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in 평택人, 경기도농어민 대상 받는 한승철씨

  남보다 한 발 앞서 신기술 익혀
  이웃농민과 나누는 기쁨 더 좋아
  방 가득한 상패에 하나 더해

한껏 게을러지고 노르스름해진 가을 오후 햇빛사이로 제법 날카로워진 찬바람이 불던 어제. 얼마 전까지 미풍에 풍성한 황금빛 머리카락을 흔들곤 했던 논들이 약속이나 한 듯 어느 새 깔끔하게 단장을 한 채 계절을 말하고 있다. 부지런한 농부들의 손놀림이 한해의 수확을 거두는 계절이 찾아왔다고 말이다.

이번 호의 평택인 한승철(54)씨도 이 가을을 기다린 농부이자 이미 15만여㎡에 자라던 벼들을 거둔 부지런한 농부이다. ‘쉬는 날’이랄 것이 따로 없는 농사일. 팽성읍 도두리의 한적한 길을 따라 한 씨를 찾았던 이 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식사 때가 지나고서야 부인 김영숙(52) 씨와 사이좋게 집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아이구 오늘 왜 이렇게 춥나요? 오전에 마늘 심는 것을 다 마무리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오늘 찬바람이 불어서 좀 늦었네요”라며 인사를 건네는 한 씨의 말투에서 듣는 사람까지 덩달아 편안하고 느긋하게 만드는 여유가 묻어난다. 이게 바로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고, 바람을 보고 기온과 계절을 보고, 자연을 살펴야 하는 농사일을 30년 가까이 해온 관록에서 묻어나는 여유인가 싶다.

그렇지만 사실 느긋한 말투와는 달리 한 씨는 주변에서 알아주는 성실한 농사‘꾼’.
평택지역에서 처음으로 답리작 보리재배를 실시해 인근 농가와 기술을 나눠 농가 소득을 늘렸는가 하면 농약과 비료 사용을 최소화하는 농사를 지었다. 1999년에는 평택의 열정적인 농부 100여 명과 뜻을 모아 ‘평택쌀연구회’를 조직해 초대회장, 2대 회장을 역임하며 평택의 땅에서 나는 품질 좋은 쌀을 생산하기 위해 활약하기도 했다.

그렇게 다양하게 펼쳐온 활동 덕에 거실 한쪽 벽은 열손가락으론 헤아릴 수도 없게 각종 상들이 일렬로 늘어서 그 동안의 열정과 노력들을 넌지시 일러준다. 농림부장관, 새농민회, 농업중앙회, 감사패, 으뜸쌀 등등. 받았던 상들의 이름마저도 다양하다. 한 씨가 경기도지사로 부터 받은 상만 봐도 도지사 이름은 세 번이나 바뀌었다.

올해도 벽면은 하나의 상이 더 늘게 생겼다. ‘2010년 경기도 농어민 대상’ 수상자로 선정돼 오는 4일 수상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다양한 상을 받은 한 씨지만 수상을 앞둔 기분은 늘 설레는 모양이다.

“상이라는 것이 받을 때마다 항상 기분이 좋죠. 다른 것보다 그동안 해왔던 노력을 인정받았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물론 한편으로는 책임감도 생깁니다. 상 하나하나 받을 때마다 이제 더 노력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까요. 하지만 농사란 것이 결국 혼자만 잘 살자고 짓는게 아니지 않습니까? 앞으로도 더 노력하라는 채찍인거죠”라며 웃는다.

오롯이 한 길을 걸어오며 가져온 ‘기본을 지키는 것이 농사’라는 그의 철학처럼 한승철 씨는 오늘도 도두리에서 흙을 고르고 계절을 느끼며 이 가을을 보내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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