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권희로 시인이 침 마르도록 칭찬하는 중국식당 ‘장각’

▲ 왼쪽부터 장원철(34) 요리사, 장문기(68) 사장, 권희로(72)시인이다.

<단골 맛집>“나는 이래서 이 집을 찾는다”

기자와 가까운 누구는 “중국집에 가면 무조건 ‘자장면’을 먹어봐야 그 집의 모든 ‘맛’을 알 수 있다”고 자장면에 대한 정의를 내리며, 처음 발을 들이는 중국집에선 무조건 “자장면 곱빼기요!”를 외치곤 한다. 원하는 맛이 아니면 “에이 다신 여기에서 안 먹어!”라고 외면하지만, 깜빡 잊고 곱빼기를 외치지 않는 날엔 “다음엔 꼭 곱빼기 시켜 먹어야지! 사장님 단무지 더 주십쇼!”라며 다음을 기약하곤 한다.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지만 자장면에 대한 철학이 있는 ‘기자와 가까운 누구’는 그렇다.

꽁꽁 언 차가운 날씨마냥 몸도 마음도 얼어버리기 쉬운 계절. 친구, 가족과 함께 따뜻한 정을 나누며 달콤한 12월의 마지막을 보내고 싶으신 분들은 ‘어디가 맛있다더라’하는 입소문을 잡아내는 정보통이 되어야 한다. 앗! 어렵다면…. “77년을 살아오며 여기보다 맛있는 중국집은 없어!”라고 권희로(77) 시인이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 차이나 레스토랑 ‘장각(張閣)’은 어떨까?

아버지가 사장 아들은 요리사

노란색으로 뒤덮인 장각의 문에는 장문기(68) 사장과 그의 아들 장원철(34) 요리사의 캐릭터가 눈에 보인다. “추우신데 오시느라 수고하셨어요” 현관 앞까지 마중을 나온 장 사장은 캐릭터처럼이나 편안함이 뚝뚝 묻어난다. 각 방마다 알록달록 벽지로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했다. 메뉴판에도 장각만의 ‘얼굴’ 캐릭터는 빠짐이 없다.

“있잖아. 난 이렇게 생각해” 권희로 시인이 갑자기 말문을 열었다. “삶에는 맛이 있어. 조금만 속상한 게 있어도 살 맛 안 난다고 하는 것처럼 말야. 떫은 사람도 있고 담백한 사람, 싱거운 사람, 짭짤한 사람 등 인격을 맛으로 정하기도 하지.

맛엔 끄는 힘이 있는 거 같아. 맛있는 집엔 언제나 사람이 끌려. 장각처럼. 사람에게는 또 사람이 끌리지. 일부러 장각을 찾아온 건 아니지만 원로지도자회에서 만나 장 사장에게 끌린 나처럼 말이야.”

3년 전 권 시인이 본 장 사장의 첫 인상은 ‘학자풍’이었다. 목소리가 굵직한 게 멋있고, 조용하니까 저 양반 참 신사로구나 했단다. 선생님의 냄새가 솔솔 풍겼는데 역시 교직에서 평생 아이들을 가르치던 교사였다. 장 사장은 기계공업고등학교에서 22년 동안 교사생활을 하고 교감을 거쳐 안중 현화고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을 했다.

퇴임 앞두고 동생에게서 음식기술 전수

퇴임 앞두고 동생에게서 음식기술 전수

 

“은퇴를 준비하며 앞으로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마침 친동생이 저에게 서울로 올라와 나에게 모든 기술을 전수받는 건 어떻겠냐고 권유했죠.” 그는 아들과 함께 친동생의 차이나레스토랑 ‘장각’에서 6개월간 숙식하면서 모든 기술을 전수받았다.(현재 친동생의 ‘장각’은 하남시에 있다) 2008년 6월 청북면 공단에서 ‘장각’의 처음 문을 열고 작년 쌍용차 사태가 터지면서 가게에도 타격을 입자 2009년 9월 합정동에서 새로이 문을 열었다.

“금속공예를 전공해 서동요·연개소문·태왕사신기·하늘이시여 등의 드라마에서 큰 활약을 했었던 아들의 힘이 컸어요. 배우긴 같이 배웠는데, 제가 손이 느리니까 바쁠 때만 도와주고 평소엔 카운터를 지켜요. 하하.” 크게 웃는 그의 표정에선 카운터로 밀려난 섭섭함보다 자랑스러운 아들을 둔 아버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장 사장은 원로지도자회에 들어가며 권 시인을 만나 올 여름 아동문학가로 정식 등단했다. “제가 어떻게 시인이 될 수 있을까 고민도 많았죠. 시인이 되어보라 권유하는 권 시인의 제의도 감사했고요. 인생을 좀 살아서 그런가 시를 쓰면서 어린 시절로 돌아가 생각도 해보니까 꽤 의미 있더라구요. 어렵게만 생각했었는데 막상 시를 쓰니 술술 잘 써 내려갔어요. 많이 써 놓지는 않았지만 20여 편 정도가 되지요.”
범상한 맛 예상했다 깜짝 놀란 기자

이러저러한 얘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음식 한상 가득 차려졌다. 추운 속을 녹이는 따뜻한 대게살스프는 버섯과 해물의 향기가 가득해 짭조름하면서도 달콤하다. 알록달록한 가게 인테리어만큼이나 정갈하고 깔끔하게 내온 광동연어샐러드는 장 사장이 직접 만들어 ‘장각’이 추천하는 요리다.

싱싱한 연어에 싸먹는 갖가지 채소들은 새콤달콤함과 시원함이 한 입 가득 감돈다. 사모님의 특제 소스로 만든 탕수육은 짭조름한 맛이 감동적이다. 넓직한 탕수육에 딱딱함을 생각한다면 깜짝 놀랄 것. 중국음식은 어떻게 튀기느냐가 제맛이라는데 얇은 튀김옷에 살살 녹는 고기의 맛이 놀라울 정도다. 새우를 까서 나오는 칠리왕새우는 마늘과 함께 먹어야 제 맛이다.

“다 먹어라 많이 먹어라”라는 말을 연신 내뱉던 권 시인은 어느새 허리띠를 느슨하게 풀었다. 장 사장은 “자장면은 드셔보셔야죠. 장을 만들어 놓지 않고 그때마다 직접 면과 함께 볶아서 쟁반자장처럼 나와요.” 직접 면과 함께 볶은 자장면은 갖가지 채소와 함께 쫄깃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장각(張閣)’의 맛에 반해버린 권 시인이 만든 시조다.

“장각(張閣)의 진미시식(珍味試食)
감탄사가 절로절로
각내객(閣來客) 얼굴마다
만끽(滿喫)자리 화기애애(和氣靄靄)
인교(人巧)에 요리조리(料理調理)를
장각에서 보노메라.” 얼 쑤!

□ 찾아가는 길
합정동 평일초등학교 앞 성세병원(소아과) 골목을 지나면 노란색으로 뒤덮인 ‘해피 장각’이 한눈에 들어온다. 천하일미(1인 2만2000원) 코스에서는 전가복도 맛볼 수 있으니 ‘산해진미(1만6500원)’·‘금상첨화(1만1000원)’다. 예약문의 031-618-8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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