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글 사랑방

강 상 헌  논설주간. 우리글진흥원 원장

‘카센타’라고 부르는 자동차수리점 간판에 ‘약방의 감초’처럼 끼는 얼라이먼트, 이 거 꼭 고쳐야 한다. 물론 카센타도 ‘카센터’로 외국어 표기규칙에 맞게 바꾸는 것이 좋다.

말은 뜻이 통하는 것이 본디다. ‘카센타’는, 굳이 고집하는 이는 그대로 써도 된다. 비용이 드니, 고치고 싶으면 간판이 낡은 다음 고치면 된다. ‘타’도 ‘터’도 차수리점임을 알리는데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라이먼트’는 꼭 고쳐야한다.

영어 쓰는 외국인에게 얘기해 보면 그 이유가 바로 나온다. “얼라이먼트? 왓? 아이브 노 아이디어.” 대답이 바로 떨어질 것이다. 뭔 말인지 모르겠단다. 그 단어의 중요한 부속 하나가 빠져있어 뜻이 통하지 않는 것이다.

영어 단어 alignment, 가지런히 하는 것 즉 정렬(整列)이란 말이다. 가지런히 한다는 뜻의 동사 align(얼라인)을 명사로 쓸 수 있게 해주는 접미사 ment(먼트)와 붙인 것이다. ‘얼라인먼트’로 읽으면 된다.

자동차 네 바퀴는 모두 진행방향과 나란히, 땅바닥과 직각으로 만나도록 조립하는 것이 아니다. 도로를 달리는 차의 기능을 고려하여 앞바퀴를 안짱다리처럼 앞쪽을 향해 약간 모아주고(토인 toe-in), 수직)인 상태(90도 직각)에서 약간 바깥쪽으로 눕도록(캠버 camber) 조립한다. 이것이 얼라인먼트, 즉 정렬이다.

운전자가 운전대를 돌리는 방향으로 정확하게 차가 나아가도록 하는 중요한 안전장치다. 한번 조정해도 운행하다보면 조금씩 틀어지는 수가 있다. 그래서 자동차정기검사에서는 얼라인먼트(바퀴정렬 상태)를 꼼꼼히 살핀다. 많이 틀어지면 운전자 스스로도, 왠지 차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그대로 운행한다면, 사고다, 재앙이다.

이렇게 중요한 작업을 가리키는 말의 철자를 잘못 쓴 카센터가 고객에게 백 퍼센트 믿음을 줄까? ‘대충 하는 차수리점’ ‘전문성 없는 카센터’라는 인상을 주지는 않을까? 이를 알고 있으면 카센터 사장님들, 유식하다는 얘기 듣는다.

‘얼라인’은 줄, 선(線)을 말하는 라인(line) 앞에 접두사(a)를 붙인 것이다. 얼른 보아도 ‘반듯하게 한다’ ‘정해진 줄에 맞춘다’는 의미가 떠오른다. align으로, 철자가 약간 달라진 것은 원래의 말밑 즉 어원에서 파생되는 과정에서 생긴 결과로 보인다. 그냥 aline이라고도 쓴다. 그러나 대부분은 align을 쓴다.

프랑스어에서 선은 ligne이라 쓰고 대략 [린] 또는 [린느]로 읽는다.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그리스 로마의 ‘역사의 선(線)’을 거치면서 알파벳은 시기와 지역에 따라 다양한 모양과 소리를 가지게 됐다. 말이 다소 거창하지만, 이런 것이 ‘비교언어학’의 관심사항이다.

이를 [얼라이]로 발음하면 외국인들은 동맹, 연합 등을 뜻하는 ally로 혼동할 수 있다. 철자로는 영양분을 뜻하는 aliment[앨러먼트]와 혼동할 수 있다. 이렇게 영어는 때에 따라 우리말처럼, 혹은 우리말보다 더 낱말이 풍부하다. 즉 어휘의 규모가 크다.

우리 말글의 지평을 넓힌다는 뜻에서, 외국어든 외래어든 우리 생활에 가져다 쓰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경우에 맞는 말을 옳게, 요즘 사람들 좋아하는 말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쓰는 것이 좋다. 그래야 그 말이 우리 말글의 앞날에 기여할 수 있다.

바퀴정렬은 정확하고 정밀해야 한다. 이를 가리키는 용어의 명칭 얼라인먼트 역시 정확하고 정밀해야 한다. 앞으로는 ‘얼라이먼트’라고 쓰지 마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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