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민산악회 구병산 산행을 다녀오면서

지난 18일 아침 7시, 송탄 이층 레포츠센터를 떠나 10시에 적암 휴게소에 도착했다. 내려서 보니 구병산은 온통 흰 눈으로 덥혀있었다. 짐을 챙기고 등산로를 확인하고, 등산이 시작됐다. 9개의 봉오리가 병풍처럼 펴져 있다고 해서 부르는 구병산은 해발 878미터다. 마침 전일 내린 눈으로 그야말로 눈으로 덮인 악산이었다. 경사가 심해서 올라가는데 많이 힘들었다.

정상에 도착할 때 까지 거의 직선 코스로 올라가야 했다. ‘이 길은 바위로 위험합니다’란 경고 표지판도 있었다.

흰 눈이 쌓인 구병산은 오르는 동안 나를 정말 힘들게 하였다. 내쉬는 숨소리는 심장이 튀어 나올 듯이 몰아쉬고 있었다. 산을 좋아하고 산을 즐기는 등산객들에겐 876미터 높이는 그저 쉬엄쉬엄 올라갈 수 있는 정도의 코스겠지만 나 같은 초보나 산을 이제 사랑하기 시작한 이들에게 800여 미터는 어쩜 8000미터의 느낌일 것이다.

함께 간 회원들이 나를 외면하고 지나갔다면 난 유유히 혼자 숨을 고르며 내 페이스대로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즐기기 위해서 산행을 한다는데 일등으로 가는 게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같이 가는 동지만 있으면 되죠.” 난 올라가는 게 중요했다. 왜냐? 이제 산과 연애를 시작했으니 만남 자체가 가슴 설레고, 정상에서 너를 만나러 왔노라 흔적(?)을 남겨야 했으니. 그리고 나 이렇게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가 될지언정 나 너를 만나러 왔다고 얘기 해야 했으니까.

어느 여성 회원의 끊임없는 배려 속에 차분히 내 페이스대로 오르고 쉬어가면서 정상을 향하여 열심히 올라갔다. 그러나 그 여성 회원은 나 때문에 정상적인 산행을 못하여 불편했으리라 생각이 든다. 정상을 멀리 바라보는 중간지점에서 우리 일행은 같이 준비한 도시락으로 꿀맛 같은 중식시간을 맞이하여 즐거움을 배로 증가 시키면서 목적인 정상을 향하여 또다시 올라간다.



쉼 없이 올라가면서 자연 앞에 무릎 꿇고 자연의 형상에 감탄하며 헐떡이는 숨도 잊은 채, 사람과 눈이 쌓인 경사도의 험난한 길을 카메라에 담아본다. 그리고 이 길을 넘기까지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아이젠을 신은 등산화를. 어느 여자 등산객이 다리가 떨리는가 보다. 내려오질 못 한다. 봉우리를 올라가기 위해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면서 땀을 듬뿍 흘리니 드디어 정상이다. 내려다보이는 경치는 광활하다. 몇 분이 내려갔지만 함께 정상을 정보한 회원들이 맑은 하늘아래서 기념 촬영도 하고 맘껏 소리 질러 보기도 했다.

이제는 하산길이다. 오르는 길 보다 하산 하는 길이 어렵다고 한다. “눈 밑에 숨어 있는 작은 돌멩이를 잘못 밟으면 발목이라도 다치면 안 되는데.” 내심 걱정이 머리를 채운다. 중간 중간 암벽을 타는 듯한 외줄 밧줄에 의존하며 내러 올 때는 스스로 ‘아싸’하며 즐거워한다. 80도가 되는 바위를 밧줄을 타고 내려가야 하는데 역시 나는 내려오는 것엔 강했다. 스스로를 격려하며 “이거 암벽타기에 도전해 봐” 하며 너무 나를 과대 칭찬하고 있는 게 아닌가.

여기서 난 이렇게 말한다. 난 욕심을 버리기 위해 산을 오른다고. 어쩌면 내려오는 순간 잊어버릴지 모르지만…. 워킹 내내 나의 길잡이가 되어주신 회장님, 그리고 회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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