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범(평택환경운동연합)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는 바이지만 평택만큼 살기 좋은 복받은 땅이 없다. 한반도 서해안의 중앙부에 위치로서 육상 교통의 중심지이며, 동북아 환황해권의 관문 역할을 할 수 있는 항만이 들어설 수 있는 천혜의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자연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해도 역동적이고 진취적인 사람들이 없다면 그 자연조건은 아무 쓸모없는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열악한 자연조건을 역으로 활용한 예는 얼마든지 많다. 즉 발전이란 사람의 문제이며 주어진 객관적 자연조건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핵심관건인 것이다.

평택의 상황을 보면 시민들과 각 부문이 활기차게 각기 제목소리를 내며, 약간의 내용적 차이는 있지만 평택의 발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다른 그룹의 목소리가 너무 크거나, 협소한 주장으로 보일지라도 조정과정을 거치며 큰 흐름에서 발전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 주위를 둘러보면 여러 부문에서 부족하고 비합리적인 결정이 많이 보이기도 하지만 평택은 역동적이고 활기찬 사람들과 전문인재들이 가득 차있고 천혜의 자연조건을 모두 갖춰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갖고 있는 지역인 것이다.

과거 평택은 평택항이 들어선 해안과 현재 평택호에서 시내의 통복천까지 바닷물이 들어 뱃길로 이용되었다고 한다. 해안과 평택호변은 지대가 낮고 아늑하여 선사시대부터 철기, 삼국시대에 걸쳐 근세시대까지 인류가 살던 많은 흔적과 체취가 깊이 묻어 나온다. 선사시대의 대규모 패총, 돌도끼등의 유물, 안중의 현화택지 개발시 발견된 청동기시대의 도기가마터, 신라시대에 어부가 그물로 불상을 걷어올린 심복사, 당나라로 유학을 가려던 원효대사가 해골바가지로 물을 먹고 도를 깨우쳤다는 원정리의 수도사, 목장토성 등 많은 문화재들이 대부분 해양활동과 연관되어 있으며, 해양지역이 아니면 있을 수 없는 문화재들이다.

또한 평택의 역사적 인물 중 대표적으로 원균장군과 이대원장군도 수군 출신이다. 특히 원균장군의 경우는 평택지역에서부터 역사바로세우기 운동을 통하여 재평가 작업과 널리 알리는 운동을 벌여야 할 인물이다. 이대원장군 역시 임란 때 앞바다에서 왜군과 싸우다 전사하였다.

평택호 물줄기를 오르다 보면 인근에는 창(倉)자(字)와 성(城)자가 들어가는 지명이 많다. 용성리, 숙성리, 성해리, 성밖, 무성산, 설창, 창내리, 해창, 대창, 동창리 등 성곽과 창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 마을에 아직도 역사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 포구의 뜻을 갖는 포승면에 있는 만호리는 과학적 고증을 더 진행하여야 될 부분도 있지만 예전에 수군사령부가 주둔하였던 사실을 알수 있는 지명이기도 하다. 현재 청북 신도시 주변 일대에 지표조사 중에도 삼국시대이래 외적을 막기 위한 자미산성 등 성곽의 흔적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 성곽의 대부분은 평택연안을 따라 우리나라에 들어오려는 외부의 침략을 막아내기 위해 축성되고 인근의 많은 창고들은 바다를 통해 운반되는 대동미 등 물류기지 역할을 하였던 것이다. 결국 평택은 고대시대부터 지금까지 바닷길과 포구, 물류기지, 수군사령부의 역할을 해오고 있는 것이다.

평택연안(아산만)은 선사시대 이래로 동북아 교류의 중심역할을 지금까지 묵묵히 수행하여 오고 있다. 세계적인 비단길의 한 지류이면서 중국 대륙과 물류와 문화교류의 가교 역할을 하여 왔던 것이다. 서해안 중부의 화성, 평택, 당진 등이 그 교류의 거점 지역으로 논의된다. 즉, 국내와 동북아 지역 교류의 관문을 자임하고 최근에 다시 건설된 평택항은 현대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 모습과 형태만 조금 다를 뿐이지 고대부터 지금까지 계속 존재해 왔던 항구와 물류기지인 것이다.

역사는 현재의 내가 누구인지를 알려주며 미래를 방향을 밝혀준다. 또한 역사는 현재에 의해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다만 최대한 객관적 사고를 하기 위해 누가 얼마나 더 치열한 고민하였는지는 약간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간 평택에서도 평택의 역사를 알자는 조그만 노력들이 있어 왔고, 전국의 명성있는 전문가들의 작업은 아닐지라도 그 노력들은 매우 소중한 자산들이다. 이제는 이러한 노력들을 바탕으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연구들이 진행되어야하며 체계적인 지역 프로젝트로, 평택의 미래의 방향을 설정하는 디딤돌로 설정되어야 한다. 당진 등 인근 지역과 비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계화시대에 경제적 목적에서만이 아니라, 평택이 문화역사적으로 훌륭한 역할을 수행하여 왔음을 역사속에서 찾아내는 작업이 있어야 한다.

평택항과 살아 있는 자연 갯벌, 경기남부 지역의 모든 물을 담고 있는 평택호을 아우르며, '세계', '물', '바다'를 느낄 수 있는 한 바탕의 축제가 평택의 미래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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