈다.

과거 미국에서 유학하던 시절의 경험이다. 한국에서 돈 많은 한 분이 암을 치료하기 위해 미국까지 왔다. 막상 진단을 받고 나니, 간 손상이 심각한 상황이었다. 치료비는 간이식을 포함해 10억이 넘게 든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수술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가족들도 회의를 하는 등 쉽게 결정내리지 못했다. 돈이 부담이 된다는 것이었다. 내가 보다 못해 그분에게 말했다.

“이제는 스스로를 돌보십시오. 그동안 번 돈을 가장 중요한 곳에 쓸 때입니다. 그리고 돈은 나중에 또 벌 수 있습니다.”

먼저 ‘나’를 바로 세워야 한다. 나를 돌보아야 한다. 나 자신의 건강한 육신, 정신, 마음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자신의 삶이 죽어가고 있는데 다른 무엇이 중요한가. 내가 건강하고 자유롭게 살고,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고 평화롭게 살고, 행복하게 지내는 것이 배우자와 자녀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그것이 진정으로 가정을 비롯해 자녀들을 올바로 세워줄 수 있는 힘이다.

내가 건강한 외면과 내면을 갖지 못하면 가정과 자녀는 자칫 어긋날 수 있다. 아버지가 자신을 제대로 성장시키고 돌보지 않으면 자녀는 진정한 돌봄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할 수 있다.

우리는 책과 텔레비전, 신문, 인터넷 등을 통해서 무수히 다양한 삶들을 만난다. 오늘날은 다양성의 시대다. 그러다 보니 진정한 ‘하나’, 그 기준을 잃을 수 있다. 요즘 세상에는 목소리가 하나가 아니다. 사상의 유행, 이념의 유행, 감각의 유행을 쫓다 자칫 나를 잃을 수 있다. 다양성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말이 아니다. 그 다양성 속에서 ‘하나’를 찾아야 한다.

앞의 글에 한 말이지만,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나의 근본적 육신, 나의 근본적 정신, 나의 근본적 마음, 세계의 근본적 진리, 그 ‘하나’가 중요하다. 그 하나는 바로 ‘나의 초월성’을 살리는 일이다. 나 자신에게 내재된 초월성을 살려내야 한다. 그것이 근본적 진리다. 인간만이 가진 초월성을 구현하는 삶을 사는 사람에게선 향기가 난다. 향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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