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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일간 계속됐던 쌍용자동차 옥쇄파업이 22일로 파업 돌입 2주년을 맞았다. 그러나 해직 노조원들의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2년 전 파업이 끝나고 쌍용차에는 금속노조와의 단절을 선언하며 새로운 노조가 설립됐지만 해고 및 휴직 노조원들을 중심으로 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도 여전히 ‘복직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한상균 전 지부장은 현재 구속 수감 중이다. 이와 함께 상하이차의 기술유출에 대한 민사소송과 회사 측에서 조합원을 상대로 제기한 230억 원의 손해배상소송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해직 후 그동안 복직투쟁을 계속하며 이들은 생계유지가 곤란할 정도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욱이 구조조정 등으로 거리로 내몰린 쌍용차 노동자들이 극단의 선택을 맞고 있다. 2009년 4월 구조조정 이후, 지난 2년 동안 사망한 쌍용차 노동자와 가족이 무려 15명에 이른다. 사망자 중 9명이 자살이었고, 이들 중 노동자 부인도 두 명이나 포함돼있다. 과도한 스트레스 의한 심근경색 사망은 6명에 이른다.
파업당시 조사한 1차 실태조사와 파업직후 조사한 2차 실태조사 모두 심각한 결과를 나타냈다. 구조조정 노동자들의 42.8%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었으며, 당장 정신과 진료를 필요로 하는 고도 우울증 증세도 41.0%나 조사됐다. 구조조정 노동자들은 언제 누가 어떻게 돼도 이상할 것이 없는 심각한 상황에 내몰려 있었다.
회사로부터 가해진 해고압박과 파업과정에서의 정부의 물리적 탄압이 노동자들에게 심각한 정신적 상처로 남겨진 것이었다. 더욱이 해고와 무급휴직으로 겪게 된 경제적 위기는 노동자들의 정신을 더욱 황폐하게 만들어갔다.
쌍용자동차 구조조정 이후 2년여가 흐른 지금, 상황이 악화됐을 것이란 것은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 최근에 실시한 ‘쌍용차 구조조정 노동자 3차 정신건강 실태조사’가 이를 입증한다.
이번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쌍용차 노동자 자살률은 평균 자살률보다 3.74배 높았다. 또한 대표적인 스트레스 질병인 심금경색 사망률은 평균치보다 18.3배나 높았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유병율은 52.5%이었고, 50.0%는 지금 당장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고도 우울증상을 보였다. 이런 수치는 다른 심각한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있는 노동자들의 평균치보다 7~8배 높은 수치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는 쌍용자동차 구조조정 노동자 문제를 사실상 방치해왔다. 그 결과로 15명이나 되는 노동자와 가족이 죽음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제라도 8·6 합의의 당사자인 쌍용자동차 이유일 사장, 평택시장, 지역구 국회의원인 한나라당 원유철 의원, 민주당 정장선 의원 등이 나서서 휴직과 해고 노동자들의 복직을 위해 진정성 있게 가일층 노력해야 한다. 또한 각종 고소 고발 소송도 취하해야 할 것이며 8·15 광복절 특사로 한상균 전 지부장이 풀려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것만이 진정한 대타협 정신을 실현하는 길일 것이다. 그래야 지역 공동체도 살고 죽음의 그림자를 멈출 수 있다.
박혜경과 레몬트리 공작단의 재능기부, 바자회 등을 통한 모금 운동 그리고 정혜신 박사의 심리치료, 명진 스님의 인쇄 기부, 김제동의 토크 콘서트 등 유명 인사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쌍용자동차 동지들과 함께 하고 있으며, 지역에서도 사회 각층의 온정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동체 구성원 하나하나의 아픔을 함께 하고 나누고 같이 울어 주는 것이 진정한 복지 국가다. 민주공화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