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원 시민기자의 음식 이야기 ⑧ 평택 폐계닭

폐계? NO! NO! 젊은 닭이어요.
닭의 수명은 20-30년이나 된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10년을 넘기는 경우가 드물다고 한다.  또한 닭고기를 생산하기 위해서 10년 이상 공들여 기르는 사람은 없다. 이제 닭은 경제적 가치에 의해서 그 수명이 좌우된다. 특히 우리가 통닭, 삼계탕으로 이용하는 육계는 100일도 안된 병아리가 대부분이다.

닭은 사용되는 용도에 따라 도축 시기가 결정되며 크기나 용도에 따라 소닭, 중닭, 대닭 혹은 영계, 백세미(화이트세미브로일러), 브로일러, 묵은닭 등으로 구분 한다. 닭은 도축하는 시기가 짧아 나이를 1년 단위로 계산하지 않고 1주 단위로 계산을 한다. 부화 후 8주령 전의 0.8~1.0kg의 닭은 삼계탕용으로 사용되며 부화후 10주령 전후의 1.6~2.0kg의 닭은 크기가 커서 삼계탕보다는 통닭용이나 백숙용으로 사용한다. 묵은닭의 경우 2년 전후의 다 자란 닭으로 번식용 종계 수탉이나 산란계 암탉이 해당되며 다른 말로 폐계라고도 한다.

‘폐계닭’은 사위 오면 잡아주던 씨암탉

많은 사람들이 폐계의 의미를 폐계를 늙어죽은 닭이나 그 전에 기력이 다해 오늘 내일 하는 닭으로 여기며 폐계 요리를 꺼리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폐계닭’ 요리에 사용되는 산란계 닭은 달걀을 팔아서 내는 이익보다 사료 값이 더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결론적으로 폐계는 10년을 꽉 채워 기력이 떨어져 늙어 죽은 닭이 아니고 2년 전후의 밥만 축내며 알 낳는 것이 더딘 닭을 말한다. 이를 이용한 요리가 바로 ‘평택 폐계닭’이다.

요즘이야 폐계로 불리지만 오래전에는 씨암탉으로 대우받던 시절이 있었다. ‘사위가 오면 씨암탉을 잡아 준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달걀을 생산해 집안에 경제적 도움을 주기 때문에 오래오래 장수 할 수 있던 귀한 가축이었다.

앞으로는 도축 시기가 더 앞당겨질 예정이다. 닭의 수는 늘어가고 달걀의 수요는 줄고 있어 가격 안정을 위해 기준일이 지나 생산력이 약한 닭은 자발적으로 도축하거나 대한양계협회가 나서서 도축을 권유한다고 한다.

폐계닭 없어서 못팔아…동남아에서 인기

그럼 폐계닭은 정말 질겨서 먹기 힘든 음식일까? 예전에는 씹기 어려울 정도로 질긴 이유가 있었다. 바로 달걀의 가격 경쟁력이 좋았기 때문에 도축을 빨리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강제로 굶겨 알을 낳지 못하게 해 수란관을 쉬게 한 다음 이를 통해 다시 산란율을 높이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자연히 닭의 도축 시기는 늦어지고 육질은 더 질겨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걀 가격이 낮아 도축시기를 늦추기가 어렵기 때문에 육질이 적당한 닭이 도축되고 있다. 살이 단단하고 쫄깃하며 맛이 좋고 양도 푸짐하다. 토종닭과 비교하는 사람도 있다. 조리만 잘하면 토종닭 못지않게 씹히는 맛이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폐계는 쫄깃한 맛을 즐기는 동남아인들에게 인기가 있어 많은 양이 수출되고 있다. 심지어 2009년에는 동남아 수출 물량이 많아 폐계닭 파동이 일어나 며칠 동안 폐계요리를 못 파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평택에서 유래된 대표 음식

의정부와 원조를 다투는 ‘송탄 부대찌개’, 전국 네티즌이 찾는 ‘송탄 버거’, 그리고 ‘평택 폐계닭’. 모두 우리지역에서 시작한 음식으로 전국에 그 이름을 떨치고 있다. 평택 ‘폐계닭’은 어감 때문에 혐오스럽다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산란을 위해 1년6개월에서 2년 정도 자란 닭을 조리한 음식이다. 또 조리법에 따라 육계보다 씹히는 맛이나 감칠맛이 더 좋다는 것, 달걀이 되기 전 품고 있던 알집의 고소함은 ‘폐계닭’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매콤달콤 고소한 폐계닭을 왜 평택사람들이 즐겨먹는지 직접 맛을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폐계닭’ 거리가 생길 정도로 평택에는 많은 식당이 있으며 맛도 다르다. 입맛에 맞는 집을 찾는 것도 또 다른 재미일 것이다. 요즘 ‘폐계닭’은 점점 변하고 있다. 질긴 고기를 연하게 하는 많은 방법들이 연구된 결과 어떨 때는 적당히 쫄깃쫄깃한 육계를 먹고 있지 않나? 하는 착각을 하게 된다. 요즘 사람들 입맛에 맞게 질긴 맛보다 부드러운 맛에 초점이 맞춰진 것도 큰 이유다.

안성군와 평택군 사이 경계에 양계장이 많던 동네, 군의 경계에 위치해 있어서 ‘군계’라 불리던 곳에서 ‘평택 폐계닭’은 유래되었다. 이제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평택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았지만 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널리 알려진 만큼 ‘폐계닭’에 대한 올바른 지식도 함께 전달돼야 할 때가 되었다. 이글을 통해 ‘폐계닭’에 대한 오해와 선입견, 혐오감이 사라지길 바라며 앞으로 평택에서 유래된 음식이 전국에서 사랑 받기를 기대해 본다.

* ‘폐계닭’은 ‘폐계로 만든 닭요리’라는 의미로 요리 이름 또는 요리하는 식당을 뜻한다. 평택에서 유래되었으며 달걀 생산 경제력이 낮은 산란용 닭을 이용해 닭볶음 요리를 만들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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