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글 사랑방

강 상 헌 논설주간

최근 KBS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 프로그램에 한나라당 전 대표인 정몽준 의원이 출연했다. 그가 진행자와 나눈 대화의 내용은 ‘개헌 대권도전 등 정국 현안’이었다. 신문에 ‘실질적인 대선출마 선언이었다’는 보도가 뒤따른 것을 보면 꽤 무게 있는 인터뷰였던 것 같다.

진행자가 요즘 활동을 ‘대권을 향한 행보’로 봐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정 의원의 대답이 이어진다. 괄호 안은 참고(비교)해야 할 발음.

“대권을 향한 행보라고 봐주시면 아주 고맙겠구여(요). 지금 저는 6선 의원이거든여(요).
…(생략)…
출마선언은 언제 하느냐는 질문이 있었다.

“관심을 가져주셔서 아주 고맙구여(요). 저는 출마 선언을 이미 한 것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 말이 어떤 뜻인지 진행자가 물었다.
“제 마음 준비를 그렇게 하고 있는데여(요).”

이어 진행자가 이렇게 물었다. “정 의원께서는 대기업, 재벌, 부자, 엘리트, 이런 이미지도 강하고 또 축구 이미지도 상당히 강하게 국민들에게 각인된 게 아닌가 싶은데, 대선주자로서 이미지 변신도 꾀하고 계십니까?” 다음은 그 대답.

“변신이라면 변신이 되겠는데여(요).
…(생략)…

저는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기업에서도 일을 해봤구여(요). 국회 와서 23년 간 의원으로써 일을 하고 있고, 스포츠 분야에서도 종사를 했는데여(요), 기업이나 정치나 스포츠는 다 우리 생활에 중요한 것들 아니겠어여(요)? 이런 분야에서 일을 해봤던 경험이 제 자신 소중하게 생각이 되구여(요).  …(생략)…

인사가 이어지고 인터뷰가 끝났다. 그 다음 프로그램은 ‘바른말 고운말’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여’ ‘구여’ ‘데여’와 같은 묘한 말투가 들려와서 그 정체와 원인이 궁금했다. 대체로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등 어린 사람들 사이에 많이 퍼져있는 것 같은데, 중진 정치인의 ‘실질적 대권도전 선언’에서 이를 듣게 됐다. 공론으로 언급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대통령을 하고 싶다는 국회의원의 ‘변신을 위한 노력’ 중에는 우리말을 바로 쓰는 노력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사소한 일이라고? 그러나 이 ‘사소함’은 최소한 ‘따라 해서 좋은 태도’는 아닌 것 같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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