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문인협회 ‘생태 시’ 연재

과수원이 있는 동구 밖까지 바람을 따라 나선다
웃자란 풀들 사이로
썩으면서 내지르는 사과 향내로 가을이 달다
부패의 날들이 이토록 향기로울 수야
제 열매를 꺼내 거름으로 만드는 저 지독한,
그러니까, 나무다
뒤늦은 우기에 물컹했던 태양도
제 길을 놓고서
과수원 깊숙한 안쪽으로 접어들던 바람도
사과가 나무를 던지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
놀란 날것들 공중으로 튕겨지고
붉지도 푸르지도 못한 9월이 떨어진다
나무는 잠깐 잎을 흔들 뿐
직립의 날들은 무겁다
낡을 대로 낡아 순해진 철조망을 만지작거리며
흙들의 질서를 생각한다.

한인숙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안견문학대상 시 부문
-시집 <푸른 상처들의 시간> 발간
-한국문인협회 회원
-평택문인협회 평론분과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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