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 효명고등학교 교장

효명고등학교 교장 정영식(바오로) 신부의 글을 5월부터 6개월간 연재한다. 정 신부는 올해 3월 효명고등학교 교장으로 취임한 뒤 학생, 학부모, 교사와 함께 하는 공부모임을 끌어오고 있다. ‘주체적 자기 형성적 존재로서의 인간관’을 강조하는 정 교장은 1985년 서울가톨릭대학교를 졸업하고 사제서품을 받았다. 미국 듀케인 대학원에서 영성신학을 전공, 석사학위를 받은 후 수원가톨릭대학 교수, 안양중앙성당 및 수원 영통성령성당 주임신부를 역임했다. <편집자주>

먼지투성이다. 발걸음을 내딛을 때 마다 발밑에선 먼지가 풀풀 일어난다. 그 먼지는 나 자신 때문에 생겨나기도 하지만, 때로는 주위에서 생겨나 나에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 먼지에 숨이 막힌다. 게다가 먼지는 빛을 산란시켜 시야까지 가린다. 그래서 사람들은 청소를 한다. 정확히는, 사람만이 청소를 한다. 인간은 먼지를 일으키며 살지만, 동시에 청소할 줄도 안다.

마음에 쌓인 먼지도 털어낼 줄 안다. 먼지는 마음속에서도 일어난다. 먼지 풀풀 나는 삶이 어찌 하루 이틀인가. 사람은 집 청소를 하듯이 마음의 먼지도 닦아내려 한다. 인류 최초의 학문(철학)은 이런 이유로 생겨났다. 여기에 인간의 위대함이 있다.

어떻게 세상이 만들어 지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먼지를 털어내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이 철학을 탄생시켰다. 탈레스(Thales, BC 624? ~ BC 546?)와 헤라클레이토스(Heraclitus of Ephesus, BC 540? ~ BC 480?)등이 이러한 철학의 문을 연 사람들이다. 최초의 철학 이후 인간은 궁극적 궁금증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고, 진정한 행복에 대해 탐구하기 시작했다. 이후 수많은 사상가들이 인간 행복을 위해 성찰하고 탐구했다.

하지만 결과는? ‘아직도 모름’, 현재 진행형이다.
물론 모든 학문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바른 삶으로 인도한다. 하지만 극단에 가서는 ‘완벽한 행복’을 성취해 내지 못한다. 돈을 많이 가진 사람도, 뛰어난 학문적 성취를 이룬 학자도 모두 마찬가지다. 사실 인간의 만족은 끝을 모른다. 자유형을 잘 하는 수영 천재라도, 배영과 접영을 잘하는 사람을 만나면 열등감을 느끼게 마련이다. 오스트리아의 정신의학자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 1870~1937)에 따르면 세상 모든 사람의 대부분이 열등의식 속에 살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하면 열등감의 먼지를 훌훌 털어내고 진정한 행복을 성취할 수 있을까.

살다보면 가슴 철렁철렁 내려앉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교통사고, 질병, 취업, 학업 등으로 많은 이들이 고통 받는다. 사업이 잘 되지 않아서, 배우자 혹은 자녀와의 관계가 삐걱 거려서, 이웃으로부터 이유 없는 모함을 받아서 고통 받는다. 사기를 당해서, 직장 내에서 인정받지 못해서 괴로워한다. 문제는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지적인 노력으로는 이러한 고통과 불만족을 해소할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뭔가 새로운 것이 필요하다. 그 새로운 것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폭탄이 비처럼 쏟아지던 어느 날, 독일의 한 방공호. 수십 명이 사람들이 좁은 공간 안에서 공포에 떨고 있었다. 다가오는 죽음…. 그 공포 속에서 한 어머니가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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