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변호사의 생활법률 Q&A

Q. 나순진은 은행의 지점장인데, 부하직원인 심술보가 회사 공금을 정기적으로 횡령한다는 사정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사정을 알면서도 방치한 나순진은 처벌되는지요?
A. 법령, 계약, 조리 또는 선행행위에 의하여 일정한 행위를 할 것이 기대되는 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이러한 부작위에 의하여도 범죄가 성립할 수 있는데 이를 부작위범(不作爲犯)이라 합니다.
형법상 방조 역시 작위에 의하여 정범의 실행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경우는 물론, 직무상의 의무가 있는 자가 정범의 범죄행위를 인식하면서도 그것을 방지하여야 할 제반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는 부작위로 인하여 정범의 실행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경우에도 성립된다 할 것입니다.(대법원 1984.11.27. 선고 84도1906판결). 그러므로 은행지점장인 나순진이 정범인 부하직원 심술보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심술보의 공금횡령을 방치하였다면 횡령죄의 방조범이 성립하게 될 것입니다
그밖에 부작위범의 성립이 인정된 사례로는
① 인터넷 포털 사이트 내 오락채널 총괄팀장과 위 오락채널 내 만화사업의 운영 직원에게 콘텐츠제공업체들이 게재하는 음란만화의 삭제를 요구할 조리 상의 의무가 있다고 하여 구 전기통신기본법 제48조의2 위반 방조죄의 성립을 긍정한 사례(대법원 2006.4.28. 선고 2003도4128 판결),
② 백화점 입점 점포의 위조 상표 부착 상품 판매사실을 알고도 방치한 백화점 직원에 대하여 부작위에 의한 상표법위반 방조 및 부정경쟁방지법위반 방조죄의 성립을 인정한 사례(1997.3.14. 선고 96도1639 판결),
③ 입찰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입찰보증금이 횡령되고 있는 사실을 알고도 이를 방지할 조치를 취하지 아니함으로써 새로운 횡령범행이 계속된 경우 횡령의 방조범으로 처벌한 사례(대법원 1996.9.6. 선고95도2551 판결),
④ 살해의 의사로 위험한 저수지로 유인한 조카(10세)가 물에 빠지자 구호하지 아니한 채 방치한 행위를 부작위에 의한 살인행위로 본 사례(대법원 1992.2.11. 선고 91도2951 판결),
⑤ 폭약을 호송하는 자가 화차 내에서 촛불을 켜 놓은 채 잠자다가 폭약상자에 불이 붙는 순간 발견하고도 도주한 경우 부작위에 의한 폭발물 파열죄의 성립을 인정한 사례(1978.9.26. 선고 78도1996 판결) 등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