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속의 다문화, 다문화 속의 한국

저는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난 고려인입니다. 러시아에 있는 한국 업체에서 일을 하면서 우리 회사에 출장 왔던 멋진 남자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 남자와 연애 끝에 4년 전에 한국에 시집오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여기서 예쁜 딸을 낳고, 신랑과 함께 행복하게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 남편은 회사에 출근하고, 딸도 어린이 집에 보내고 나서 ‘뭘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안에서만 있으니 심심하고,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좋지만 내 인생이 그냥 무의미하게 흘러버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평택에 있는 외국인복지센터에 나가서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베트남, 중국, 러시아, 인도네시아, 일본 등등 결혼이민자들과 함께 한국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정식 이름은 ‘다문화 파견강사’입니다. 제가 살던 우즈베키스탄의 문화, 역사 그리고 사람들이 사는 모습 등을 한국아이들에게도 알려 주면 어렸을 때부터 외국인에 대한 친근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수업준비도 하고, 교재와 재료도 직접 만들고, 모의수업도 많이 했습니다. 어렵긴 하지만 즐겁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제 수업에 쓸 자료를 찾다가 어느 인터넷사이트에 이런 글 보았습니다.
“안녕 하세요? 저는 00초등학교 0학년 0반 000입니다, 제가 지금 사회 숙제를 하고 있는데요… .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 좀 알려주세요! 제발이요~

아! 그리고 오늘 아니면 필요가 없어요! 제발 오늘 안으로 답해주세요~~
알려주면…. 땡삼!^^ “
이 글을 보고 ‘왜 한국 학생들은 다른 문화와 다른 세상에 대해서 관심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저 사회 숙제만 하면 그만이라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더 넓고 다양한 세상을 알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우즈베키스탄에는 120여 개 정도의 민족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는 자연스럽게 다르게 생긴 여러 사람들의 생각, 여러 문화 차이, 다른 민족의 식습관까지 알기 때문에 외국인들에 대해서 낯설음과 두려움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단일민족으로 오랫동안 살아서인지 외국인들을 보면 좀 어색하게 생각하거나 피하는 것 같습니다. 어떤 한국 사람들은 외국인이 무섭다고 하는 말도 들었습니다. 가끔 한국아이들이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는 걸 보면서 외국 사람을 친근하게 대해야 영어공부가 잘될 텐데 생각을 합니다.

지금은 한국에 결혼 이민자들과 취업 노동자들을 어느 곳에서든지 만날 수 있고, 해외로 나가는 한국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서로를 알고, 가까워지고, 친구가 되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한국에는 외국인들이 더 많이 살 게 될 거라고 합니다.

저는 고려인이지만 아직 한국말을 더 많이 배워야 합니다. 문화차이 때문에 힘들 때도 있습니다. 아이들이지만 열심히 잘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부담될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제가 하고 있는 다문화 교육이 앞으로 한국아이들에게 보탬이 되면 좋겠습니다.                                                          김나데즈다(김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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