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원 시민기자의 음식 이야기 ⑬ 떡볶이

떡볶이는 떡과 어묵을 고추장 양념으로 버무려 만든 음식이다. 매콤 달콤한 떡볶이는 분식점에서 빠지지 않는 메뉴이며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대표음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야식의 황제, 분식의 대표주자로 불리는 떡볶이에 대해 알아본다.
왕래가 빈번한 길모퉁이에는 떡볶이 포장마차가 하나씩 자리 잡고 있다. 커다란 철판위에는 빨간 고추장 양념으로 버무려진 떡볶이가 있고 그 옆에는 찰떡궁합 어묵 국물이 끓고 있다. 포장마차 앞에서 삼삼오오 모여 떡볶이를 나눠먹다 매운 속을 달래기 위해 뜨거운 국물을 호호 불며 마시는 모습이 정겹기만 하다. 학창시절 친구들과 포장마차나 분식점서 떡볶이를 나눠먹으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던 추억의 음식이기도 하다.
지금은 대중적인 간식거리가 된 떡볶이지만 그 유래는 궁중음식에서 찾을 수 있다. 떡은 삼국시대부터 만들어 먹었기 때문에 그 이전부터 떡을 이용한 요리가 있었을 거라 추측하고 있지만 문헌상 떡볶이에 대해 언급된 것은 1800년대에 쓰여진 <시의전서(是議全書)>에 나온다. 고추가 전파되기 이전이라 간장을 넣고 볶았으며 소고기와 채소를 넣어 만든 영양식이었다. 임금님이 즐겨먹던 귀한 음식이었기에 지금도 이렇게 조리되는 떡볶이를 궁중 떡볶이라 부른다.
지금의 떡볶이는 궁중 떡볶이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간장양념 대신 얼큰한 고추장 양념을 사용하고 있다. 고추는 임진왜란 이후 우리나라에 전해졌다고 알려지며 고추장에 대한 최초 문헌은 조선중기 <증보산림경제(1766년)>에 만초장(蠻椒醬)이라는 이름으로 언급되고 있다. 고추장이 나온 이후 떡볶이 양념도 바뀌었을 거라 추측하고 있지만 본격적으로 지금 형태의 떡볶이가 탄생된 것은 1950년대 이후라고 이야기한다. 이전까지 궁중에서 귀한 대접을 받던 떡볶이는 고추장에 버무려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서민음식이 되었고 전쟁 후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 좋았다.
떡볶이는 커다란 철판 위에 만들어내는 일반 떡볶이와 냄비에 재료를 넣고 끓여 먹는 즉석떡볶이로 나눈다. 즉석떡볶이의 원조 하면 신당동 떡볶이가 있다. 1970년대 본격적인 떡볶이 골목으로 자리 잡은 신당동 떡볶이는 전국에서 떡볶이로 가장 유명한 곳이다. ‘며느리도 몰라’ 라는 고추장 CF로 유명해진 마복림 할머니 떡볶이를 비롯해 7개의 매장이 손님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일반 떡볶이가 떡과 어묵을 주축으로 요리되고 있다면 즉석떡볶이는 다양한 재료로 즐길 수 있다. 주재료에 따라 신당동떡볶이, 해물떡볶이, 치즈떡볶이, 궁중떡볶이 등이 있으며 떡과 어묵은 기본이고 만두, 계란, 라면, 햄, 당면 등 여러 가지 사리를 추가할 수 있어 입맛에 맞게 요리해 먹는 재미가 있다.
요즘은 떡볶이 체인점이 인기다. 중소기업에서 만든 체인점들이 일률적인 맛으로 학교앞 분식점을 바꾸고 있다. 또 세계화를 위한 맛의 개발과 연구가 진행되기도 한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우리 떡볶이를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으며 대규모 떡볶이 페스티발이 열리기도 한다.
맵지 않은 궁중떡볶이를 필두로 카레떡볶이, 자장떡볶이, 칠리소스떡볶이 등이 개발되어 세계화를 꿈꾸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씁쓸함이 남는다. 지금까지 세계화에 알맞게 개발된 대부분의 떡볶이를 보면 마치 스파게티나 자장면, 카레에서 국수나 밥을 빼고 떡을 넣은 모양새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료만 살짝 바꿔서 떡볶이 세계화를 외치고 있는 건 아닌지 아쉬운 부분이다. 크림소스스파게티, 아라비아따떡볶이, 토마토소스의 뽀모도로 떡볶이 등등 스파게티면을 빼고 떡을 넣고 세계화 떡볶이를 만들었다고 우겨 봐도 그 원조는 이탈리아일 뿐이다. 더욱이 한국인의 입맛도 사로잡지 못한 요쿠르트 떡볶이, 쌈장떡볶이, 된장떡볶이 등 퓨전화된 떡볶이들이 세계화의 주축이 될 거라 생각하기 어렵다.
그럼 진짜 세계화를 위한 떡볶이는 무엇일까? 평택지역의 포장마차에서 매운 떡볶이를 호호 불면서 먹는 주한미군들을 보면 그 대답을 얻을 수 있을 것도 같다. 떡볶이를 괴롭혀 세계인의 입에 맞추는 것 보다 우리 떡볶이의 매운 맛을 당당히 알리는 게 진짜 세계화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태국의 톰얌 스프의 매콤 달콤 시큼한 맛이 세계3대 스프로 통하듯이 우리 떡볶이의 매콤 달콤 짭짜름한 본연의 맛을 세계에 인정받도록 노력하는 것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